04 우리나라의 대표적 거주유형에 대한 생각 2021.1

2023. 1. 30. 09:19아티클 | Article/칼럼 | Column

건축담론 Architecture Discussion

 

편집자 註

 

새해를 맞아 여전히 위기 한가운데 있는 대한민국 건축사들의 이야기를 함께 나눠보고자 한다. 원래 건축사들의 삶이 이렇게 어렵지는 않았다. 50~60년대 국내 산업화가 시작되면서 사회 전반적인 체계가 형성될 때쯤, 점차 제도와 책임에 대한 필요성이 크게 요구되었고, 그에 따라 건축사 제도 역시 탄생돼 정착되었다. 19세기 영국도 산업화시기에 건축사 제도에 대한 치열한 논쟁이 있었음을 돌이켜 보면 지금 우리의 건축사 자격제도는 분명 사회적 요구에 의해 생긴 전문자격이다.
초창기 건축사는 비교적 소수였기 때문에 존재감도 상당했다. 개발시대 대한민국이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며, 건축사를 요구하는 시장 규모도 기하급수적으로 확장되었다. 시장이 확대되는 것에 비해 이를 따라가지 못하는 자격자 숫자는 건축사에게 높은 경제적 지위를 선사했다. 하지만 어떤 분야이든 간에 무한 성장이란 없는 법. 성장이 지체되면 자격자 수급 시스템도 같이 연동해야 하지만, 건축사 시장은 이런 조절 시스템이 어느 순간 작동하지 않았다. 국내 건축시장은 90년대를 기점으로 시장 구조가 바뀌면서 급격히 개인 건축사 시장이 축소되기 시작했다. 건축사 공급체계를 조절해야 할 시점이었던 2000년대 초반부터 건축대학은 오히려 급증하기 시작했다.
건축시장 안정은 시장 참여자인 건축사에 대한 적절한 수급 조절이 전제돼야 하지만, 그렇지 못 했던 것이다. 그 결과 2010년대 들어서서 대다수 건축사들이 생존을 고민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하게 됐다. 혹자는 설계비를 더 많이 받으면 된다고 하지만, 시장 구조에서 가격은 수요와 공급에 의해 결정된다. 건축사 시장은 사회적 배려가 필요한 약자 시장도 아니어서 경쟁을 통해 질적 향상이 이뤄질 것이라는 주장은 판타지에 불과하다. 오히려 시장을 구성하는 참여자 수가 적정 수준을 넘어서는 순간 그 시장은 야만이 판치는 정글경제가 되어 버린다.
현시대, 현 상황에서 과연 건축사들은 어떤 생각과 남모를 고민을 하고 있을까. 또 어떤 희망을 이야기할까. 신년 담론에서는 새해를 맞는 각 세대별 건축사들의 허심탄회한 이야기들을 담았다.

 


04 Thoughts on Korea’s representative types of residence 

 

요즘 처음 만나는 사람에게 건축하는 사람이라고 소개를 하면 돌아오는 질문은 두 가지로 나뉜다. 하나는 “코로나로 사업에 타격이 많으시죠?”이고, 다른 하나는 “인테리어 붐이던데 돈 많이 버시죠?”이다. 건축사사무소를 운영할 뿐 시공업을 운영하는 것은 아니지만 실내디자인 또한 설계 및 감리는 하고 있다고 버튼 눌린 기계처럼 대답하고 나면 대화는 다음 주제로 넘어간다.

코로나로 집콕족 ‘집꾸미기’ 열풍…
주거 공간 관심이 ‘인테리어로’ 귀결돼

코로나 이후 대다수 사람들의 생활패턴은 ‘스테이 엣 홈(stay at home)’이라는 키워드로 설명할 수 있는데, 코로나 덕을 본 회사 중 대표적인 회사가 미국의 ‘홈 디포(Home Depot)’이다. 세계에서 가장 크게 건축자재와 주택 개보수 관련 디아이와이 제품을 유통하는 회사로 올해 들어 시가총액이 315억 달러(약 37조 원) 늘었다고 한다. 오프라인 점포 영업을 하는 유통회사가 코로나19 시국에 이 정도 성장했다는 것은 사람들이 집에 머무는 시간이 많아진 만큼 거주하는 공간에 대한 관심이 늘어났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재택근무, 자가격리로 주로 외부에서 보내는 일과시간 외 잠만 자는 공간이었던 거주공간에 대한 인식은 변하고 있다. 설레지 않으면 버리라는 ‘마리에곤도’나 ‘신박한 정리’와 같은 쇼프로그램이 인기를 끌고 있는 것도 제한된 생활 공간을 어떻게 활용할지에 대한 사람들의 욕구를 반영하는 것으로 보인다. 흔히 30평대 아파트로 지칭되는 방 세 개짜리 주택은 ‘넓지 않은’이 아닌 ‘좁은’ 공간이 되었다. 거주자들의 “어떻게 하면 좁은 집에서 쾌적하게 지낼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이 ‘인테리어’로 귀결된 듯하다.  

우리나라 국민의 주택유형별 거주 비율에서 아파트 거주 비율은 50%를 넘어섰고,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2019년 주거실태조사의 지역별 소득계층별 주택유형에 따르면 아파트에 거주하는 비율은 저소득층은 29.1%, 중소득층 56.2%, 고소득층 76.6%로 고소득자일수록 아파트에 거주하는 비율이 높다. 계속되는 집값 상승과 까다로워진 대출 여건들을 고려하였을 때 이 비율은 점차 양극화가 두드러질 것으로 보인다. 건축주들의 대다수가 고소득층인 것을 감안하면 아파트 인테리어는 건축사사무소와 무관하지 않다. 


선호하는 공간의 면적과 형태도 달라지고 있다. 1인 가구의 증가, 용적률과 경제성의 논리로 최근 공급된 주택들은 절대적인 면적이 작은 경향이 있다. 하지만 좁은 집을 아무리 가꿔도 넓은 집보다는 답답할 수밖에 없다. 코로나로 인하여 재택 시간이 늘어남에 따라 답답함은 더욱 크게 느껴지게 되었고, 코로나로 어려운 상황에도 고소득자의 소득은 늘어나는 추세에 있으므로(통계청, 소득5분위별 가구당 가계수지<전국, 2인 이상>, 2020년) 넓은 면적의 아파트는 수요-공급의 원리에서 경쟁력이 높아질 것으로 예상한다. 
발코니 확장을 하지 않으면 정상적인 사용이 불가능한 방으로 구획된 아파트의 형태도 변화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공공에게 개방된 외부공간이 마스크 없이는 머무를 수 없는 공간으로 변모함에 따라 개인적으로 마음 놓고 사용할 수 있는 외부공간에 대한 기호가 생겨나고 있다. 뻥 뚫린 옥상정원까지는 아니더라도 작은 의자 하나라도 놓을 수 있는, 야외에 개방된 발코니를 선호하는 분위기가 형성될 것이다.

 


건축의 목표란…‘공간, 비어있는 사이, 
생활하며 사용하는 곳을 디자인 하는 것’임을 상기해야

‘아파트는 공동주택 공모일 때나 건축사가 할 일이지, 다른 건 건축사의 영역이 아니다’라고 생각하는 것은 너무나 많은 가능성을 포기하는 것이다. 건축과 실내디자인이 별개의 영역인가 아닌가를 따진다면 실내디자인이라는 분야는 건축이라는 하나의 큰 프로젝트에 포함된 영역이고, 실내디자인만 한다고 하더라도 구조 변경 등의 이슈가 있으면 공인된 건축사의 확인이 필수이므로 건축사는 통합적으로 볼 수 있는 사고를 키워서 아름답고 편리한 실내디자인까지 할 수 있어야 한다. 인테리어라고 통칭하는 실내디자인에 대한 관심은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고, 건물의 사업성은 다른 문제로 차치한다면 환경적인 측면에서도 부수고 새로 짓는 것보다 고쳐서 다시 쓰는 것이 이롭다. 전 세계적 재난 위기로 얼어붙은 투자 심리와 각종 규제 및 법규로 새로운 건축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제한된 땅과 제한된 재원이라는 것을 고려하였을 때 조각 같은 건축물을 새로 만드는 것뿐만이 아니라 기존 건축물 안의 공간에 대한 제안도 할 수 있어야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

건축사사무소의 업태는 서비스로 건축주의 요구 사항과 기능 및 적법성의 접점을 찾아 최적의 안을 제안하는 것이 주목적이다. 건축주의 요구 사항은 그가 경험해 온 것들과 현재 영위하고 있는 것에 기반하여 형성되므로 건축사로서 건축주가 현재 살고 있는 공간에 대하여 무관심할 수는 없다. 말 그대로 공간, 비어있는 사이, 생활하며 사용하는 곳을 디자인하는 것이 건축의 목표임을 다시 한번 상기한다.

 

 

 

 

 

 

 

글. 강재원 Kang, Jaewon 곧 건축사사무소(주)

 

 

 

강재원 곧 건축사사무소(주)·건축사

 

홍익대학교에서 건축을 공부하고 7년 실무경험 뒤 ‘곧 건축사 사무소(주)’를 개소했다. 기획과 설계, 시공뿐만 아니라 건축물 이 실제 어떻게 사용되고 있는지까지가 건축의 전 과정이라고 생각하며 “모든 과정이 즐겁게”를 표어로 삼고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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