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사사무소 가온건축(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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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하당 2021.7
Café Banhadang 골목 안쪽에 오래된 한옥을 산 부부가 신축을 상의하러 찾아왔다. 물론 건축사로서는 집을 고치는 일보다 철거 후 신축이 더 쉬운 일인 건 사실이지만, 사람들이 잘 손보며 살아온 덕에 한옥의 뼈대나 형태가 무척 안정적이라 바로 허물기는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집의 원래 뼈대를 살리고 다른 벽을 뜯어낸 흔적들도 남겨두면서 정리했다. 어둑한 골목이 이 집에서 나오는 불빛으로 환해지도록 유리로 마감해서, 예전에는 밖에서 알 수 없었던 한옥의 구조가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시원하게 들여다보인다. 원래 부엌이 있었던 바닥이 낮은 가운데 칸에는 다락을 올려 입체적인 공간감을 느끼도록 했다. 바닥은 마당 쪽은 짙은 색의 전돌을 차분하게 깔고, 실내는 고재와 대비되어 가볍고 환한 느낌이 들도록 밝..
2023.02.07 -
까사 가이아 2021.1
CASA GAIA 방금 화산의 분출이 끝난 듯 여기저기 화산의 흔적이 남아있는 제주도는 모성이 강하게 느껴지는 땅이다. 검은 흙과 코발트색 바다 그리고 강인하게 바다를 일구며 살아가는 해녀들이 하나의 풍경을 만들어주는 곳이다. 는 제주도 김녕, 바닷가에 지은 집이다. 북쪽으로는 김녕항이 보이고 남쪽으로는 고양이가 누워있는 형상이라는 둥그스름한 오름, 괴살메(묘산봉)가 배경이 되어주는 집이다. ‘가이아(Gaia)’는 그리스 신화 속 ‘대지의 여신’으로 ‘만물의 어머니’이자 ‘신들의 어머니’로 ‘창조의 어머니 신’이다. 모든 생명체의 모태인 대지를 상징하는 이름을 집에 붙인 것은, 이 집의 설계가 처음부터 끝까지 대지로부터 비롯되어 완성되었기 때문이다. 집 지을 터는 마치 누워 있던 괴살메의 고양이가 천천히..
2023.01.30 -
카페 피어라 2021.1
Café Piora ‘피어라’는 숲속에 있는 작은 빵집이다. 충남 당진에 한적하고 조금은 삭막한 국도에서 하천을 가로지르는 다리를 건너면 누운 듯 낮게 펼쳐지는 작은 산이 있다. 그리고 그 안으로 조금 들어가면 숲이 시작된다. 작은 빵집은 청보리밭이 곱게 깔아놓은 잔디처럼 구릉을 가득 메운 넓은 언덕 옆으로 난 작은 오솔길에 낮게 앉아 있다. 작은 빵집이라고 부를 때 기분이 참 좋다. ‘빵집’이라는 이름이 주는 푸근함 때문이라고 생각하는데, 빵을 구울 때 나는 냄새가 저절로 머리에 떠오른다. 직접 코로 맡는 냄새가 아니라 머리에 떠오르는 것은 참 특이하다. 그리고 그 빵의 냄새는 이 빵집을 지은 가족의 분위기처럼 따뜻하다. 한 가족이 따로 연고도 없는 산과 들과 언덕이 갖춰진 땅으로 십여 년 전에 들어왔..
2023.01.30 -
자기 앞의 집 2020.7
La maison devant Soi 우리는 늘 집을 그리워한다. 아침에 출근해서 열심히 일을 하는 중에도 집을 그리워하고, 집을 떠나 머나먼 곳을 돌아다니는 중에도 집을 그리워한다. 어서 집으로 돌아가야겠다고 생각을 한다. 이럴 때 ‘집’이란 물리적인 건축물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과 이야기와 온기가 가득 번져있는 추상과 구체적인 공간이 섞인 아주 복합적인 건축물을 이야기한다. 20년 전 사무실을 열고, 종이와 연필과 수채화 물감만 덩그러니 놓여있는 책상에 앉아서 나는 집을 그리기 시작했다. 누구를 위한 집을 그리는 것이 아니라 내가 봤던 집들을 그렸다. 양동마을에 있는 오래된 집도 있었고, 내가 사는 동네에 널려있는 흔한 집들도 그렸다. 내가 특히 즐겨 그렸던 집은 국도를 달리다 만나는, 건축..
2023.01.17 -
[건축비평] 아름다운 비례를 가진 건축, 카페 조슈아 2020.3
Architecture Criticism Architecture with Beautiful Proportion, Cafe Joshua 건축의 기본은 무엇일까? 시대마다 추구하는 가치가 다르고 건축 또한 세상의 변화에 따라 다양한 모습으로 변화에 대처한다. 그러나 무언가 건축의 기반을 이루는 생각이나 자세가 있을 것이다. 현대의 건축은 어떤 모습이어야 할까? 세상이 복잡해지며 세상을 닮아가는 것인지 건축은 점점 복잡해지고 화려해진다. 그러나 그 이면에는 화려한 겉모습에 비해 빈약한 내면을 가지고 있는 건축이 많아지고 있다. 시대를 막론하고 건축에는 분명 아주 중요한 기본이 있고 추구해야 할 가치가 있을 것이다. 포근한 겨울의 한 가운데에 고속도로와 국도를 섞어서 달려 평택 시내를 벗어나 바야흐로 논과 밭이..
2023.01.11 -
[건축비평] 청담동 비원 땅의 결대로 지은 건축 2019.8
Architecture Criticism Architecture built based on the land’s texture 서울 강남의 도시 구조는 평평하지 않고 굴곡이 많은 땅을 무지막지하게 두부모판 만들듯이 그리드로 반듯 반듯하게 잘라놔서 온전하게 집을 앉히기 정말 어렵다. 무신경하고 성의 없는 도시계획이라 생각하는데, 그러다보니 지적도상으로는 네모반듯한 땅이지만 그 땅이 가지고 있는 3차원적인 형상은 네 귀퉁이의 높이가 완전히 다른, 계획하기 정말 까다로운 땅을 만나기 일쑤이다. 사실 우리나라는 아주 큰 나라이다. 수평 투영 면적은 남북한 합쳐 22만 평방킬로미터로 그렇게 넓은 면적이 아니라지만, 산지가 차지하는 비율이 높은 노년기 지형이므로 주름이 많다. 그 주름을 쫙 펴서 표면적을 계산하자면 ..
2022.12.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