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이야기(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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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월의 질문 2025.10  Questions in October 가끔 나는 나에게 묻는다. 만약 내가 죽는 날을 미리 알게 된다면 어떨까? 나의 여명이 딱 1년이라면 나는 지금 무엇을 하고 있을까? 그래도 출근을 하고, 밥상을 차리고, 서울에 살고 있을까? 혹은 내게 남은 수명이 몇 년쯤 되면 아쉽지 않을까…? 나이가 들어 경증의 치매에 걸린 분이나 정신은 온전한데 거동이 불편한 분들의 이야기를 자주 듣는다. 친구나 선후배들의 부모님 얘기다. 겨우 30여 년 전만 해도 노인 소리를 들을 나이의 자식들이 더 연로한 부모님들을 돌보느라 동분서주하는 모습도 흔하게 본다. 베이비부머들의 돌봄 노동은 자식을 너머 부모에게로 끝없이 이어진다. 살아도 산 것 같지 않은 병상에 계신 내 엄마를 보며 어떻게 죽을 것인가 해답 없는 질문을 자꾸.. 10:2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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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음이 힘들 때 호~ 해주는 마음약방 그리고 마음편의점! 2025.9Maeumyakbang(pharmacy) and Maeumpyeonijeom(convenience store) that cheer you up when you’re feeling down! 스무 가지 마음의 증상이 있다. 당장 응급실에 가야 할 중병은 아니다. 어떤 증상은 장난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피식 웃으며 하나씩 읽다가 ‘어? 이거 남 얘기만은 아닌데?’ 하고 점점 감정이입을 하게 된다. 나에게도 해당하는 증상이 최소한 서너 개 이상 있다. ‘의욕상실증’이나 ‘노화 자각 증상’, ‘습관성 만성피로’ 같은 증세는 매일 느끼기도 한다. 그런 증세를 없애는 특별한 처방이 있다면 당장 찾아가서 받아보고 싶을 지경이다. 마음약방 1호점 증상명(20개) 꿈 소멸증, 의욕 상실증, 가족 남남 신드롬, 급성 .. 2025.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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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후회의 향기처럼 아련한내 한여름 밤의 꿈 2025.8My midsummer night’s dream, like the distant scent of regret 이제는 골동품 가게에서나 볼 수 있는 수동 타자기가 있다. 여름방학에 찾아간 할머니 댁 다락방에서 오래된 물건들 사이를 더듬다 발견했을 것만 같은 물건이다. 타자기 옆에는 희미해진 글자가 띄엄띄엄 박힌 누렇게 바랜 종이 한 장이 떨어져 있다. 쓰다가 몇 번이나 구겨 버리고 다시 썼을까? 알아보기 힘든 자음과 모음에서 머뭇머뭇 망설임이 느껴진다.할머니의 머리칼이 아직 윤기 흐르는 흑발이고 뺨은 여전히 분홍빛이던 아득히 먼 어느 날, 펜에 잉크를 채우고 빈 종이를 펼쳐 한 글자 한 글자 간절함을 채우던 순간이 있었다. 밤새워 쓰고도 차마 보내지 못해 숨겨둔 마음 한 조각이 있었다. 계절이 바뀌고 .. 2025.0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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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 여름의 품사들 2025.7The parts of speech of my summer 어릴 때는 겨울을 좋아했다. 거위털 패딩은커녕 기모 바지도 없었던 시절이라 지금보다 훨씬 더 춥게 지냈는데도 겨울이 좋았다. 스케이트를 탄 적도 없고 스키는 구경도 못 했지만 얼어붙은 논에서 썰매를 타는 겨울이 좋았다. 군밤을 먹을 수 있고 가래떡 길게 뽑아 연탄난로에 구워 먹는 겨울이 좋았다. 그런데 겨울은 더 이상 내가 제일 좋아하는 계절이 아니다. 가을 끝자락에 겨울이 모습을 살짝 드러내면 ‘이번 겨울은 얼마나 추우려나.’, 덜컥 겁부터 난다. 추위가 싫다고 여름이 좋아진 것도 아니다. 해마다 여름이 더 길어지고 더워지니 5월에 벌써 반팔을 꺼내 입으며 닥쳐올 더위를 걱정한다. 나이 탓인지 덥지도 춥지도 않은 순한 날씨가 좋다. 사실 아파트.. 2025.0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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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금은 희미해진 첫사랑에게 2025.6To my first love that has now faded 어쩌다 우리는 사랑에 빠졌을까요? 어쩌다 당신 이외의 사람들은 모두 배경화면이 되고 당신 목소리 아닌 소리는 모두 소음으로 변하는 황당한 일이 일어났을까요? 미안해요, 당신을 언제 처음 봤는지 첫인상이 어땠는지도 이젠 기억나지 않아요. 셀 수 없이 많은 시간이 흘렀으니 당연한 일인가요? 그렇게 사랑했는데 왜, 무엇 때문에 우리는 헤어졌나요? 나의 무엇이 당신을 못 견디게 했나요? 사랑의 이유가 되던 모든 것이 어느 날 갑자기 별리의 원인으로 변했는지도 모르겠어요. 사랑이라는 환각 상태에 취해 있다가 화들짝 깨어보니 모든 것이 참기 힘든 것으로 바뀌었는지도 모르죠. 지금은 참담했던 그 이별의 순간조차 희미해졌어요.그래서 당신, 잘 살고 있.. 2025.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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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그들에게 천국이었을까, 감옥이었을까? 2025.5Was I a heaven or a prison to them? 엄마의 사진을 본다. 오드리 헵번 같은 플레어스커트에 고데 머리를 한 처녀가 양산 안에서 활짝 웃고 있다. 구애하는 총각을 놀리기라도 하는듯 눈에 장난기가 가득하다. 아무런 근심 없는 해맑은 얼굴이고, 아직 중력이 마수를 뻗치지 않아 단단한 몸매다. 내가 태어나기 전이다. 저절로 미국 로스앤젤레스에 본사를 둔 꽃배달 서비스 회사 텔레플로라(Teleflora)의 어머니날 광고가 연상된다. 어머니에게 꽃을 보내라는 이야기를, 수많은 엄마의 젊은 시절 사진을 보여주는 것으로 대신하고 있다. 자막) mother 텔레플로라 러브 스토리(a teleflora love story) Na) 당신의 어머니가 되기 전에, 그녀는 한 사람.. 2025.05.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