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신(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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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품 의자의 가격 2025.6
The price of a luxury chair 우리가 ‘명품’이라고 쓰는 단어는 영어 ‘럭셔리(luxury)’를 잘못 번역한 말이다. 우리가 ‘명품’이라고 말하는 대상을 영어를 쓰는 지역에서는 ‘사치품’ 또는 ‘호사품’이라고 부르는 것이다. 샤넬, 구치, 루이비통, 에르메스, 디오르 같은 브랜드가 떠오른다. ‘명품’이라고 하면 아주 잘 만들어서 명성이 있는 제품이라는 느낌이 더 강하다. 반면에 가구 브랜드에 대해서는 명품이라는 말을 잘 쓰지 않는 것 같다. 적어도 한국에서는 말이다. 왜냐하면 우리나라에서 가구 브랜드는 유명하지 않기 때문이다. 낯설고 생소한데 어떻게 명품이라는 단어가 어울리겠는가? 하지만 최근 사람들이 가구에 대해서도 관심이 부쩍 높아졌다. 허먼밀러나 비트라 같은 브랜드는 이제 좀..
2025.06.30 -
<마천루>와 <브루탈리스트> ② 2025.5
and ② 아키텍트가 주인공으로 나오는 영화, 그것도 건축이 주제인 영화는 많지 않다. 내가 알고 있는 가장 대표적인 영화는 1949년작 와 지난해 개봉한 다. 지난 호에 를 비평했고, 이번 달에는 를 비평해 보려고 한다. 나는 물론 디자인 칼럼니스트로서 영화 비평이 아니라 영화에서 건축을 어떻게 다루는지를 비평하려고 한다. 의 경우 작가 아인 랜드가 자신의 철학인 객관주의를 실천하는 영웅적 인물로서 타협하지 않는 아키텍트를 선정했다고 지난달 글에서 언급한 바 있다. 타협하지 않는 예술가는 모든 분야에 존재한다. 왜 굳이 건축 분야를 선정했을까? 그것은 건축이라는 작업이 문학이나 미술, 음악과 달리 자신의 예술 의지를 실천하는 데 많은 장애가 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혼자 고독하게 작업하는 것이 ..
2025.05.31 -
<마천루>와 <브루탈리스트> ① 2025.4
and ① 아키텍트를 주인공으로 한 영화는 의외로 많지 않다. 아키텍트가 주인공으로 나오는 유명한 영화로는 1974년작 과 1993년작 이 있다. 각각 폴 뉴먼과 톰 행크스라는 스타가 주인공 아키텍트로 나왔고 두 영화 모두 흥행에서도 대박을 터뜨렸다. 하지만 이들 영화는 건축을 다루지 않는다. 은 초고층 건물의 화재를 소재로 한 재난영화고, 은 로맨스 영화다. 주인공이 건축을 업으로 삼고, 내용도 건축을 다룬 영화가 최근 한국에서 개봉되었다. 영화 는 2025년 아카데미 작품상 후보에 올랐고 주인공으로 나온 에이드리언 브로디는 남우주연상을 받았다. 는 1949년작 와 함께 건축을 본격적으로 다룬 대표적인 두 개의 작품이다. 의 원제는 다. 직역하면 ‘샘의 원천’이지만 ‘창조의 원천’ 정도로 의역할..
2025.04.30 -
사실을 직시한 표현 2025.3
Expressions that face facts “비엔나 1900, 꿈꾸는 예술가들 – 구스타프 클림트부터 에곤 실레까지” 전시회는 거의 마지막에 걸려 있는 에서 정점을 찍었다. 이 그림 앞에서 한참을 구경했다. 정말 걸작이다. 이 전시회는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구스타프 클림트의 작품으로 시작해서 마지막에는 에곤 실레의 작품으로 끝난다. 그런데 구스타프 클림트의 작품 수는 많지 않고 유명한 작품은 오지 않았다. 반면에 에곤 실레의 작품 수는 많고 대작도 있었다. 그 하이라이트가 바로 인 것이다. 이 작품은 기존 아카데미즘 누드화와 완전히 ‘분리’되어 있다. 클림트와 실레는 모두 비엔나 ‘분리파(Secession)’의 주요 예술가라는 점에서 이 작품은 매우 분리파답다. 은 클림트의 대표작인 와 견..
2025.03.31 -
단순성과 대비의 아름다움 2025.2
The Beauty of Simplicity and Contrast 무엇이 아름다운 것일까? 사람이 아름답다고 느끼는 대상에는 어떠한 요소가 있길래 아름답다고 여길까? 꽃은 왜 아름다울까? 나뭇잎은 왜 아름다울까? 호랑이와 늑대, 상어와 독수리 같은 동물에 대해서도 아름답다고 말한다. 그 무시무시한 맹수들을 보고 왜 아름답다고 말하는 것일까? 저녁노을을 볼 때도 사람들은 아름다움을 느낀다. 드라마틱한 구름의 변화와 울창한 숲, 연달아 이어지는 산들, 깎아지른 절벽에서 쏟아지는 폭포, 밤하늘에서 쏟아질 것처럼 반짝이는 별과 같은 자연현상을 볼 때도 아름답다고 느낀다. 균형 잡힌 운동선수의 몸, 관객을 사로잡는 영화배우의 얼굴에도 아름다움이 있다. 사람들이 아름답다고 말하는 대상은 너무나 다양하다. 그렇..
2025.02.28 -
부드러운 저항, 폴란드 포스터 2025.1
Polish Poster, Soft Resistance 폴란드 포스터 전시가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대규모로 개최되었다. 경기도 양평에 있는 이함캠퍼스에서 2024년 11월 22일부터 2025년 6월 22일까지 ‘침묵, 그 고요한 외침, 폴란드 포스터’라는 제목으로 전시가 열리고 있다. 이번 전시에는 1950~60년대 폴란드 포스터 200여 점을 만날 수 있다. 한국인들에게 폴란드 포스터는 참으로 생소할 것이다. 하지만 폴란드는 포스터의 왕국으로 이름난 국가다. 특히 1950~60년대 폴란드 포스터는 ‘폴란드 포스터 학파(Polish School of Posters)’라고 개념화해서 부를 정도로 서구 시각문화계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미국의 저명한 그래픽 디자인 역사가인 필립 B. 멕스는 ..
2025.01.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