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인스토리(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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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천루>와 <브루탈리스트> ② 2025.5
and ② 아키텍트가 주인공으로 나오는 영화, 그것도 건축이 주제인 영화는 많지 않다. 내가 알고 있는 가장 대표적인 영화는 1949년작 와 지난해 개봉한 다. 지난 호에 를 비평했고, 이번 달에는 를 비평해 보려고 한다. 나는 물론 디자인 칼럼니스트로서 영화 비평이 아니라 영화에서 건축을 어떻게 다루는지를 비평하려고 한다. 의 경우 작가 아인 랜드가 자신의 철학인 객관주의를 실천하는 영웅적 인물로서 타협하지 않는 아키텍트를 선정했다고 지난달 글에서 언급한 바 있다. 타협하지 않는 예술가는 모든 분야에 존재한다. 왜 굳이 건축 분야를 선정했을까? 그것은 건축이라는 작업이 문학이나 미술, 음악과 달리 자신의 예술 의지를 실천하는 데 많은 장애가 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혼자 고독하게 작업하는 것이 ..
2025.05.31 -
<마천루>와 <브루탈리스트> ① 2025.4
and ① 아키텍트를 주인공으로 한 영화는 의외로 많지 않다. 아키텍트가 주인공으로 나오는 유명한 영화로는 1974년작 과 1993년작 이 있다. 각각 폴 뉴먼과 톰 행크스라는 스타가 주인공 아키텍트로 나왔고 두 영화 모두 흥행에서도 대박을 터뜨렸다. 하지만 이들 영화는 건축을 다루지 않는다. 은 초고층 건물의 화재를 소재로 한 재난영화고, 은 로맨스 영화다. 주인공이 건축을 업으로 삼고, 내용도 건축을 다룬 영화가 최근 한국에서 개봉되었다. 영화 는 2025년 아카데미 작품상 후보에 올랐고 주인공으로 나온 에이드리언 브로디는 남우주연상을 받았다. 는 1949년작 와 함께 건축을 본격적으로 다룬 대표적인 두 개의 작품이다. 의 원제는 다. 직역하면 ‘샘의 원천’이지만 ‘창조의 원천’ 정도로 의역할..
2025.04.30 -
사실을 직시한 표현 2025.3
Expressions that face facts “비엔나 1900, 꿈꾸는 예술가들 – 구스타프 클림트부터 에곤 실레까지” 전시회는 거의 마지막에 걸려 있는 에서 정점을 찍었다. 이 그림 앞에서 한참을 구경했다. 정말 걸작이다. 이 전시회는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구스타프 클림트의 작품으로 시작해서 마지막에는 에곤 실레의 작품으로 끝난다. 그런데 구스타프 클림트의 작품 수는 많지 않고 유명한 작품은 오지 않았다. 반면에 에곤 실레의 작품 수는 많고 대작도 있었다. 그 하이라이트가 바로 인 것이다. 이 작품은 기존 아카데미즘 누드화와 완전히 ‘분리’되어 있다. 클림트와 실레는 모두 비엔나 ‘분리파(Secession)’의 주요 예술가라는 점에서 이 작품은 매우 분리파답다. 은 클림트의 대표작인 와 견..
2025.03.31 -
단순성과 대비의 아름다움 2025.2
The Beauty of Simplicity and Contrast 무엇이 아름다운 것일까? 사람이 아름답다고 느끼는 대상에는 어떠한 요소가 있길래 아름답다고 여길까? 꽃은 왜 아름다울까? 나뭇잎은 왜 아름다울까? 호랑이와 늑대, 상어와 독수리 같은 동물에 대해서도 아름답다고 말한다. 그 무시무시한 맹수들을 보고 왜 아름답다고 말하는 것일까? 저녁노을을 볼 때도 사람들은 아름다움을 느낀다. 드라마틱한 구름의 변화와 울창한 숲, 연달아 이어지는 산들, 깎아지른 절벽에서 쏟아지는 폭포, 밤하늘에서 쏟아질 것처럼 반짝이는 별과 같은 자연현상을 볼 때도 아름답다고 느낀다. 균형 잡힌 운동선수의 몸, 관객을 사로잡는 영화배우의 얼굴에도 아름다움이 있다. 사람들이 아름답다고 말하는 대상은 너무나 다양하다. 그렇..
2025.02.28 -
부드러운 저항, 폴란드 포스터 2025.1
Polish Poster, Soft Resistance 폴란드 포스터 전시가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대규모로 개최되었다. 경기도 양평에 있는 이함캠퍼스에서 2024년 11월 22일부터 2025년 6월 22일까지 ‘침묵, 그 고요한 외침, 폴란드 포스터’라는 제목으로 전시가 열리고 있다. 이번 전시에는 1950~60년대 폴란드 포스터 200여 점을 만날 수 있다. 한국인들에게 폴란드 포스터는 참으로 생소할 것이다. 하지만 폴란드는 포스터의 왕국으로 이름난 국가다. 특히 1950~60년대 폴란드 포스터는 ‘폴란드 포스터 학파(Polish School of Posters)’라고 개념화해서 부를 정도로 서구 시각문화계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미국의 저명한 그래픽 디자인 역사가인 필립 B. 멕스는 ..
2025.01.31 -
맥락을 살린다는 것 2024.12
Making Use of Context 한 십 년 전 금호미술관에서 20세기 부엌과 디자인 전시회가 열린 적이 있었다. 이 전시회는 20세기 부엌 디자인 역사에서 아주 중요한 것으로 평가받는 두 개의 부엌이 전시되었다. 하나는 프랑크푸르트 주방이고, 또 하나는 유니테 다비타시옹 주방이다. 두 주방은 현대적인 공간에 맞는 ‘모던 키친’으로 높은 평가를 받는다. 하지만 두 개의 부엌은 그 접근 방식이 전혀 다르다. 마가레테 쉬테-리호츠키가 디자인한 프랑크푸르트 주방은 작업주방으로서 기능성에 초점을 맞춰 디자인했다. 아주 작은 공간에서 주부가 효율적으로 일할 수 있도록 디자인한 것이다. 반면에 샬롯 페리앙의 부엌은 르 코르뷔지에가 디자인한 유명한 아파트 유니테 다비타시옹을 위해 개발한 것이다. 이 부엌은 ..
2024.12.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