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디터스레터(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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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장과 균형의 사이에서 2025.4
Between tension and balance 한 건축사가 농담반 진담반이라며 말을 꺼냈다. “우리나라에서 공공건축의 완성도가 낮은 이유 3가지가 무엇일까?” 이렇게 질문한 후 답을 다음과 같이 이야기해 주었다. “첫째, 과거의 건축물 사례들의 평균으로 공사비를 책정하여 더 좋은 건축물이 만들어지기 어렵다. 둘째, 건축물이 완성되기 전에 담당자의 인사이동으로 인해 발주처의 요구 조건이 바뀐다. 셋째, 설계의도 구현 용역이 있지만 현실적으로 설계자가 시공과정에 적극적으로 관여하기 어렵다”는 것이었다. 슬프게도 이 이야기를 들은 대부분의 건축사들이 공감하는 모습을 보았다. 춘천 퇴계동을 지나다가 건축물 하나가 눈에 들어왔는데, 세련되고 깔끔한 이미지였고 자동차 전시매장 느낌이 들었다. 유명한 건축사의..
2025.04.30 -
숨은 보물찾기 2025.3
Hidden Treasure Hunt 건축사지에 게재되는 작품이 정해지는 과정은 아래와 같다. 먼저 건축사 스스로가 게재 요청을 해주시는 방법이다. 건축사신문 누리집(https://www.ancnews.kr/com) 기사제보 페이지나 이메일 등을 통해 요청하면 게재에 필요한 적절한 자료에 대한 안내가 제공된다. 건축사님들과 만나는 온·오프라인 자리에서 작품 게재를 권하기도 하는데, 가끔은 좋은 작품을 설계하지만 작품 게재에 대해 잘 알지 못하는 다른 건축사님의 작품을 추천해 주시는 경우도 있다. 이러한 경우 편집국에서 해당 건축사님께 연락을 드려 게재를 요청드리게 된다. 여기에 더해서 여러 SNS와 건축사사무소 누리집 등을 통해 좋은 작품을 찾아보는 경우도 많다. SNS에서 지속적으로 건축 작품들을 ..
2025.03.31 -
아파트 아파트 2025.2
Apartment Apartment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주거 목적의 건축물은 단연 아파트일 것이다. 경제와 인구 규모가 급속도로 성장하던 시기에 주거 공급을 정책적으로 진행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대단지 아파트가 만들어지게 되었는데, 이것이 사회적 인식 속에서 부와 성공의 상징이 되었고 가장 성공적인 투자방법이 되었으며 또 다른 아파트 단지가 만들어지게 하는 원동력이 되었다. 그러다 보니 많은 비율의 국민이 아파트에 거주한 경험을 가지게 되었고 한국의 주거 유형 중 대표 자리를 차지하게 되었다. 이처럼 아파트가 많이 만들어지다 보니 책으로 써도 부족할 만큼 관련된 이야기도 많을 수밖에 없다. 최초에는 5층 규모의 판상형 아파트가 보급되다가, 엘리베이터가 적용되며 더 높은 층수로 만들어지게 되었다. 이때쯤..
2025.02.28 -
건축사, 일하고 싶다 2025.1
Architect, I want to work 건축을 숭고한 예술행위로만 해석하는 것이 아니라, 그와 동시에 하나의 사업체가 운영되기 위해 이윤을 창출하는 일이라는 것을 깨닫게 된 계기가 있었다. 학창 시절, 유명한 건축사의 특강이 진행되고 옆자리의 친구가 그분이 설계한 건물에 대해 질문했는데 “학생은 모를 수 있지만, 작품을 위해 하는 일이 있고, 회사가 운영되기 위한 일이 있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질문자는 적잖은 실망감을 느끼는 것 같았지만, 나에게는 내가 있던 온실이 와장창 깨지며 바깥세상이 있다는 것을 알게 해주는 답변이었다. 건축은 다른 예술분야에 비해 적은 비용으로 몇 사람을 만족시키면 되는 것이 아니고, 훨씬 더 많은 업무와 큰 비용이 필요하며 사회적인 영향력을 가진다는 것을 알게 해..
2025.01.31 -
보통의 건축사, 세상을 만든다 2024.12
Many average architects, maketh the world 학창 시절, 해마다 11월 중순이 되면 밤에 이불을 두르고 친구들과 옥상에 올라가 하늘을 바라보았다. 사자자리 유성우를 보는 것이 매년의 이벤트였다. 나는 길어봐야 한 시간 정도 유성 몇 개를 보고 찬바람을 이기지 못하고 들어왔지만, 날이 밝을 때까지 버티며 수많은 별들과 유성을 마주하는 친구들이 있었다. 그 친구들은 유성을 바라보며 어떤 소원을 빌고 싶었을까. 하늘의 수많은 별들 중 가장 밝게 빛나는 별이 되고 싶다는 소원을 빌었을까. 처음 건축사라는 직업을 알게 되었을 때, 내가 건축사가 되면 세상 모든 건축물들을 다 설계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심시티(SimCity) 같은 게임처럼 넓은 땅에 선을 주욱 그려내면 도시가 만..
2024.12.31 -
건축이 전문가의 영역이라는 사실, 교양이 되어야 한다 2024.11
Architecture is the domain of experts, so it should be educated 부럽다. 그저 부럽다 요즘 많은 인기를 끌고 있는 ‘흑백요리사’라는, 요리를 주제로 한 서바이벌 프로그램을 대부분 접했을 것이다. 누군가는 이 프로그램을 보고 스타 건축사에게 도전하는 흑수저 신진건축사의 모습을 담은 ‘흑백건축사’를 상상했을 수 있겠지만, 나는 그저 부러웠다. 인류에게 꼭 필요한 의식주(衣食住) 중에서 주(건축)를 제외한 다른 분야는 대중이 이미 너무도 친숙하고 쉽게 접하고 있다. 일상적(평상복과 일반적인 식사)으로 항상 접하는 것은 물론, 그 이상(디자이너의 옷과 요리사의 요리) 또한 특별한 날 찾고 즐기고자 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그에 비해 사람들은 매일 경험하고 있..
2024.11.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