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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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마르칸트의 건축유산 ① 실크로드 사마르칸트 2024.6
Architectural Heritage in Samarkand ① Silk Road Samarkand 0. 서 (序) 지난 2023년 2월부터 2024년 1월까지 1년간 국가유산청 문화유산 국제개발 협력 (ODA: Official Development Assistance)사업의 일환으로 우즈베키스탄 사마르칸트 아프로시압 박물관 전시실 리모델링 공사 총감독으로 일했다. 현지에 있는 동안은 바쁘기도 하지만 개인 관심사에 시간을 쓰면 안 되므로 건축유산을 코앞에 놓고도 내부까지 들어갈 수가 없었다. 그러나 다행히 유적지 근처에 숙소를 정해 현장까지 2킬로미터 정도를 매일 걸어 출퇴근하면서 같은 건물을 겉으로나마 반복해서 여러 번 볼 수 있었다. 귀국 무렵엔 일과 후 저녁시간을 이용해 짬짬이 하나하나 틈..
2024.06.30 -
도시 오딧세이 ⑬ 낡아 해어진 구두처럼 명멸하는 수제화 거리 2024.6
City Odyssey ⑬ A street of handmade shoes disappearing like worn-out shoes 내 발에 꼭 맞는 신발을 신는다는 건 참으로 편안한 행복이다. 동남아에서 전래한 ‘원숭이 신발’이라는 우화가 있다. 공짜 신발에 길들여진 원숭이가 결국 맨발로는 걸을 수 없게 되어, 가진 모든 걸 내어주면서 신발을 사 신는 처지로 전락한다는 이야기다. 우화는 제국주의 침략을 비판하기도, 면면히 이어온 풍습이 신문물로 대체되는 현상을 빗대기도 한다. 신발은 만드는 재료에 따라 제각각이다. 풀이나 짚을 엮어 만드는 짚신부터 나무를 깎아 만든 나막신, 가죽신은 물론 쇠로 만든 신발까지 다양하다. 가난한 백성은 짚신을 신었다. 1920년대 혜성처럼 등장한 고무신이 혁명적 변화..
2024.06.30 -
건축, 환경을 만들고 미래를 창조하다 ⑫ 인간적 도시를 위한 고민, 작은 도시를 위하여 2024.5
Creating architecture, environment, and the future ⑫ Concerns for a humane city, for a small city 메가시티?메가시티가 국내 언론의 중심에 서 있다. 과연 메가시티가 대세인 걸까? 아주 극단적인 형태도 발표되었다. 이것을 건물이라고 해야 할지, 도시라고 해야 할지 모르지만, 사우디아라비아의 네옴시티(NEOM)는 하나의 건축 구조물 안에 도시 인구 전체를 수직 수평으로 구분해서 몰아넣겠다는 개념이다. 이 개념을 보자마자 SF영화의 불온한 계급관이 떠올랐다. 문득 1980~90년대에 사상 최대의 호황을 구가하던 일본 건설회사들이 앞다퉈 발표했던 초고층 건물이 생각난다. 가능 여부를 떠나서 거대함에 대한 환상이 있었음이 분명하다. ..
2024.05.31 -
도시 오딧세이 ⑫ 마장동 축산물시장을 바라보는 우리의 시선 2024.5
City Odyssey ⑫ Our perspective on Majang Meat Market 모여야 좋아지는 것들이 있다. 사람 사는 세상도 마찬가지다. 좋은 사람들이 모이면 선한 영향력을 발휘하지만, 반대의 경우 사회악이 될 개연성이 농후해진다. 도시 공간 또한 그렇다. 모인다는 건 주고받을 게 많다는 것이고, 이는 서로에게 이익이 되는 경우가 다반사다. 장시(場市)의 형성이다. 경제학에선 이를 집적이익이나 집적효과라 부르는 모양이다. 도성 밖 청계천 끝자락, 2,000여 축산물 가게가 모여 집적효과를 톡톡히 누리는 공간이 있다. 마장 축산물시장이다. 동쪽으로 흐르던 청계천이 몸을 틀어 중랑천으로 꺾어 드는 곳 남쪽에 마장동이 자리한다. 왕조 시대, 이곳엔 말 사육이 특화되어 있었고, 마을은 여..
2024.05.31 -
건축, 환경을 만들고 미래를 창조하다 ⑪ 관광으로 평가받는 건축의 가치와 도시 발견 2024.3
Creating architecture, environment, and the future ⑪ The value of architecture and the discovery of cities considered to be tourism 유유자적 (悠悠自適) 유사 이래, 여흥으로 살고 있는 지역을 떠나 이동하는 경우는 많지 않았다. 돈뿐만 아니라 시간적 여유가 있는 계층에서나 가능했기에 귀족이나 부르주아들만 가능했다. 여행은 그런 의미에서 사치스러운 행위이면서 지적 유희의 행동이었다. 물론 여행의 어원을 고대 시대 또는 중세 십자군에서 찾기도 하지만 오늘날 이야기하는 근대적 의미는 아니었다. 근대 이후의 여행은 위락과 휴식, 새로운 경험과 교양의 확대 등을 목적으로 한다. 오늘날 관광과 여행이라는 이 두 ..
2024.03.31 -
도시 오딧세이 ⑩ 아직 남아 있는 쓰임을 애타게 기다리는 공간 2024.3
City Odyssey ⑩ A space that is still anxiously waiting for its remaining uses 동대문을 벗어난 발길이 개천(開川)으로 향한다. 왕비가 청령포로 귀양 가는 왕과 눈물로 이별했다는 영도교(永渡橋)에 이른다. 곧게 흘러온 물이 오간수문을 빠져나와 이곳에서 활처럼 휜다. 아낙들이 모여 소식을 나누었을 빨래터를 지나선, 개천은 점점 품을 넓힌다. 영도교가 청계7가∼8가 한가운데에서 개천을 건넌다. 경상도와 강원도, 함경도로 향하던 길 초입으로, 왕십리 지나 뚝섬과 광나루를 잇대었으니 분명 번잡하였으리라. 다리 건너가 황학동이다. 성동공고 남측 가구 거리가 왕조시대부터 장터였으니, 이곳 역시 물산과 사람들로 넘쳐났으리라. 왕십리 채소밭과 황학동 미나리꽝이..
2024.03.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