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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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 오딧세이 ⑳ 젊은이의 공간으로 거듭나길 2025.1
City Odyssey ⑳ To be reborn as a space for young people 아득해 무엇 하나 가늠할 수 없다. 퇴화해가는 신체와는 달리, 휘황하게 변해버린 공간이 그저 어리둥절하다. 그 아득함은 MZ세대에게서 느끼는 격세지감보다 더 깊다. 마치 신촌 로터리에 있었던 나이트클럽 ‘우산 속’을 찾아 더듬거리는 기분이다. 사라져버린 곳을 기억으로 소환해야 하는 당혹감이, 공간이 주는 충격에 버금간다. 도시 공간끼리도 경쟁이 있을까. 그렇다면 신촌은 분명 패배자다. 젠트리피케이션이 일반화하기도 전에 먼저 그 철퇴를 맞았다. 인근 홍대와 연남동에 모든 매력을 넘겨주고 말았다. 앗긴 명성을 좀처럼 되찾아오지 못한 시간이 벌써 수십 년이다. 신촌은 기득권으로 노회해진 86세대를 닮았다. ..
2025.01.31 -
도시 오딧세이 ⑲ 편견을 버리고, 공존하는 공간으로 2024.12
City Odyssey ⑲ Toward a Space of Coexistence, Getting Rid of Prejudices 지하철역을 나서니, 낯선 말이 먼저 들려온다. 곳곳에서 알아들을 수 없는 중국 말이 이어진다. 사회집단을 드러내는 관습 체계가 언어인 만큼 이질적 사회집단 공간에 들어섰음을 청각이 먼저 반응해 인지한다. 대로에서 꺾어 들어 시장통에 이르자, 몇 걸음 만에 확연한 차이가 눈에 잡힌다. 익숙지 않은 분위기에서 차이나타운 한가운데임을 실감한다. 즐비한 간체자 간판이 이 공간을 웅변하고 있다. 냄새와 공기부터 다르다. 웅성거리는 말소리만큼이나 음식도 이국적이다. 그들 특유의 향이 분위기를 자아낸다. 중국 특유의 풍토와 문화, 전통이 대림동 길거리에서 짙은 향으로 조리되고 있었다...
2024.12.31 -
사마르칸트의 건축유산 ③ 사마르칸트의 주요 이슬람 교육공간 – 마드라사 2024.11
Architectural Heritage in Samarkand ③ Madrasahs in Samarkand 앞서 서술한 것처럼 이슬람 건축에서 예배 공간 (모스크), 교육 및 수행공간 (마드라사), 사후 공간(마우솔레움/영묘)을 각각 독립적으로 설명하는 것은 쉽지 않다. 이는 예배 공간과 교육 공간이 함께 있거나, 교육 공간이 사후 공간이 결합되어 있거나, 혹은 이 모든 들이 하나의 앙상블로 조화롭게 존재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이번 호에서는 레기스탄 광장의 세 개의 마드라사를 중심으로 다룬다. 연재가 끝나기 전 한국의 유교 교육공간이나 불교 교육공간과의 차이점과 유사점을 살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1. 레기스탄 광장 (Regi-stan Square) 사마르칸트에는 레기스탄이란 광장이 있는..
2024.11.30 -
도시 오딧세이 ⑱ 디지털 산업단지에서 다시 던지는 질문 2024.11
City Odyssey ⑱ Questions raised again in the digital industrial complex 상전벽해인 공간이 젊다 못해 어리광을 부리고 있다. 예전엔 ‘한국수출산업단지’였고, 지하철은 가리봉역과 구로공단역이었다. 그러던 곳 이름이 디지털 산업단지라는 긴 꼬리표를 달았다. 최첨단의 끝없는 확장성이라는 디지털의 생명력을 장착한 것이다. 그럼에도 모태는 아날로그일 수밖에 없다. 아날로그 생명력은 이어짐의 연속이자 흐름이다. 옛 공단이 ‘서울디지털산업단지’로 바뀌었을망정 이곳에서 옛 아날로그 감성을 찾아내 다시 읽어 보고 싶어진 이유다. 1964년부터 수출을 기치로 내걸고 조성된 공단은 당시로선 놀랄만한 규모였다. 높은 굴뚝에 엉성한 공장에서 기계처럼 일해야 했던 노동..
2024.11.30 -
친환경건축물 관련 인증제도에 대한 이해 ③ 건축물에너지효율등급 인증과 제로에너지건축물 인증 2024.10
Understanding of Green Building Certifications ③ Building Energy Efficiency Rating Certification and Zero Energy Building (ZEB) Certification 불필요한 행정절차 및 규제 해소를 위해 2025년 1월부터 제로에너지건축물 인증으로 통합 시행 2025년 연면적 1,000㎡ 이상, 2030년 연면적 500㎡ 이상의 민간건축물도 제로에너지건축물 인증 의무화 건축물의 에너지 소비는 온실가스 배출량과 직결되어 있고, 전체 온실가스 배출량에서 건축물이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크다. 이에 정부에서는 이러한 온실가스 배출량 감축과 에너지 및 자원절약을 통해 환경영향을 최소화하고, 자연친화적이며 쾌적한 거주..
2024.10.31 -
도시 오딧세이 ⑰ 공간의 생명력을 품은 문래동 철공소와 창작촌 2024.10
City Odyssey ⑰ Mullae-dong Ironworks and Mullae Art Village that contain spatial vitality 수십 년 만에 다시 찾은 문래동은 그야말로 상전벽해다. 박정희가 쿠데타를 모의했다던 군부대는 공원으로 변했고, 널따랗던 방적공장 자리엔 숲을 이룬 아파트가 키재기하고 있다. 문익점이 가져온 목화씨가 처음 싹 틔워 목화마을이기도 한 문래동 한가운데, 그럼에도 옛날을 기억하듯 변치 않은 공간이 자리한다. 도림천과 철도, 그리고 아파트 숲에 갇혀 섬처럼 둥둥 떠 있는 공간이 백여 년 쌓아 온 시간의 층위를 시퍼런 용접 불꽃으로 단단히 동여매고 있다. 가난했던 젊은 시절, 이곳 철공소에서 스쳐 가듯 맡아 보았던 용접봉 타는 냄새는 여전했다. 소리가 ..
2024.10.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