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74)
-
도시 오딧세이 ㉑ 모든 걸 품어주는 골 깊은 소래포구 2025.2
City Odyssey Sorae Port with deep tidal channels embraces everything 갯골은 깊었다. 나뉜 여러 물줄기를 갯골이 하나로 합해 냈다. 포구의 시원인 물길 끄트머리 산에 당나라 蘇定方(소정방)이 당도(蘇來)해 붙은 이름이 변해 소래(蘇萊)가 되었다. 신라와 연합한 당나라 군대가 백제를 치기 위해 바닷길로 기벌포를 향했으니, 포구는 역사의 갈림길이기도 했다. 골 깊은 포구는 모든 걸 받아안았다. 포구는 떠남이자 돌아옴이니 안락한 둥지라 할만하다. 포구 밖은 갯벌이다. 얕은 간석지가 소금밭이 되었어도 탓하지 않았다. 오만한 인간이 바다를 메워 해안선이 곧아졌어도 의젓하기만 했다. 바닷물은 여전히 땅 밑을 흐를 것이기 때문이다. 높다란 아파트 숲이 갯골 ..
2025.02.28 -
도시 오딧세이 ⑳ 젊은이의 공간으로 거듭나길 2025.1
City Odyssey ⑳ To be reborn as a space for young people 아득해 무엇 하나 가늠할 수 없다. 퇴화해가는 신체와는 달리, 휘황하게 변해버린 공간이 그저 어리둥절하다. 그 아득함은 MZ세대에게서 느끼는 격세지감보다 더 깊다. 마치 신촌 로터리에 있었던 나이트클럽 ‘우산 속’을 찾아 더듬거리는 기분이다. 사라져버린 곳을 기억으로 소환해야 하는 당혹감이, 공간이 주는 충격에 버금간다. 도시 공간끼리도 경쟁이 있을까. 그렇다면 신촌은 분명 패배자다. 젠트리피케이션이 일반화하기도 전에 먼저 그 철퇴를 맞았다. 인근 홍대와 연남동에 모든 매력을 넘겨주고 말았다. 앗긴 명성을 좀처럼 되찾아오지 못한 시간이 벌써 수십 년이다. 신촌은 기득권으로 노회해진 86세대를 닮았다. ..
2025.01.31 -
도시 오딧세이 ⑲ 편견을 버리고, 공존하는 공간으로 2024.12
City Odyssey ⑲ Toward a Space of Coexistence, Getting Rid of Prejudices 지하철역을 나서니, 낯선 말이 먼저 들려온다. 곳곳에서 알아들을 수 없는 중국 말이 이어진다. 사회집단을 드러내는 관습 체계가 언어인 만큼 이질적 사회집단 공간에 들어섰음을 청각이 먼저 반응해 인지한다. 대로에서 꺾어 들어 시장통에 이르자, 몇 걸음 만에 확연한 차이가 눈에 잡힌다. 익숙지 않은 분위기에서 차이나타운 한가운데임을 실감한다. 즐비한 간체자 간판이 이 공간을 웅변하고 있다. 냄새와 공기부터 다르다. 웅성거리는 말소리만큼이나 음식도 이국적이다. 그들 특유의 향이 분위기를 자아낸다. 중국 특유의 풍토와 문화, 전통이 대림동 길거리에서 짙은 향으로 조리되고 있었다...
2024.12.31 -
사마르칸트의 건축유산 ③ 사마르칸트의 주요 이슬람 교육공간 – 마드라사 2024.11
Architectural Heritage in Samarkand ③ Madrasahs in Samarkand 앞서 서술한 것처럼 이슬람 건축에서 예배 공간 (모스크), 교육 및 수행공간 (마드라사), 사후 공간(마우솔레움/영묘)을 각각 독립적으로 설명하는 것은 쉽지 않다. 이는 예배 공간과 교육 공간이 함께 있거나, 교육 공간이 사후 공간이 결합되어 있거나, 혹은 이 모든 들이 하나의 앙상블로 조화롭게 존재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이번 호에서는 레기스탄 광장의 세 개의 마드라사를 중심으로 다룬다. 연재가 끝나기 전 한국의 유교 교육공간이나 불교 교육공간과의 차이점과 유사점을 살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1. 레기스탄 광장 (Regi-stan Square) 사마르칸트에는 레기스탄이란 광장이 있는..
2024.11.30 -
도시 오딧세이 ⑱ 디지털 산업단지에서 다시 던지는 질문 2024.11
City Odyssey ⑱ Questions raised again in the digital industrial complex 상전벽해인 공간이 젊다 못해 어리광을 부리고 있다. 예전엔 ‘한국수출산업단지’였고, 지하철은 가리봉역과 구로공단역이었다. 그러던 곳 이름이 디지털 산업단지라는 긴 꼬리표를 달았다. 최첨단의 끝없는 확장성이라는 디지털의 생명력을 장착한 것이다. 그럼에도 모태는 아날로그일 수밖에 없다. 아날로그 생명력은 이어짐의 연속이자 흐름이다. 옛 공단이 ‘서울디지털산업단지’로 바뀌었을망정 이곳에서 옛 아날로그 감성을 찾아내 다시 읽어 보고 싶어진 이유다. 1964년부터 수출을 기치로 내걸고 조성된 공단은 당시로선 놀랄만한 규모였다. 높은 굴뚝에 엉성한 공장에서 기계처럼 일해야 했던 노동..
2024.11.30 -
친환경건축물 관련 인증제도에 대한 이해 ③ 건축물에너지효율등급 인증과 제로에너지건축물 인증 2024.10
Understanding of Green Building Certifications ③ Building Energy Efficiency Rating Certification and Zero Energy Building (ZEB) Certification 불필요한 행정절차 및 규제 해소를 위해 2025년 1월부터 제로에너지건축물 인증으로 통합 시행 2025년 연면적 1,000㎡ 이상, 2030년 연면적 500㎡ 이상의 민간건축물도 제로에너지건축물 인증 의무화 건축물의 에너지 소비는 온실가스 배출량과 직결되어 있고, 전체 온실가스 배출량에서 건축물이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크다. 이에 정부에서는 이러한 온실가스 배출량 감축과 에너지 및 자원절약을 통해 환경영향을 최소화하고, 자연친화적이며 쾌적한 거주..
2024.10.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