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속건축이야기(26)
-
‘남산의 부장들’ 그리고 ‘홍등’ 2020.3
‘The Man Standing Next’ and ‘Raise The Red Lantern’ 영화 속 공간은 단지 아름다운 무대 배경으로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영화의 내용을 보완하고 때로는 더 강력한 역할을 하는 제3의 주연일 때도 있다. 문득 2000년 즈음에 대한건축사협회가 주최한 건축영화제 토론회에서 들었던 패널의 발언이 생각난다. 미술감독이었던 그는 영화와 건축은 별개고 영화에서는 건축적 언어를 크게 다루지 않는다고 말했다. 영화 속 건축에 대해 책도 내고 이곳저곳에서 관련 이야기를 하고 있던 내 입장에서는 당혹스러웠다. 그의 말대로 영화 속에서 공간이나 건축은 그저 액세서리로 다뤄지는 걸까. 당시에는 영화 시나리오의 짜임새도 약하고 자본이 취약한 시기였다. 미장센의 중요성에 대해 언급되는 일..
2023.01.11 -
창작 프로세스를 보여준 두 영화 ‘더 와이프’ & ‘마일스와 함께 집 짓기’ 2020.2
Two films showing the process of creation ‘The Wife’ &‘The Architect’ 두 영화 모두 제목이 이상했다. 보통명사에 해당되는 지극히 일상적인 용어라 당혹스럽게 다가왔다. 하나는 작년 가을 비행기에서 보게 되었고, 다른 하나는 미국 인터넷쇼핑몰 아마존에서 단지 제목 때문에 주문해서 본 영화다. 왜 ‘더 와이프’라는 제목에 끌렸을까? 하하. 난 남자니까 ‘남편(The husband)’이라는 영화를 봐야하는 것 아니었을까? 그런 영화가 있는 줄도 몰랐지만……. 그래도 ‘더 와이프’가 여러 영화제에서 수상한 작품이라 손이 갔다. ‘마일스와 함께 집 짓기’는 순전히 자료를 조사하다가 원제가 ‘The Architect(건축사)’라는 점 때문에 본 영화다. 이 두 ..
2023.01.10 -
도시의 소박함, 그리고 사람들의 이야기 - 러브 액츄얼리 2020.1
Plainness of City, and Story of People – Love Actually 대학 시절에 한 선배가 있었는데, 그분은 언제 어디서나 아주 심각한 이야기를 했다. 진지하고 사회적 관심이 많던 이십 대 초반 시절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사석에서 그런 심각한 주제를 갖고 일상적으로 대화하는 것에 난감했었다. 사실 건축계 동료들과 이야기하다 보면 이런 경험이 잦다. 건축을 전공하고, 건축과 관련된 직업으로 생계를 꾸려 나가는 입장이지만, 건축과 관련된 생각이 항상 진지하고 심각한 것은 아니다. 오히려 영화와 건축을 엮으며 생각을 드러내는 입장에서 가끔 내가 너무 진지한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해본다. 기실 건축사들의 대화를 보면 한없이 어렵다. 각종 담론이나 이야기를 하는 자리를 가보면 온갖..
2023.01.09 -
미션 그리고 산 후안 카피스트라노의 수도원 2019.12
Mission San Juan Capistrano 12월은 한 해의 마지막이기도 하지만, 또 다른 새해를 맞이하는 준비의 시간이기도 하다. 특히 예수의 탄생을 추정하면서 기독교 국가들 중심의 대대적 종교 행사가 열린다. 로만 가톨릭이나 개신교가 국교화되었던 유럽과 미국을 중심으로 예수 탄생일인 크리스마스는 가장 중요한 축제다. 우리나라 또한 예외가 아니다. 조선시대 말 유입된 선교사가 아닌 자발적 종교유입이 진행된 세계적으로 드문 경우로, 일본 식민지 시대에 저항하는 상당수의 독립군들이 개신교를 비롯한 가톨릭 등 범(汎)크리스찬이 많았다. 일본 해방 이후에도 근현대사의 상당한 족적에 이들 개신교와 가톨릭의 흔적이 많이 남아 있다. 기득권과 개혁세력의 양편에 항상 중심에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대체로 독립..
2023.01.07 -
이창(Rear Window)... 건축의 심리학을 이용한 알프레드 히치콕 2019.11
이창(Rear Window)... 건축의 심리학을 이용한 알프레드 히치콕 알프레드 히치콕은 5,60년대 새로운 장르의 영화를 개척했다. 당시에는 조금 색다른 장르영화로 취급되었지만, 그가 보여준 영화적 표현 방법은 매우 독특했다. 대부분 그의 영화들은 공포 영화 같지만, 좀 더 묘한 이미지와 심리를 이용해서 몰입하게 했다. 이야기 중심의 영화가 큰 흐름을 차지하던 5,60년대 이런 표현을 구사한 영화감독은 매우 드물었다. 아마도 공포라는 개념은 사람들로 하여금 가장 몰입하기에 쉬운 것인 듯하다. 그렇다고 아주 심각하게 적나라한 공포의 현장을 보여주거나 잔인한 모습을 사실적으로 묘사하진 않는다. 미행당하고, 의심의 대상이 되고, 쫓기고 다투는 방식으로 영화를 이끌고 나간다. 그 방식 역시 매우 건축적이고,..
2023.01.06 -
이타미 준의 바다, 프랭크 게리의 스케치, 그리고 아이 엠 페이 2019.10
The Sea of Itami Jun, Sketches Of Frank Gehry, and I. M. Pei 대학시절 영화를 좋아하던 터라 왜 건축하는 사람들에 초점을 맞춘 다큐는 없는지 궁금했다. 이십 년 전 영화 관련 책을 쓰다가 약간의 아쉬움 때문에 건축사라는 직업이 강조된 영화들을 따로 모아 이야기를 했었다. 영화 속 건축사들이라고나 할까? 그렇게 찾아보니, 주인공 직업이 건축사가 상당하다. 뭔가 있어 보이는 직업? 자유로운 시간과 물리적 이동 거리도 다양하니 시나리오상 안성맞춤인 주인공 직업이다. 그러나 아쉬움이 있다면 건축사라는 직업 명칭이다. 분명 시공사 현장 소장인데 번역은 건축사로 이야기를 풀어가는 경우도 많다. 건축사와 현장 소장은 영어로도 다르고, 건축사(가)는 법적 자격자만 사용하는..
2023.01.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