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카피의 광고이야기(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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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이별하지 않는 봄 2023.2
Spring, no one says goodbye 예쁘고 야무진 조카가 3년이나 사귀던 남자친구와 헤어졌다. 남자친구가 먼저 ‘사랑하지만 보내줘야 할 것 같아서’ 헤어지자고 했단다. 이별의 아픔에 우는 딸이 답답해 조카의 엄마인 내 동생은 벌컥 화를 냈다. 여린 마음에 상심이 크겠다 싶어 조심스러운 마음으로 전화를 했다. “진짜로 사랑하면 보내지 않아. 사랑하지만 보내준다는 말은 거짓말이야.” “….” “당장 내일 출근하면 헤어졌다고 동네방네 소문을 내. 그리고 다른 사람 만나.” “….” “운동 동아리를 해라, 요새 테니스 많이 친다더라. 몸을 움직여서 쓸데없는 생각할 시간을 줄여.” “네….” 조카는 별말이 없는데 내가 괜히 말이 많아졌다. 세상의 절반이나 되는 남자와 여자 가운데 오직 그 한 사람이..
2023.02.16 -
“처음 매는 책가방, 평소보다 하늘이 커 보였습니다” 2018.03
"The new backpack to put on, the sky looked bigger than usual" 우리 둘째는 만 네 살에 초등학교에 입학했다. 정확하게는 만 다섯 살에서 네 달 모자라는 56개월에 초등학생이 되었다. 날마다 소풍날처럼 햇살이 환하던 남반구에 살 때의 일이다. 그 나라의 초등학교는 0학년인 킨더가튼부터 6학년까지 7년제였고, 만 다섯 살이 되는 해에 입학할 수 있었다. 학기가 시작하는 2월에 만 다섯 살이 채 되지 않았더라도 그 해 7월 이전에 다섯 살이 될 예정이면 입학이 가능했다. 많은 엄마들이 만 다섯 살이 지날 때까지 1년을 더 기다렸다가 학교에 보내는 선택을 하는데, 나는 둘째를 일찍 학교에 보냈다. 프리스쿨 비용이 너무 비쌌기 때문이다. 프리스쿨은 하루 6시간 비..
2022.11.30 -
"우리는 언제나 두드리고 싶은 것이 있다" 2022.11
"We always have something we want to knock on" 우리는 언제나 두드리고 싶은 것이 있다 그것이 창이든, 어둠이든 또는 별이든 2022년 가을에 새로 걸린 광화문글판의 내용이다. 광화문글판은 교보생명 사옥에 부착되어 있는 시민을 위한 글판이다. 1991년부터 시작됐으니 30년 넘게 계속되고 있다. 광화문글판은 ‘인생 한 문장’이라는 슬로건으로 1년에 서너 번 바뀌어 게시된다. 빌딩의 두 개 층이 넘는 높이로 걸려있는 커다란 현수막은 오가는 사람들에게 계절의 변화를 알려주며 생각할 거리를 안겨준다. 교보생명은 이 글판이 ‘우연히 가슴에 와닿아, 삶의 어느 순간 소중한 힘이’ 되고, ‘위로와 격려, 다시 일어날 용기를’ 사람들에게 전하고 있다고 홈페이지에 소개하고 있다. 내..
2022.11.10 -
자원봉사자 엄마의 올림픽 2018.02
Volunteer's Mom and Olympics 날마다 최강한파의 기록이 갱신되고 있는 추운 1월의 끄트머리에서 2월의 달력을 펼쳤다. 입춘 절기가 제일 먼저 눈에 들어 온다. 봄이 오긴 할까? 땅도 얼고 하늘도 얼고 가끔은 수도도 꽁꽁 어는 이 추위에 봄은 얼지 않고 무사히 우리 곁에 올 수 있을까? 추위가 매서우니 쓸데없는 걱정이 다 들기도 한다. 입춘이 지나면 바로 2018 평창 동계올림픽이 시작된다. 평창올림픽에 자원봉사자로 나선 둘째 아이 때문에 한파 걱정이 더 크다. 아이 덕에 별 감흥 없던 올림픽 관련 뉴스에도 귀를 기울이고 있다. 1월 29일 오전 6시 평창동계올림픽 참가신청이 마감되었다. 그 결과 총 92개국 2,925명의 선수가 등록을 해서 동계올림픽 역사상 가장 큰 규모의 대회가 ..
2022.11.09 -
새해 새 소망 2018.01
New Year's Wish 미국 독립전쟁이 한창이던 1777년 10월 4일, 조지 워싱턴 장군의 군대는 저먼타운 전투(The Battle of Germantown)에서 윌리엄 하우 장군이 이끄는 영국군 본대를 공격했지만 실패하고 후퇴했다. 광고는 패전한 워싱턴 장군의 야전 막사 풍경을 비추는 것에서 시작한다. 찬바람은 불고 군데군데 피워놓은 화톳불만으로는 한기를 쫓기에 역부족으로 보인다. 침울한 목소리로 사상자의 숫자를 체크하고 있는 조지 워싱턴의 막사에 병사 둘이 강아지 한 마리를 안고 들어온다. “워싱턴 장군님, 캠프에서 이 개를 발견했습니다. 개의 목걸이를 보세요. 이 개는 하우 장군의 것입니다.” 병사가 이렇게 말하자 워싱턴 장군 주변의 보좌관들은 냉소 어린 반응을 보낸다. “어떤 바보가 자기 ..
2022.11.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