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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시 오딧세이 ② 쪽방촌, 정작 사람은 오지 않아요 2023.7
City Odyssey ② It's a dosshouse where no one comes 한낮인데도 골목이 적막하기만 하다. 잠들어 있는 공간인가 여겨질 정도여서, 발걸음은 물론 카메라 들이대기조차 조심스럽다. 의자에 앉은 지긋한 나이의 아주머니 표정이 무겁다. 골목 끝에 모여 앉은 몇몇 역시 마찬가지다. 이곳에 들어서면 차가운 시선이 먼저 날아온다. 낯선 존재에 대한 경계 반응이다. 돈의동 쪽방촌 첫인상이다. 이곳은 대체로 불결하다. 욕설과 다툼, 때론 술판이 벌어지기도 한다. 그래서 이곳을 도심 속 외딴섬으로 여기곤 한다. 나와는 다른, 못 배우고 가난하며 게으른 인생 막장에 다다른 사람들이 사는 곳이라 취급한다. 그러면서 이 공간을 생경한 눈으로 바라본다. 더럽고 비참하며 처량하지만, 가급 찾아선..
2023.07.21 - 
                
                  
                  건축의 연속성 2023.7
Continuity of architecture 첫 직장 처음 맡은 프로젝트는 단독주택이었다. 내 의지대로 진행하기보다 완공된 작품들과 제본된 도면집을 살펴보며 회사 작업 방식과 분위기를 파악하고자 했다. 프로젝트 수가 많지 않지만 작업의 과정과 완성도가 높았다. 연도별로 잘 정리된 컴퓨터 폴더에서 단독주택을 발견, 프로젝트 이름은 ‘조각이 있는 집’이다. 조형미가 넘쳐 보이는 우아한 2층 규모의 건물 사진을 보고 “와, 이 집은 미술관 같이 생겼네” 하고 나도 모르게 감탄사를 내뱉으니 가까운 자리에 앉아 있던 대표님이 클라이언트가 조각가 부부라고 대답해 주셨다. 경상도 특유의 사투리 억양이 강했는지, 신입이라서 잘 대해 주려는 것인지 내가 하는 혼잣말에 곧잘 답이 들려왔다. ‘조각이 있는 집’은 내 프..
2023.07.21 - 
                
                  
                  [건축코믹북] 나두 건축 2023.7
Architecture Comic Book _ MENU Architecture 글. 김동희 건축사 Kim, Donghee architect 건축사사무소 케이디디에이치
2023.07.21 - 
                
                  
                  건축사의 랑데부 2023.7
Quebec Rendezvous Architects 기억 지구상의 넓은 경계는 때로 관심 밖의 세상일 수밖에 없지만, 가끔은 이런 관심을 일깨우는 때가 있다. 평소 관심을 전혀 갖지 못하던 어떤 곳이나 지역을 방문하거나 문화를 접하고, 사람들을 만나는 일이 그렇다. 한참 잊고 있었던 기억이 이런 일로 인해 다시 살아날 때면, 어떤 계시와 같이 느껴지기도 한다. 이번 몬트리올 방문은 나에게 벌써 십오륙 년 전이 된 첫 방문의 어렴풋한 기억을 망막 위에 떠오르게 하는 묘한 경험을 준다. 캐나다 몬트리올에서 개최된 ‘건축사의 랑데부’ 프로그램은 캐나다 퀘벡 주정부와 퀘벡주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여러 기업체들이 참여, 전 세계 약 35개국의 건축사를 초청해 4박 5일 동안 네트워킹, 프로젝트 정보 교류, 현지 주..
2023.07.21 - 
                
                  
                  ‘형태는 기능을 따른다’는 명분 2023.7
The justification of ‘form conforms to function’ “형태는 기능을 따른다”는 이 유명한 건축/디자인계의 경구를 언제 처음 들었는지는 잘 기억나지 않는다. 하지만 이 말을 처음 듣는 순간, ‘아, 이 말은 진리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문장은 직관적이다. 직관은 논리적 사유와 추리를 거치지 않고 대상을 파악하는 것이다. 그러니까 나는 ‘형태는 기능을 따른다’는 말을 듣고 곧바로 이해가 되었던 것이다. 그만큼 이 말은 디자인의 이치를 함축적이면서도 알기 쉽게 표현하고 있다. 어떻게 기능을 따르지 않는 형태가 있을 수 있을까? 국물을 안전하게 담을 수 있는 숟가락을 보라. 앉을 수 있는 의자를 보라, 적은 에너지로 잘 굴러가는 바퀴를 보라. 그 어떤 사물에서도 기능에 적..
2023.07.21 - 
                
                  
                  태평염전에서, 태평하다 2023.7
Peaceful at Taepyuong Salt Farm 마음에 스산한 바람이 부는 날들이 이어지고 있었다. 인생을 잘못 살아온 것인지도 모른다는 자괴감에 햇볕 아래서도 자주 암전을 느꼈다. 머리카락을 쥐어뜯고 싶을 만큼 부끄럽거나 후회스러운 일들이 꼬리를 물고 떠올랐다. 사는 동안 겪었던 잃어버린 사랑, 배신당한 우정, 보답받지 못 한 정성, 무시당한 마음…. 그 모든 기억이 한데 모여 너는 실패자라고 조롱하는 것 같았다. 승객이 꽉 찬 지하철 안에서 숨 막혀 죽을 것 같은 공포를 느끼기도 했고, 한밤에 잠이 깨면 누군가 가까운 사람이 죽어버린 듯한 슬픔이 북받치기도 했다. 벗어나려면 도망쳐야 했다, 잊어야 했다, 위로받고 스스로 위로해야 했다. 우울한 도시를 떠나 내가 찾은 곳은 전라남도 신안의 작은..
2023.07.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