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무영씨엠 건축사사무소(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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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의 추억 2021.2
Memories of attic 다락방에 대한 경험은 누구에게나 다양하다. 어릴 때 다락방에서 체험했던 여러 가지 일이 있으므로 추억을 반추하면 그 재미가 쏠쏠하다. 건축법에서 정의하는 다락은 지붕과 천장 사이 공간을 조성하여 물건을 저장·보관하는 공간이며, 사람이 거주하는 공간으로서의 개념이 아니기에 그 다락의 높이를 법으로 규정하고 있다. 경사진 지붕 형태 아래에 천정에 있을 경우에는 평균 높이가 1.8미터 이하여야 하고, 지붕 형태가 평 슬라브일 경우는 1.5미터 이하일 경우에만 다락으로 인정된다. 기껏해야 1.5미터 높이기에 성인은 머리를 숙여가며 그곳을 드나들어야 한다. 이렇게, 다락은 공간개념과 높이 규정에서 그 의미가 일반 방과는 확연히 구분되기에 공간에서 느끼는 맛 또한 다를 수밖에 없다...
2023.01.31 -
마당, 그 아름다움에 관하여 2020.10
About the yard, its beauty 세월의 더께가 내려앉고 어머니의 부지런함이 고스란히 배여 있던 갈색 툇마루에서 내려 보았던 마당에 관한 기억이 떠오른다. 그 때 그 날은 햇살이 눈부시게 아름다운 날이었고 백색의 마당은 더욱 눈을 부시게 한 날이었다. 우리 한옥은 처마가 깊다. 앞산의 둥그런 실루엣을 닮은 듯, 한복 소매의 공 굴린 듯, 그리고 여인의 버선코를 닮은 듯한 지붕 선은 서까래와 부연을 타고 내려와 숫, 암막새 기와로 마감된다. 처마 선은 길게 이어짐으로써 여름철 직사광선과 길게 늘어지는 서향 빛을 차단하는 기능을 가진다. 반면 그 처마 깊이로 인해 겨울철 실내는 빛이 상대적으로 작게 들어온다. 그래서 그 점을 보완한 장치가 바로 마당에 백색 마사토를 까는 일이었던 것이다. 백색..
2023.01.25 -
애틋한 골목길 2020.5
Loving Alley 골목은 집을 나와 일을 보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의 여정 중 작고 좁은 길을 말한다. 일반적인 골목은 집들을 연결하는 길이므로 집으로 둘러싸여 있다. 어느 집은 큰 길에서 바로 진입하여 골목이 없을 수도 있다. 일반적인 아파트 단지는 골목 없이 단지 내 산책길 또는 보행자 도로를 이용하여 아파트 동 출입구를 통하여 현관문에서 나오고 들어간다. 그러므로 골목은 있을 수도 있고, 없을 수도 있다. 집으로 둘러싸인 골목이 있는 곳은 길 곳곳마다 사연이 깃들어 있다. 나의 골목길 또한 예외일 수 없다. 소녀를 처음 만난 곳은 우리 동네 골목길이었다. 검정 교복에 하얀 칼라 깃을 눈부시게 빛나게 하고 짙은 청색 가방을 든 소녀는 씩씩한 걸음걸이로 내게 다가왔다. 우리 집은 골목 중에서 삼거리..
2023.01.13 -
창고, 그 유용한 공간 2019.7
Warehouse, useful space 장정의 해군시절은 고단했다. 고속전투정 출항 15분 전을 알리는 명령이 정내 스피커를 통해 울리면 스크루를 돌리는 엔진 소리와 함께 불완전 연소된 매연이 정내 홋줄 요원들 코끝뿐만 아니 라 눈도 시리게 했다. 출항 5분 전 방송이 추가로 나와서 이제 바다로 나간다는 기대가 그 매운 고통을 그나마 풀어주었다. 이윽고 '홋줄 풀어'의 구령이 떨어져야 비로소 가슴이 후련 해지는 쾌감의 항해는 시작되는 것인데, 배 뒤에 배치된 장정은 물보라를 세차게 차고 나가는 그 때가 바로 고단함을 잠시 잊을 수 있는 기분 좋은 시각이었다. 배가 바다로 나아가면 새파란 하늘과 푸른 바다 그리고 흰 구름, 아울러 배꼬리 에서 부서지는 흰 포말은 출항 전 매연의 고통을 날려 보내고 군생..
2022.12.23 -
투대조락 投待釣樂 _기다림을 던져 즐거움을 낚다 2019.3
Twodaejorak _ Throw a wait to catch pleasure 섬진강 압록교 내 전설의 바위 터에서 오전 장을 보다가 더위에 지쳐 모든 옷 을 벗어 바위에 널어놓고 멱을 감으니 세상 피서 으뜸인 것 중 하나임을 체득했 다. 더불어 일광욕하며 바위에 누워 있으니 하늘은 뭉게구름이 두둥실 떠가고 옥 색의 푸른 물은 주중 업무에 지친 심신을 말끔히 씻어냈다. 채비를 수저미끼(spoon)에서 벌레미끼(worm)로 바꾸니 꺽지가 발밑까지 따 라 오더니 물었다. 벌레미끼로 계속 던지니 이번에는 쏘가리가 요동쳤다. 두 마리 를 꿰미에 채우고 나니 이젠 허기가 사정없이 밀려왔다. 가슴장화를 폭염 속에 다시 입어야 왔던 길을 안전하게 돌아갈 수 있기에, 땀을 비 오듯 쏟으며 찬찬히 길 위로 올라오다가,..
2022.12.15 -
사이드를 아십니까? 2018.11
Do you know Side? 해군 근무 시절 이상한 용어를 접한 적이 있었다. 어느 날 저녁 휴식 시간에 고참이 “사이드 타고 올게”라고 말했다. 나는 처음 듣는 말이라 속으로 의아해 했다. 사이드 오토바이 를 타고 오겠다는 뜻인가 생각했고 고속 전투정 정박한 섬이 서해 격오지이기 때문에, 2 차 대전 시 독일군 두 명이 나란히 탔던 그런 오토바이가 아직도 있나 보다라고 생각했다. 고참은 두루마리 화장지를 챙겨서 공동 침실에서 나갔다. 그 화장지로 오토바이 안장을 닦으려나 라고 더 생각했다. 잠시 후 나는 바람을 쐬고자 갑판 위를 서성이다가 이윽고 배 후미 쪽으로 무심코 다가 갔는데, 배 후미 어두컴컴한 곳에서 담배 연기 냄새가 났다. 무 슨 일인가 다가가 보니 고참이 후미 충돌방지판 위에서 큰일을 ..
2022.12.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