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비평(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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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비평] 모노섬경계의 땅에서 피라네시의 계단을 오르다 2025.11
Architecture Criticism _ Monosome Going up Piranesi’s Staircase (The Staircase with Trophies) in a Land of Boundaries 제주에서 강원 고성으로 부산과 제주 지역의 중견 건축사로서 상호 존중의 관계로 지내던 차에 오신욱 건축사의 작품에 비평의 기회를 얻었다. 제주에서 강원도 고성까지의 여정은 부담이었지만, 오 건축사의 건축을 가까이 살펴볼 기회가 된다는 점에서 기대가 컸다. 더불어 ‘부산 토박이 건축사가 부산을 벗어난 곳에서는 어떠한 건축을 할까?’ 이런 호기심이 작동했다. ‘부산성’이라는 특수성에 기대었던 그의 건축이, 영토를 확장하여 보편적 건축으로 어떻게 변이하는지 살펴보고자 했다. 부산 갈매기의 꿈 지역..
2025.11.28 -
[건축비평] 선데이브런치 HQ대로와 골목 사이, 낯선 건물의 균형 2025.10
Architecture Criticism _ sundaybrunch HQ A Balance of an Unfamiliar Building, between a Main Street and an Alley 도시의 대로와 골목 사이 강남 테헤란로는 서울을 상징하는 거리 중 하나다. 낮에도 밤에도 대형 오피스 빌딩과 IT 벤처기업의 사옥들이 끝없이 늘어서 있으며, 이어지는 차량의 흐름이 도시의 에너지를 집약한다. 이와 다르게 대로에서 불과 300미터만 안쪽으로 들어서면 전혀 다른 세계가 펼쳐진다. 화려한 상업 건물이 사라지고, 대신 붉은 벽돌 다세대주택이 줄지어 있는 조용한 주거지가 나타난다. 이 주거지에 들어선 건축물 ‘선데이 브런치’는 도시의 이중적 풍경 속에서 흥미로운 균열을 만들어낸다. 채도가 낮은..
2025.10.31 -
[건축비평] 블루큐브 / 구축성을 기반으로 확장되는 기술 2025.8
Architecture Criticism _ BLUE CUBE Technology expanding based on constructability 평범한 평일 오후 개포동에 위치한 BLUE CUBE 앞 거리는 유독 더 활기찬 모습이었다. 거리에서 한 개 층 들어올려진 입방체 볼륨은 그 조형적인 단순함 덕에 이웃한 건물들과 비교되는 현대적인 경쾌함을 갖고 있었고, 세심하게 조정된 비례를 갖고 있는 ‘넓고 높은 창’을 통해 ‘이웃의 생활상(近隣生活)’을 도시로 투영하고 있었다. 건물의 무게감을 의도적으로 지우려는 듯, 반복되는 창호가 만들어내는 격자형 입면을 따라 계획된 가볍고 세장한 현대판 코니스(Cornice)들이 만들어나가는 기하학적 질서와 양감을 쫓아가다 보면, 지속적으로 변화하게 될 임대공간 ..
2025.08.31 -
[건축비평] 월계도서관 리모델링 / 두터운 문지방의 상징적 메시지 2025.7
Architecture Criticism _ Library Wander The Symbolic Message of the Thick Threshold ‘월계동(月溪洞)’은 두 개의 계천(溪川), 즉 중랑천과 우이천 사이에 있는 동네의 형상이 반달(月) 같다고 해서 생긴 이름이다. 월계도서관은 월계1동과 2동의 경계선이자 월계 3동의 진입로와 만나는 월계로변에 위치한다. 양옆에 우체국과 소방서를 둔 이 공공시설은 북서쪽 멀리 초안산을 뒤로 한 채 남쪽의 영축산에 면해 있다. 주변에는 15층 규모의 구축 아파트 단지와 30층 규모의 신축 아파트 단지가 보이고, 두 산과 두 계천 사이에는 초등학교부터 대학교까지 무려 9개의 학교가 밀집해 있다. 한 마디로 이곳은 공공도서관이 제 역할을 해야 할 당위가 충분한..
2025.07.31 -
[건축비평] ‘유연한 질서’에 따라 능동적으로 반응하는 공간 2025.6
Architecture Criticism _ Jungyakyong Funground A space that actively responds according to ‘flexible order’ 정약용 펀그라운드 유스호스텔은 경기도 남양주시 조안면 삼봉리에 위치한 청소년 복합문화시설이다. 비평을 의뢰받고 시간을 내어 천천히 둘러보기로 했다. 비가 억수로 쏟아지는 날, 건물은 선명하게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기하학적 유쾌함을 보여주는 입면에서부터 시선의 흐름은 시작되었다. 내부로 들어서니 내 나이 때문인지는 모르지만 우리나라에서는 낯설게 느껴지는 인테리어 풍경이 펼쳐졌고, 이내 동선을 파악하기로 했다. 우선 내부 공간의 평면 구성은 유스센터라는 프로그램의 성격에 맞게 다채롭고 비선형적인 조직 방식을 ..
2025.06.30 -
[건축비평] 양녕 청년주택_ 생활 길, 삶의 플랫폼 2025.5
Architecture Criticism _ Yangnyeong Youth Housing Everyday Path, Platform for Living 약속시간은 오전 9시 반. 그보다 조금 일찍 근처 버스정류장에 도착해서 양녕 청년주택 으로 가는 길은 다소 가파른 느낌이었다. 오르는 길의 직각 방향으로 나 있는 길 역시 경사가 있고, 그 때문에 저층 주거의 매스는 계단 한 칸에 하나씩 올려놓은 화분처럼 층층의 스카이라인을 가지고 있었다. 무엇보다 인상적이었던 것은 그 시간에 계획대지 방향으로 가는 이는 거의 없고 대부분의 사람이 버스정류장 방향으로 쏟아져 나오고 있다는 것이었다. 그 현상은 이 일대가 물을 담은 저수지와 같이 주거와 거주의 기능을 담당하고 있다는, 사람이 살고 있다는 증거인 듯 보..
2025.05.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