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비평(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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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비평] 크래커_크래커를 맛보는 세 가지 방법 2026.9
Architecture Criticism _ Cracker Three Ways to Experience the ‘Cracker’ 서울을 방문한 외국 건축사들에게 도시를 안내하다 보면 익숙한 풍경을 새로운 눈으로 바라보게 될 때가 있다. 특히 성수나 홍대 앞 같은 번화가를 함께 거닐다 보면, 격자형의 정돈된 도시에 익숙한 이들은 혼성적인 건물들의 형태와 크기, 매끄러우면서도 들쑥날쑥한 가로 경관을 보며 생경함과 호기심을 드러내곤 한다. 번화가의 오래된 소규모 상업 건물 입면은 언젠가부터 조적이나 타일 대신 갈바륨 강판과 미장재로 빠르게 대체되고 있다. 몇 번의 접기와 용접, 미장으로 건물의 얼굴을 변신시키는 이 빠르고 가벼운 시공법은 SNS를 스크롤하며 새로운 장소를 소비하는 대중의 속도를 따라잡는 한편,..
2026.09.30 -
[건축비평] 하남 에이덴 신사옥 및 주차타워 은밀한 격자와 적층된 대지 2026.8
Architecture Criticism _ Hanam EIDEN Headquarters & Parking Tower The Enigmatic grid and the layered Plane 하남의 신생 블록을 따라 들어선 지식산업센터들은 마치 한 시기에 일제히 세워진 영화 세트장 같다. 비슷한 나이의 건물들은 동일한 경제성의 논리에서 태어났지만, 저마다 외장 패턴을 달리하며 어떻게든 자신만의 표정을 만들어낸다. 아직 빈 필지가 남아 있는 가로에는 사람과 시간의 흔적이 축적된 도시의 익숙함보다 개발 직후의 날것 같은 긴장감이 먼저 감돈다.가로의 양편으로 늘어선 건물들은 각기 다른 얼굴을 하고 있지만 하나의 공통점을 갖는다. 거대한 유리 외피다. 그러나 이 투명성은 도시를 개방하기보다 오히려 보행자의 시선..
2026.08.31 -
[건축비평] 몽브레뉴 경계의 조작과 과정을 통한 풍경의 재구성 2026.7
Architecture Criticism _ Montbreneu Reconstruction of Landscapes Through the Manipulation of Boundaries and Processes 부지의 조건: 근경과 원경의 이중 구조의 모순 가평군 설악면에 위치한 카페 ‘몽브레뉴’의 부지는 한국 대도시 교외 지역이 처한 전형적 모순을 압축한다. 그곳의 여유로운 자연은 대도시의 주민들이 손쉽게 접근할 수 있는 여가 공간을 제공하지만, 동시에 빠르게 ‘자원화’되었으며 그 과정에서 발생한 난개발은 주변 경관을 심각하게 훼손하였다. 반면 원경(遠景)의 산세는 여전히 온전함을 유지한다. 이로써 이곳의 부지는 황폐한 근경과 수려한 원경이라는 이질적 층위가 중첩된 이중 구조를 갖는다. 멀리서는 목가적..
2026.07.31 -
[건축비평] 강사유(江思留) 생존과 실존 사이 2026.6
Architecture Criticism _ House of River Thoughts Between Survival and Existence 낭만과 순수 집을 짓는 과정은 여러모로 낭만에 기댈 가능성이 크다. 물 맑고 경치 좋은 곳의 단독주택이라면 더할 나위 없다. 그림 같은 창, 장작 소리 깊어가는 가을, 도란도란 군밤 익는 벽난로, 별 헤는 여름밤, 우리만의 마당...... 자연을 닮고 싶은 소망은 ‘나무라면 좋겠다’는 바람으로 이어진다. 한편, 박진택 건축사에게 나무는, 군더더기 없이 내외부를 관통하는, 그리고 “겉과 속이 같은” 재료였다. 그래서 나무라야 했다. 골조, 내장, 외장 마감까지, 몸 전체를 하나의 물성으로 완성하려는 순수성을 그는 꿈꿨다. 집주인이 일상의 낭만을 품고, 설계자가 ..
2026.06.30 -
[건축비평] 호운, 아이처럼 유희하는 건축사 2026.5
Architecture Criticism _ HO-UN The architect Who Played Like a Child “나는 다양한 건축세계를 탐험하며 자신의 내면세계를 드러내고자 하는 건축사입니다.”포니테일을 한 김효만 건축사가 카고 바지, 스니커, 후디셔츠 차림으로 나지막하게 말한다. 마치 사진작가가 이미지를 통해 세상을 해석하듯, 오직 건축사로서의 그에 대해 이야기하기 위한 방편으로 호운에 접근하기로 하자. 호운은 수수께끼 같으면서도 부정할 수 없는 상상력을 가진 그의 다면적인 성향의 문을 열어줄 일종의 ‘파스파르투(Passe-partout)’와 같다. 청소년 시절 화가나 조각가를 꿈꾸는 예술 지망생이었으나, 가족의 반대로 건축의 길에 들어섰다. 하지만 그 꿈의 단념은 오히려 풍요로운 정신..
2026.05.31 -
[건축비평] 성수동2가 근린생활시설 리모델링, 낡은 시간 위에 가치를 짓다 2026.4
Architecture Criticism _ Remodeling of neighborhood facilities in Seongsu-dong 2-ga Rebuilding on Spatial Heritage 리모델링, 도시의 숨통을 틔우는 영리한 생존법 신축이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선언이라면, 리모델링은 기존 맥락 위에 새로운 질서를 덧입히는 정교한 편집이다. 최근 리모델링이 주목받는 이유는 단순히 경제적 효율성 때문만은 아니다. 이는 도시의 기억을 보존하면서도 현재의 요구를 수용하려는 건축적 지혜가 발현된 결과이다. 특히 80~90년대 노후 벽돌 건물들이 밀집한 성수동에서 리모델링은 지역 특유의 헤리티지를 이어가는 유효한 선택지가 되고 있다. 과거의 법규를 지렛대 삼아 현재의 가치를 끌어올리는 이 ..
2026.04.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