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비평(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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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비평] 풍경작용, 여백 그리고 인시튜(IN SITU) 미학 2024.2
Architecture Criticism_Scenery’s effect, Empty space & In situ work 자경(自景) ‘풍경을 담은 집, 풍경 속에 담긴 집’, 이 주택의 이름을 듣고 주택을 마주하는 순간 풍경작용에 대한 호기심이 자연스럽게 발동한다. 과연 어떠한 풍경작용이 숨어있기에 이러한 시적이고 정겨운 이름을 지었을까? ‘자경(自景)’이라는 풍경작용이 단번에 머릿속에 떠오른다. 건축에서 풍경과의 관계는 도시가 아닌 전원 속의 집에서 더욱 중요하다. 다양한 풍경을 즐길 수 있도록 하는 풍경작용은 집을 거주하기에 즐거운 곳으로 만들어주기 때문이다. 우리의 전통 한옥은 풍경과의 관계 그 자체라고 할 수 있다. 한옥은 혼자 존재하지 않는다. 한옥의 공간 구조는 주변의 풍경을 끌어들여 함께 ..
2024.03.08 -
[건축비평] 유연한 경계의 낮은 집 – 카페 인더스하버 2024.1
Architecture Criticism Low House with Soft Edge 무심한 건축 별다른 정보 없이 찾아간 카페 ‘인더스하버’의 첫인상은 흔히 SNS에서 보던 유려한 형태와 번쩍이는 재료, 형태가 수려한 카페들과는 사뭇 달랐다. 2차선 도로 건너편에 펼쳐진, 지세포항 수변공원 앞에 낮게 깔린 건축은 마치 오래전 그곳에 있던 작은 미술관처럼 무표정하게 서 있었다. 건너편 도로에 서서 카페를 한참 살폈다. 바닷가 앞 카페들은 으레 한 뼘이라도 더 바다 쪽으로 나가거나 개성 있는 외관, 개방감 있는 창을 낸다. 애매하게 펼쳐진 풍경으로 열 것인가, 아니면 내밀하고 특별한 자연을 만들어 다른 태도로 시작할 것인가를 두고 여러 대안을 검토했을 건축사의 고민이 그려졌다. 도로에 길게 면하게 하는 상..
2024.01.31 -
[건축비평] 껍질, 배타적인 독립체 2023.11
Architecture Criticism Husk, an exclusive entity 스몰웍스 건축사사무소의 고운동 주택은 별다른 도시 맥락을 찾기 어려운 세종특별자치시 외곽의 한 주택단지에서 자신만의 독특한 존재감을 드러낸다. 그 존재감의 근원은 독특한 형태라기보다 독특한 존재 방식이다. 그리고 이를 드러내고 조율하는 요소가 바로 건물 전체를 에워싼 ‘한 꺼풀의 벽’이다. 고운동 주택은 스몰웍스가 ‘열린 덮개’라는 주제를 담아 건축한 세 번째 작품이다. 지구단위계획의 기계적 해석 아래 지어진 이웃 주택들은 대체로 비슷한 성격을 갖는다. 동남쪽(혹은 조례에 따라 그것을 마주 보는 방향으로) 대지를 비워 통으로 긴 마당을 만들고, 건물은 이 마당을 향해 놓인다. 거실에는 전신이 드러나는 큰 창문, 침실에..
2023.11.30 -
[건축비평] 공공시설물의 한계와 극복 2023.10
Architecture Criticism Limitations of public facilities and overcoming them 이재혁 건축사와는 평소 알고 지내던 사이로, 지면이나 현장을 통해서 건축을 대하는 그의 성품과 태도를 어느 정도 알고 지내던 사이다. 그는 건축을 대단한 이념이나 화려한 수사로 접근하지 않고 재료의 물성에 대한 치밀한 탐구와 소박한 수법을 통해 공간과 형태를 구현하는 진솔한 건축인이다. 그래서 그의 건축에서는 디테일에 치중한 느낌보다 풋풋한 날것의 진솔함과 친절함이 엿보인다. 특히 목구조 건축 설계에 탁월한 경험치를 보여주고 있으며, 친환경의 가치와 중요성을 잘 인지하고 있는 건축사이다. 아마도 이 비평을 맡게 된 인연에는 나무 건축을 통한 그와의 공감대가 있었을 것이다..
2023.10.31 -
[건축비평] 合.求.助 2023.9
Architecture Criticism Analyst, Listener, Assistor 2000년도였을 것이다. 지는 건축설계에 종사하는 1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했는데, 그중 한 가지 질문이 ‘기피하는 사람이 누구냐’였다. 선두는 건축주와 공무원이었다. 의외였다. 공무원이야 감독자로 만나니 그럴 수 있다지만, 건축주는 일감을 준 사람이 아닌가. 그건 아마 고마운 존재이면서도 누구보다 깊이 관여할 수 있는 자격이 있는 간섭자여서가 아닐까. 천사이자 천적인 것이다. 공교롭게도 이번에 리뷰하는 프로젝트의 건축주는 공무원이다. 不, 不, 不, 不 “차라리 새로 짓는 게 싸게 먹힌다.” 무엇보다 경제성이 우선되는 현실에서 집을 고쳐 쓰겠다고 할 땐 그만한 사정이 있다. 신축이 금지된 개발행위허가제한..
2023.09.15 -
[건축비평] 개념과 감각, 그리고 건축 2023.8
Architecture Criticism Concepts, senses, and architecture 먹거리 타운으로 유명한 대구의 들안길에 일명 들안예술마을로 불리는 곳이 있다. 상동과 두산동의 오래된 주거지로서 50여 개의 다양한 공방과 갤러리가 자생적으로 들어와 자리를 잡고 예술 활동을 하고 있는 곳이다. 여기에 수성구의 문화적 도시재생사업으로서 노후화된 단독주택과 원룸 건물을 매입해 이를 예술과 문화가 연계되는 공공예술촌으로 개조하고 지역을 활성화하는 사업이 실행되고 있다. 공공예술촌 사업은 대구시 수성구의 핵심 정책으로서 지역의 문화에 대한 정책과 건축사의 공간에 관한 생각을 섬세하게 반영해 공예가와 주민, 그리고 방문자가 자연스럽게 연계되고 창작과 유통이 순환되는, 지속 가능한 문화 소비의 ..
2023.08.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