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비평(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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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비평] 유신재오래된 신선함 2021.10
Architecture Criticism Yooshinjae The old freshness 지난 8월 28일 토요일, 갈월동 유신건축 신사옥을 방문하였다. 대한건축사협회의 국제적 활동을 함께한, 한양대학교 건축과 선배인 유신건축 김지덕 회장의 안내로 최근에 리노베이션을 완료한 건물에서 거의 충격적인 아름다움에 놀랐다. 90여 년 전 일제강점기에 지은 이 건축물은 콘크리트와 조적의 합성과 목조트러스 지붕 구조로 되어있다. 대지면적과 연면적이 약 529제곱미터(160여 평)로 비슷하고, 지하층 일부가 있는 2층 건물이다. 금년 초에 선배가 내게 했던 이공건축과 함께 이곳에서 일하자는 멋지고 고마운 제안에 근래에 이사한 나의 곤지암 주택에서 멀다는 사정으로 합류하지 않은 것이 유신건축을 위하여 얼마나 다행한..
2023.02.10 -
[건축비평] 빌라 드루마을의 마을 2021.9
Architecture Criticism Villa de ru Village within Village 현대빌라는 서리풀공원에서 반포천을 향해 흐르는 완만한 경사에 자리 잡았다. 비록 한 동의 적갈색 건물이었지만 아홉 세대가 함께 사는 ‘작은 마을’이었다. 주민들끼리는 서로를 잘 알았고, 담장 안 정원을 함께 가꿨으며, 폭우로 누전이 될 때면 릴선을 연결해 도왔다. 삼십 년의 시간. 노후화된 건물이 더 이상 물, 소음, 외기로부터 온전히 삶의 공간을 보호하지 못하게 되면서 주민들은 어렵게 새 집을 짓기로 결단했다. 건축사를 초청해 나아가야 할 길을 물었다. 주민들이 각자의 의사결정권을 가진 아홉 명의 건축주이자 하나의 경제공동체가 되는 순간이었다. 건축사가 풀어야 할 숙제가 있었다. 기존 주민 세대 모두..
2023.02.09 -
[건축비평] 세종대학교 캠퍼스타운 거점센터우연한 건축현상의 지속가능성 2021.8
Architecture Criticism Sustainability of Accidental Architectural Phenomena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는 ‘Faralda NDSM 크레인 호텔’이라는 독특한 호텔이 있다. 1894년에 만들어져 1979년까지 암스테르담 조선소에서 사용된 오래된 크레인을 개조하고 컨테이너를 객실로 활용하는 호텔이다. 해발 50미터 이상의 높이에서 도시와 저녁노을을 감상할 수 있으며, 90미터 높이의 크레인에 매달려 그네를 타는 특별한 프로그램으로 인기 있는 호텔이다. 이 독특한 호텔 건립의 발상은 폐기될 고철을 재활용하려는 것에서 시작되었다. 크레인 호텔은 크레인이라는 기계장치와 다량의 상품을 담는 컨테이너가 성공리에 건축적으로 활용된 대표적인 경우다. 경제용어인 컨테이..
2023.02.08 -
[건축비평] 라티스 빌딩2 in 1 2021.7
Architecture Criticism Two in One 이상(理想)은 무엇일까? 현존하지 않는 새로움을 향한 창의적인 생각인가? 아니면 다양한 가치들을 통해 최적화되어 존재하는 완결성인가? 아이디어(Idea)를 사무실 이름으로 함께하는 이데아키텍츠는 사무실 소개에 건축적 이상을 아래와 같이 밝히고 있다. “개념에 머무르는 아이디어가 아닌 구축 가능한 방법을 연구하며 디자인을 통해 삶의 풍경을 이끌어내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 이데아키텍츠 건축사사무소 (IDÉEAA _ Idée Architects Associates) 그들의 건축적 이상은 거대담론으로 이루어진 환상의 세계가 아니라 실천적이고 구축 가능한, 삶의 풍경에 대한 진지한 태도로 귀결된다. 그들의 다른 작품들을 보면 작가주의적 스타일리..
2023.02.07 -
[건축비평] 용인주택; 채움과 비움의 이중적 변주 2021.4
Architecture Criticism Yongin House; Double variation of filling and emptying 봄비가 부슬부슬 내리는 아름다운 어느 봄날, 건축사 황준과 함께 용인의 주택을 답사했다. 세상의 어지러움을 뒤로하는 비는 이 땅을 정화하는 하나의 치유제이다. 집도 때로는 그러하다. 세상을 방황하고 세파(世波)에 시달리고 힘든 일에 땀을 흘리고 난 후 지친 무릎이 돌아갈 곳은 자신의 집이다. 그곳에서 함께 먹고, 함께 자고, 함께 울고 웃으며 지난한 혹은 행복한 삶을 살아가는 것이 우리네 인간이다. 그러나 우리에게 집이란, 건축이란 부동산이고, 부동산이고, 부동산이다. 아파트이고, 아파트이고, 아파트이다. 꽉 찬 용적률과 건폐율을 부르짖는 물질적 가치일 뿐이다. 피난..
2023.02.02 -
[건축비평] 이성관의 건축이 지향하는 것 2020.11
Architecture Criticism What Lee Sung Kwan’s architecture aims for 이성관의 건축은 논리를 동원한 분석을 통해 읽어내기보다는, 오감의 감수성으로 느끼는 건축이다. 그의 건축이 그리 어렵지 않은 것은 이성관이 사용하는 시각적 언어들이 우리 가까이 있는 것들, 일상적인 것들, 우리가 주목하지 않고 무심코 지나치는 것들을 다듬은 것들이기 때문이다. 그저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면 된다. 또한 이성관은 자신의 건축을 ‘어떤 개념’이나 ‘논리’를 가지고 설득하거나 더구나 설교하려 하지 않는다. 프리젠테이션이나 강연 등 어쩔 수 없는 상황에서 구태여 설명이 요구되면, 그는 ‘말’을 앞세우지 않고, 우리 주변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이미지’로 대체한다. 예를 들어 〈지..
2023.01.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