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비평(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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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비평셸터와 텐트 2022.6
Architecture Criticism Shelter and tent 캠핑은 자연 속에서 인간의 거주 환경을 조성한다는 의미에서 아마도 건축의 가장 원초적인 형태일 것이다. 경량화, 소형화, 간편화를 치열하게 추구하는, 그리고 가격 또한 이에 상응하는 캠핑 업계의 속성은 이러한 원초적 성격을 더욱 극한으로 치닫게 한다. 이 과정은 개별 제품 간의 경쟁이기도 하지만 그 이전에 개념 간의 경쟁이다. 흥미로운 것은 이런 치열한 과정에도 불구하고 각 사물의 핵심 개념과 개념 사이의 경계는 여전히 유지된다는 사실이다. 합종연횡이 쉽게 일어날 것 같지만 경험적으로나 선험적으로 어중간한 성격의 물건들이 설 자리는 의외로 좁다. 그중에서도 셸터와 텐트는 일견 유사하면서도 엄연히 다른 그 개념적 차이를 여전히 지속하고..
2023.02.20 -
건축비평서초 S주택; 말레비치의 창문 2022.5
Architecture Criticism Seocho S house; Malevich's window 우크라이나 출신으로 러시아 절대주의의 창시자인 카지미르 말레비치(Kazimir Severinovich Malevich, 1878~1935)는 회화에서 모든 일상의 재현을 거부하고 제거할 수 있는 모든 요소를 제거한 후 1915년의 ‘검은 사각형’과 ‘검은 원’, 1918년의 ‘흰색 위의 흰색’의 세 작품을 통해 추상회화를 가장 극단으로 끌고 간 미술가, 순수추상화가라는 평가를 받게 된다. 흰색 캔버스의 정중앙에 검은색 사각형을 놓다가 흰색 캔버스의 한 쪽 모서리 쪽에 검은색 원을 위치시키고 마지막에는 흰색 캔버스(사각형)의 한 쪽 모서리에 흰색 사각형을 기울여 위치시키는 일련의 그의 작업은 현대 회화가 ..
2023.02.19 -
[건축비평] 정암빌딩_성수 2022.4
Architecture Criticism Seong-su Jeong-Am Building 광나루로는 화양사거리를 기점으로 중랑천과 평행한 방향으로 각도가 바뀐다. 도로를 따라 시속 60킬로미터의 속도로 달리면 좌측에 하얀색 건물을 지난다. 박스형 매스의 건물이지만 가벼움이 느껴지는 표피에 뒤돌아보게 만든다. 건축사의 ‘경쾌하다’는 표현은 정암빌딩_성수의 외관과 전체 공간 구조를 이해하는 데 적절하다. 가까이 가면, 건물 전체를 감싸고 있는 하얀색 금속판넬로 만들어진 루버가 커튼월 유리면과 적절한 거리를 두어, 유리면에 루버의 그림자, 반사된 빛, 투사된 내부 공간의 복합적인 시각적 효과를 드러냄을 볼 수 있다. 한 면으로 인식되는 유리 커튼월은 루버로 인해 공간의 깊이감과 다공성(porosity)을 갖게..
2023.02.18 -
[건축비평] 카페 트리고 - 추상과 낭만적 신체 경험으로의 초대 2022.3
Architecture Criticism Cafe Trigo - Invitation to an Abstract and Romantic Corporeal Experience I. 건축사 안민 건축사 안민은 중견 건축사인 동시에 신진 건축사이다. 그는 학부 졸업 후 대규모 설계회사에서 근무했다. 그 후 주변 사람들과 어울려 회사를 차려 독립하였고, 건축사를 취득한 후 홀로 자기 이름으로 작품을 발표하는 것은 이번 봉평의 ‘카페 트리고’가 처음이다. II. 카페 트리고의 터 ‘카페 트리고’는 막 조성되기 시작한 봉평 문화마을 운동의 하나로 들어섰다. 자연히 건축사 안민은 이효석의 소설 ‘메밀꽃 필 무렵’의 소재가 건물에 투영되기를 간절히 원하였다. 새로이 건축될 카페 건물에 관한 논의 중, 건물주가 그 이름을..
2023.02.17 -
[건축비평] 열정(Passion) 가득한 놀이터(Play ground), 피네이션(P NATION) 사옥 2023.2
Architecture Criticism P NATION office building, play ground full of passion 어렸을 때 동네 놀이터에서 땀을 뻘뻘 흘리며 날이 어두워지는 줄도 모르고 친구들과 놀았던 기억이 있다. 누구에게나 한때 그런 즐거운 추억들이 남아 있을 것이다. 이렇듯 무엇인가에 몰입해서 열정적으로 에너지를 발산할 공간이 있다면 그 곳이 바로 우리들의 진정한 놀이터가 아니겠는가. 피네이션 사옥을 접하면 그런 열정이 느껴진다. 단지 새로운 에너지를 끊임없이 만들어 내는 엔터테인먼트 사옥이기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많은 시간 클라이언트와 끊임없는 소통을 하고, 어린 시절 놀이터에서 소꿉친구들과 함께 시간가는 줄도 모르고 뒹굴듯이 여러 사람들과 많은 의견들을 주고 받으며, ..
2023.02.16 -
[건축비평] 커튼콜 2022.2
Architecture Criticism Curtain Call Apartments 커튼콜에 대한 비평글 요청을 받고, 가장 먼저 집이 놓인 땅의 조건을 체크했다. 늘 그렇듯 건축설계는 의뢰인의 땅으로부터 출발한다. 일반주거지역의 땅, 크기는 약 231제곱미터(70평), 허용 건축면적은 대략 132제곱미터(40평), 허용 연면적은 대략 330제곱미터(100평). 지구단위구역 내 상가주택 부지, 건폐율 60%에 용적률 150%, 인접 도로 폭 규정으로 일조권 사선제한은 받지 않는다. 사선으로 잘린 면 없이 집 형태를 반듯하게 만들 수 있다는 의미다. 커튼콜 파사드의 강렬한 비례를 만들어준 뿌리는 건축법 예외 조항이었을 것이다. 도면을 안 본 상태에서 땅부터 살핀 것은 설계자가 설계를 시작했을 시점의 마음을..
2023.02.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