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비평(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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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비평] 물결의 여러 장면 2023.3
Architecture Criticism Several scenes of water 계획대지는 적벽돌의 도시에 있다. 멀리 고층건축의 커튼월이 빛나고 그 주변을 걸으면 다른 색의 벽돌이나 재료를 발견할 수 있지만, 계획대지를 둘러싼 장소는 단연 붉은 벽돌의 이미지가 지배적이다. ‘성수 wave’는 도시에 면한 세 면에 붉은 벽돌이 대응하는 건축이다. 하지만 이 건축은 주변 건축과 사뭇 다른 인상을 준다. 그것은 외피를 찬찬히 보거나 의미를 해석해서 얻어진다기보다는 직접적으로 그리고 일순간에 인지된다. 벽돌은 고전적이다. 압축력을 가진 재료를 층층이 쌓아 하중을 아래 방향으로 전달하는 것에 집중해 보자. 그 하중은 때로는 지붕, 평평한 바닥, 자신과 일체화된 벽체일 때도 있다. 쌓아 올린 재료는 벽돌, 석..
2023.03.17 -
건축비평 역사적 선례는 우리에게 무엇을 주는가 2022.9
Architecture Criticism What historical precedents give us? 수도자의 공간, 즉 수도원은 외부와 격리된 은둔자의 공간이다. 세상과 떨어져 스스로 유폐된 공간이기에 주로 깊은 산이나 외딴 시골에 건립되곤 했으며, 내향적인 중정 공간을 형성하여 고립된 위요 공간을 이루었다. 또한 수도사가 거주하는 공간이기에 하나의 셀로서, 자족적인 검박한 생활의 장소이자 영적인 공간이기도 했다. 무엇보다 침묵이 강조되며 개인적인 수양과 규율이 강조되는 집단생활의 공간이기도 했다. 이런 수도원 공간은 르코르뷔지에 같은 근대건축 거장에게 많은 영감을 주는 공간이었으며, 새로운 공간을 제안하는 데 활용되거나 집합 주거 모델이 되기도 했다. 특히 ‘라 투레트 수도원’의 설계를 의뢰한 쿠..
2023.02.23 -
건축비평 _ 망고, 탱고, 알로하네부부와 고양이, 강아지가 함께 사는 집 2022.8
묘한 생김새를 가진 집 경사진 도로를 따라 펼쳐진 단독 주택들을 구경하며 올라가다 보면 길의 끝자락에 오묘한 형태를 가진 집이 나타난다. 지붕이 바닥까지 내려온 것 같아 보이기도 하는데, 주변 주택들이 백색의 외단열 시스템이나 벽돌 마감인 것과는 다르게 은색의 골강판이 집의 형태를 더욱 돋보이게 한다. 하부의 적삼목과 위로 갈수록 좁아지는 집의 형태는 마치 커다란 나무처럼 보이기도 한다. 부부와 고양이 두 마리 그리고 강아지 한 마리가 커다란 나무 그늘 아래에 산다. 집은 사는 사람을 닮는다고 하는데, 외관에서 풍기는 이미지부터 소박하지만 재밌는 것을 좋아하는 건축주 부부를 닮아있다. 둥근 배려가 만든 공간 묘각형 주택의 평면은 오각형이지만 모난 구석이 없다. 직각을 이루는 한쪽 모서리를 제외하고 오각형..
2023.02.22 -
건축비평 현대적 기념성과 은둔의 상징 2022.7
Architecture Criticism A symbol of modern commemoration and hermitage 헤르조그 & 드 뫼롱(Herzog & de Meuron, 이하 HdM) 설계의 송은(SONGEUN)에서는 흔히 건축의 전근대적 관심사라 불릴 만한 건축의 ‘기념성’과 표면에서의 ‘상징’이라는 두 테마가 뚜렷이 나타난다. 여기서의 기념성은 도시 속에서 외향적인 존재감을 드러내려고 하는 송은문화재단의 이미지 전략으로써 고전적 건축 수법을 현대화한 것이며, 독특한 표면으로 드러나는 상징의 기법은 현대 한국 사회와 관계하고 소통하려는 건축 프로그램의 내면적 의지를 표현하려는 태도로 읽힌다. 지정학적으로 프랑스, 독일 그리고 이탈리아라는 대국들의 틈새에 놓인 스위스의 산업도시 취리히와 바젤..
2023.02.21 -
건축비평셸터와 텐트 2022.6
Architecture Criticism Shelter and tent 캠핑은 자연 속에서 인간의 거주 환경을 조성한다는 의미에서 아마도 건축의 가장 원초적인 형태일 것이다. 경량화, 소형화, 간편화를 치열하게 추구하는, 그리고 가격 또한 이에 상응하는 캠핑 업계의 속성은 이러한 원초적 성격을 더욱 극한으로 치닫게 한다. 이 과정은 개별 제품 간의 경쟁이기도 하지만 그 이전에 개념 간의 경쟁이다. 흥미로운 것은 이런 치열한 과정에도 불구하고 각 사물의 핵심 개념과 개념 사이의 경계는 여전히 유지된다는 사실이다. 합종연횡이 쉽게 일어날 것 같지만 경험적으로나 선험적으로 어중간한 성격의 물건들이 설 자리는 의외로 좁다. 그중에서도 셸터와 텐트는 일견 유사하면서도 엄연히 다른 그 개념적 차이를 여전히 지속하고..
2023.02.20 -
건축비평서초 S주택; 말레비치의 창문 2022.5
Architecture Criticism Seocho S house; Malevich's window 우크라이나 출신으로 러시아 절대주의의 창시자인 카지미르 말레비치(Kazimir Severinovich Malevich, 1878~1935)는 회화에서 모든 일상의 재현을 거부하고 제거할 수 있는 모든 요소를 제거한 후 1915년의 ‘검은 사각형’과 ‘검은 원’, 1918년의 ‘흰색 위의 흰색’의 세 작품을 통해 추상회화를 가장 극단으로 끌고 간 미술가, 순수추상화가라는 평가를 받게 된다. 흰색 캔버스의 정중앙에 검은색 사각형을 놓다가 흰색 캔버스의 한 쪽 모서리 쪽에 검은색 원을 위치시키고 마지막에는 흰색 캔버스(사각형)의 한 쪽 모서리에 흰색 사각형을 기울여 위치시키는 일련의 그의 작업은 현대 회화가 ..
2023.02.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