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비평(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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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비평 _ 망고, 탱고, 알로하네부부와 고양이, 강아지가 함께 사는 집 2022.8
묘한 생김새를 가진 집 경사진 도로를 따라 펼쳐진 단독 주택들을 구경하며 올라가다 보면 길의 끝자락에 오묘한 형태를 가진 집이 나타난다. 지붕이 바닥까지 내려온 것 같아 보이기도 하는데, 주변 주택들이 백색의 외단열 시스템이나 벽돌 마감인 것과는 다르게 은색의 골강판이 집의 형태를 더욱 돋보이게 한다. 하부의 적삼목과 위로 갈수록 좁아지는 집의 형태는 마치 커다란 나무처럼 보이기도 한다. 부부와 고양이 두 마리 그리고 강아지 한 마리가 커다란 나무 그늘 아래에 산다. 집은 사는 사람을 닮는다고 하는데, 외관에서 풍기는 이미지부터 소박하지만 재밌는 것을 좋아하는 건축주 부부를 닮아있다. 둥근 배려가 만든 공간 묘각형 주택의 평면은 오각형이지만 모난 구석이 없다. 직각을 이루는 한쪽 모서리를 제외하고 오각형..
2023.02.22 -
건축비평 현대적 기념성과 은둔의 상징 2022.7
Architecture Criticism A symbol of modern commemoration and hermitage 헤르조그 & 드 뫼롱(Herzog & de Meuron, 이하 HdM) 설계의 송은(SONGEUN)에서는 흔히 건축의 전근대적 관심사라 불릴 만한 건축의 ‘기념성’과 표면에서의 ‘상징’이라는 두 테마가 뚜렷이 나타난다. 여기서의 기념성은 도시 속에서 외향적인 존재감을 드러내려고 하는 송은문화재단의 이미지 전략으로써 고전적 건축 수법을 현대화한 것이며, 독특한 표면으로 드러나는 상징의 기법은 현대 한국 사회와 관계하고 소통하려는 건축 프로그램의 내면적 의지를 표현하려는 태도로 읽힌다. 지정학적으로 프랑스, 독일 그리고 이탈리아라는 대국들의 틈새에 놓인 스위스의 산업도시 취리히와 바젤..
2023.02.21 -
건축비평셸터와 텐트 2022.6
Architecture Criticism Shelter and tent 캠핑은 자연 속에서 인간의 거주 환경을 조성한다는 의미에서 아마도 건축의 가장 원초적인 형태일 것이다. 경량화, 소형화, 간편화를 치열하게 추구하는, 그리고 가격 또한 이에 상응하는 캠핑 업계의 속성은 이러한 원초적 성격을 더욱 극한으로 치닫게 한다. 이 과정은 개별 제품 간의 경쟁이기도 하지만 그 이전에 개념 간의 경쟁이다. 흥미로운 것은 이런 치열한 과정에도 불구하고 각 사물의 핵심 개념과 개념 사이의 경계는 여전히 유지된다는 사실이다. 합종연횡이 쉽게 일어날 것 같지만 경험적으로나 선험적으로 어중간한 성격의 물건들이 설 자리는 의외로 좁다. 그중에서도 셸터와 텐트는 일견 유사하면서도 엄연히 다른 그 개념적 차이를 여전히 지속하고..
2023.02.20 -
건축비평서초 S주택; 말레비치의 창문 2022.5
Architecture Criticism Seocho S house; Malevich's window 우크라이나 출신으로 러시아 절대주의의 창시자인 카지미르 말레비치(Kazimir Severinovich Malevich, 1878~1935)는 회화에서 모든 일상의 재현을 거부하고 제거할 수 있는 모든 요소를 제거한 후 1915년의 ‘검은 사각형’과 ‘검은 원’, 1918년의 ‘흰색 위의 흰색’의 세 작품을 통해 추상회화를 가장 극단으로 끌고 간 미술가, 순수추상화가라는 평가를 받게 된다. 흰색 캔버스의 정중앙에 검은색 사각형을 놓다가 흰색 캔버스의 한 쪽 모서리 쪽에 검은색 원을 위치시키고 마지막에는 흰색 캔버스(사각형)의 한 쪽 모서리에 흰색 사각형을 기울여 위치시키는 일련의 그의 작업은 현대 회화가 ..
2023.02.19 -
[건축비평] 정암빌딩_성수 2022.4
Architecture Criticism Seong-su Jeong-Am Building 광나루로는 화양사거리를 기점으로 중랑천과 평행한 방향으로 각도가 바뀐다. 도로를 따라 시속 60킬로미터의 속도로 달리면 좌측에 하얀색 건물을 지난다. 박스형 매스의 건물이지만 가벼움이 느껴지는 표피에 뒤돌아보게 만든다. 건축사의 ‘경쾌하다’는 표현은 정암빌딩_성수의 외관과 전체 공간 구조를 이해하는 데 적절하다. 가까이 가면, 건물 전체를 감싸고 있는 하얀색 금속판넬로 만들어진 루버가 커튼월 유리면과 적절한 거리를 두어, 유리면에 루버의 그림자, 반사된 빛, 투사된 내부 공간의 복합적인 시각적 효과를 드러냄을 볼 수 있다. 한 면으로 인식되는 유리 커튼월은 루버로 인해 공간의 깊이감과 다공성(porosity)을 갖게..
2023.02.18 -
[건축비평] 카페 트리고 - 추상과 낭만적 신체 경험으로의 초대 2022.3
Architecture Criticism Cafe Trigo - Invitation to an Abstract and Romantic Corporeal Experience I. 건축사 안민 건축사 안민은 중견 건축사인 동시에 신진 건축사이다. 그는 학부 졸업 후 대규모 설계회사에서 근무했다. 그 후 주변 사람들과 어울려 회사를 차려 독립하였고, 건축사를 취득한 후 홀로 자기 이름으로 작품을 발표하는 것은 이번 봉평의 ‘카페 트리고’가 처음이다. II. 카페 트리고의 터 ‘카페 트리고’는 막 조성되기 시작한 봉평 문화마을 운동의 하나로 들어섰다. 자연히 건축사 안민은 이효석의 소설 ‘메밀꽃 필 무렵’의 소재가 건물에 투영되기를 간절히 원하였다. 새로이 건축될 카페 건물에 관한 논의 중, 건물주가 그 이름을..
2023.02.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