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이숙(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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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최고의 계약입니다” 2018.05
"Time is the best contract" 5월 1일 현재 남한과 북한의 시간은 30분의 차이가 있다. 남한은 동경 135도를 기준으로 하는 표준시인 동경시를 사용한다. 북한은 광복 70주년인 2015년 8월 15일부터 한반도 중앙부를 지나는 동경 127.5도를 기준으로 표준시간을 정한 평양시를 채택하고 있다. 그래서 서울이 오후 12시라면 평양은 아직 오전 11시 30분이다. 남북한의 표준시가 다르다는 사실을 나는 며칠 전 남북정상회담 뉴스를 보고 알았다. 이번 남북정상회담이 열린 판문점 남측 지역 ‘평화의 집’ 대기실에도 서울시간과 평양시간을 가리키는 시계 2개가 걸려있었고, 이를 본 김정은 위원장이 “가슴이 아팠다”며 표준시간을 남측에 맞추겠다고 문 대통령에게 약속했다는 것이다. 협정세계시(..
2022.12.01 -
“나는 주인공 뒷배경, 내 자리는 언제나 가장자리” 2018.04
“I'm the background of the main character, and my seat is always the edge” 지나고 보면 춥지 않았던 겨울이 어디 있었을까마는 지난 겨울은 유난스레 추웠다. 영하로 내려간 수은주는 바닥을 모르고 곤두박질쳤고 발목까지 내려오는 벤치 파카를 입은 사람들이 거리를 메웠다. 멀리서 보면 옷이 걷는 것처럼 보였다. 잔뜩 껴입은 내 모습도 별로 다르지 않았다. 든든한 창문이 찬바람을 막아주는 베란다에서 생수가 얼고 세탁기의 호스가 얼어 며칠씩 빨래를 미뤘다. 여기 저기서 수도 계량기 동파 소식이 들렸고 부쩍 부모님들의 부고가 전화기를 울렸다. 실제 한 달의 사망자 수도 통계를 내기 시작한 후로 가장 많았다고 한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8년 1월 우리나라의 ..
2022.12.01 -
“처음 매는 책가방, 평소보다 하늘이 커 보였습니다” 2018.03
"The new backpack to put on, the sky looked bigger than usual" 우리 둘째는 만 네 살에 초등학교에 입학했다. 정확하게는 만 다섯 살에서 네 달 모자라는 56개월에 초등학생이 되었다. 날마다 소풍날처럼 햇살이 환하던 남반구에 살 때의 일이다. 그 나라의 초등학교는 0학년인 킨더가튼부터 6학년까지 7년제였고, 만 다섯 살이 되는 해에 입학할 수 있었다. 학기가 시작하는 2월에 만 다섯 살이 채 되지 않았더라도 그 해 7월 이전에 다섯 살이 될 예정이면 입학이 가능했다. 많은 엄마들이 만 다섯 살이 지날 때까지 1년을 더 기다렸다가 학교에 보내는 선택을 하는데, 나는 둘째를 일찍 학교에 보냈다. 프리스쿨 비용이 너무 비쌌기 때문이다. 프리스쿨은 하루 6시간 비..
2022.11.30 -
"우리는 언제나 두드리고 싶은 것이 있다" 2022.11
"We always have something we want to knock on" 우리는 언제나 두드리고 싶은 것이 있다 그것이 창이든, 어둠이든 또는 별이든 2022년 가을에 새로 걸린 광화문글판의 내용이다. 광화문글판은 교보생명 사옥에 부착되어 있는 시민을 위한 글판이다. 1991년부터 시작됐으니 30년 넘게 계속되고 있다. 광화문글판은 ‘인생 한 문장’이라는 슬로건으로 1년에 서너 번 바뀌어 게시된다. 빌딩의 두 개 층이 넘는 높이로 걸려있는 커다란 현수막은 오가는 사람들에게 계절의 변화를 알려주며 생각할 거리를 안겨준다. 교보생명은 이 글판이 ‘우연히 가슴에 와닿아, 삶의 어느 순간 소중한 힘이’ 되고, ‘위로와 격려, 다시 일어날 용기를’ 사람들에게 전하고 있다고 홈페이지에 소개하고 있다. 내..
2022.11.10 -
자원봉사자 엄마의 올림픽 2018.02
Volunteer's Mom and Olympics 날마다 최강한파의 기록이 갱신되고 있는 추운 1월의 끄트머리에서 2월의 달력을 펼쳤다. 입춘 절기가 제일 먼저 눈에 들어 온다. 봄이 오긴 할까? 땅도 얼고 하늘도 얼고 가끔은 수도도 꽁꽁 어는 이 추위에 봄은 얼지 않고 무사히 우리 곁에 올 수 있을까? 추위가 매서우니 쓸데없는 걱정이 다 들기도 한다. 입춘이 지나면 바로 2018 평창 동계올림픽이 시작된다. 평창올림픽에 자원봉사자로 나선 둘째 아이 때문에 한파 걱정이 더 크다. 아이 덕에 별 감흥 없던 올림픽 관련 뉴스에도 귀를 기울이고 있다. 1월 29일 오전 6시 평창동계올림픽 참가신청이 마감되었다. 그 결과 총 92개국 2,925명의 선수가 등록을 해서 동계올림픽 역사상 가장 큰 규모의 대회가 ..
2022.11.09 -
새해 새 소망 2018.01
New Year's Wish 미국 독립전쟁이 한창이던 1777년 10월 4일, 조지 워싱턴 장군의 군대는 저먼타운 전투(The Battle of Germantown)에서 윌리엄 하우 장군이 이끄는 영국군 본대를 공격했지만 실패하고 후퇴했다. 광고는 패전한 워싱턴 장군의 야전 막사 풍경을 비추는 것에서 시작한다. 찬바람은 불고 군데군데 피워놓은 화톳불만으로는 한기를 쫓기에 역부족으로 보인다. 침울한 목소리로 사상자의 숫자를 체크하고 있는 조지 워싱턴의 막사에 병사 둘이 강아지 한 마리를 안고 들어온다. “워싱턴 장군님, 캠프에서 이 개를 발견했습니다. 개의 목걸이를 보세요. 이 개는 하우 장군의 것입니다.” 병사가 이렇게 말하자 워싱턴 장군 주변의 보좌관들은 냉소 어린 반응을 보낸다. “어떤 바보가 자기 ..
2022.11.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