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시설(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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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례교회 2025.4
Birye Church 대상지를 방문할 때마다 내비게이션은 우연하게도 금산군 비례리에 위치한 대지에서 거리가 다른 세 도로를 순차적으로 달리며 다른 관점에서 공간을 경험할 수 있도록 안내했다. 대지를 평화롭게 감싸며 연속적으로 이어지는 산세와 그 사이 움푹하게 들어간 골짜기에 자리한 기존 교회와 주변 논밭, 마을에 가까이 다가서면 생동감과 일상의 풍요로움이 드러났다. 비례교회는 1954년 창립된 역사 깊은 개신교 장로교회로, 수십 년 동안 제자리를 지킨 소나무와 측백나무들이 둘러싼 양지 좋은 곳에 자리 잡은 아담한 교회이다. 비례교회는 예배를 위한 신앙적 공간이면서도, 비례리 마을회관과 마당을 공유하며 동네 주민들이 편하게 모여 이야기를 나누거나 쉬어가는 마을 공동체를 포용하는 공간이다. 기존 예배..
2025.04.30 -
숲예배당 2025.3
The chapel of forest 소개를 받고 향한 종교시설 부지에서 우거진 숲을 마주했다. 잘 가꾸어져 있진 않지만 숲이 부지를 포근하게 감싸고 있었다. 단풍나무가 향한 쪽으로 예배당을 구성해야겠다는 생각으로 프로젝트의 기획을 시작하게 되었다. 다수의 회사가 설계를 제안했지만, 기존 종교시설의 성격보다는 미술관이나 문화시설처럼 의도한 우리 기획안에 청년부가 크게 공감하고 힘을 실어 주었다. 처음 마주한 영감이 컸기에 복수의 다른 대안 없이 바로 설계에 착수했다. 지상 1층은 소예배당과 식당을 병합하여 사용할 수 있도록 계획했고, 안쪽에 목양실과 사무실, 그리고 그룹실을 배치했다. 지상 2층은 내부 중정을 중심으로 숲예배당과 사택으로 구분했고, 방문자가 가려진 홀을 지나 예배당 문을 열면 강단 ..
2025.03.31 -
최양업신부 탄생기념경당 2024.12
Thomas Choi Birth Memorial Chapel 작고 소박한 안식처, 최양업신부 탄생기념경당 충남 청양의 다락골, 최양업신부의 탄생지에 지은 작고 소박한 경당(經堂, chapel)이다. 경당은 그가 마지막을 지내면서 은신한 죽림굴(竹林窟)의 모습을 닮았다. 최양업 토마스신부(崔良業, 1821~1861)는 조선 최초의 신학생이자 한국천주교회의 두 번째 사제다. 한국천주교회는 순교로 신앙을 증언한 한국의 첫 사제 김대건 신부를 ‘피의 순교자’, 당대의 유일한 한국인 사제로서 신자들을 위해 조선 팔도를 누빈 최양업 신부를 ‘땀의 순교자’라 부른다. 그는 2016년 교황청으로부터 공식 인준을 받아 ‘가경자(可敬者, Venerable)’로 선포되었다. 한국에서 순교자가 아닌, 증거자의 시복을 ..
2024.12.31 -
김포 성인교회 2024.10
Gimpo Sungin church 김포시 감정동에 자리한 성인교회는 야트막한 산과 언덕 중턱에 위치해 평야지대의 김포지역을 내려다보고 있으며, 김포시에서 검단로를 따라 인천시 검단으로 넘어가는 경계에 위치한다. 이 자리에 건축된 교회당은 주차장과 예배당이 위치한 1층 사이에 약 4미터의 높이 차이가 있었으며, 신도들의 고령화로 거동이 불편해짐에 따라 엘리베이터를 설치하고 그에 따른 부속실을 계획해 달라는 것이 건축주의 요구사항이었다. 기존 건축물은 2000년에 신축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주황색 드라이비트 벽체는 퇴색되고 지저분해져 오래된 느낌을 주었다. 비록 작은 규모의 증축이었지만, 건물의 전면을 리모델링하는 작업은 빌보드 간판과 같은 역할을 했기에 리모델링만으로도 신축 건물과 같은 인상을 주었다..
2024.10.31 -
회원 첫 작품_약수교회 2024.5
Yaksu Church 신혼 초 살던 동네의 교회에 나가기 시작했다. 교회는 2002년 본관 개축을 계획하며 다방면으로 건축사사무소와 시공사를 알아보던 중인 것 같았다. 때마침 근처 대지의 별동 교육관 건축 계획안을 건축주에게 보여드린 게 계기가 되어 본관 계획을 요청받게 되었다. ‘교회란 무엇인가’라는 생각은 나에게 항상 어려운 숙제였던 게마인샤프트(Gemeinschaft), 게젤샤프트(Gesellschaft)에 대해 다시금 고민하게 만들었다. 늘 그랬지만, 본능적으로 계획안을 스케치하고 또 하루 이틀 생각하고 또 스케치하며 반복되는 시간이 흘렀다. 앙상한 갈비뼈처럼 골조를 드러내는 형태에 집착하며 몇 가지 안을 만들어 제안했다. 그날 건축주가 망설임 없이 계획안을 선택하면서, 나머지 설계가 순..
2024.05.31 -
세종중문교회 2023.11
Sejong JungMun Church 프롤로그 모든 것이 새롭고 잘 정리된 도시 세종, 하지만 2018년 자살률 증가 1위 도시로 꼽히면서 화려한 도시에 감춰진 어두운 이면과 마주하게 된다. 이방인과 같은 도시에서 마음을 나눌 수 있는 단 한명의 친구같은 존재로, 누구나, 언제든지 있는 모습 그대로 찾아올 수 있는 교회로서의 사명감으로 세종중문교회 건축은 시작되었다. 믿는 자들만을 위한 교회가 아니라 누구나 편히 다가설 수 있는 교회, 내 이웃과 같은 교회를 만들기 위해 교회라는 경계(보이지 않는 담)를 허무는 것에 설계의 주안점을 두었다. 경계 없이 열린 공간 바실리카, 비잔틴, 로마네스크, 고딕양식 등 역사적으로 교회건축은 시대마다 다른 양식으로 건축돼 왔다. 교권이 가장 강력했던 중세시대 양식이 ..
2023.11.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