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티클 | Article(1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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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사람들은 누군가가 필요하다 2019.12
Everyone needs someone 지금의 내 나이에 죽어버린 선배의 1주기 추모식에 갔었다. 학생운동을 거쳐 오랜 세월 노동운동에 헌신하다가 병을 얻어 고향인 제주도에 내려가 살던 선배였다. 납골당이 있는 추모공원에 마련된 제례실에 조촐한 제사상을 차려놓고 선후배와 가족들이 둘러 앉았다. 모인 이들의 대다수가 죽은 이보다 나이가 많았다. 선배는 죽어 나이가 멈추어 버렸는데 나만 나이가 들어, 나도 선배와 동갑이 되었다. 길지 않은 생애의 약력을 읽고 선배의 친구가 추모사를 낭독했다. 둘러 앉은 사람들이 돌아가며 선배와의 인연이나 추억을 이야기 했다. 이른 아침 비행기로 내려온 후배는 추모식 내내 훌쩍거렸다. 덩치가 산 만한 녀석이 “형 좋아했어요. 지금도 좋아합니다.” 겨우 두 마디를 어렵게 말하..
2023.01.07 -
미션 그리고 산 후안 카피스트라노의 수도원 2019.12
Mission San Juan Capistrano 12월은 한 해의 마지막이기도 하지만, 또 다른 새해를 맞이하는 준비의 시간이기도 하다. 특히 예수의 탄생을 추정하면서 기독교 국가들 중심의 대대적 종교 행사가 열린다. 로만 가톨릭이나 개신교가 국교화되었던 유럽과 미국을 중심으로 예수 탄생일인 크리스마스는 가장 중요한 축제다. 우리나라 또한 예외가 아니다. 조선시대 말 유입된 선교사가 아닌 자발적 종교유입이 진행된 세계적으로 드문 경우로, 일본 식민지 시대에 저항하는 상당수의 독립군들이 개신교를 비롯한 가톨릭 등 범(汎)크리스찬이 많았다. 일본 해방 이후에도 근현대사의 상당한 족적에 이들 개신교와 가톨릭의 흔적이 많이 남아 있다. 기득권과 개혁세력의 양편에 항상 중심에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대체로 독립..
2023.01.07 -
제복의 효과 2019.12
Effects of uniforms 나는 서촌에 산다. 이곳은 매일 크고 작은 시위가 있고 토요일에는 대규모 시위가 있다. 평일 시위는 다양하지만, 토요일 시위는 거의 예외없이 애국 보수 단체의 반정부 시위다. 요 몇 달 동안 시위가 없는 토요일은 한 번도 없었던 거 같다. 시위가 있는 날이면 버스도 다니지 않는다. 토요일에 친구들과 함께 인왕산에 오르기로 한 날 오후에 밖을 나왔다. 아니 웬 일인지 시위가 없다. 요 몇 달 사이 시위가 없는 토요일은 처음이다. 경복궁역 정류장에서 만나기로 해서 그곳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군복을 입은 한 노인이 천천히 정류장 쪽으로 걸어온다. 두리번거리면서 뭔가를 찾는 것 같았다. 그리곤 버스 정류장 앞에서 뒷짐을 지고 서 있다. 그는 분명히 시위를 하러 나왔을 것이다...
2023.01.07 -
중남미와 북유럽 여행 단상“여행은 나를 넓히는 연습, 나 자신 들여다보는 엄숙한 도정” 2019.12
Travel Essay on Latin America and Northern Europe "Travel is a practice that expands me, a solemn way to look into myself" 올해는 내가 좋아하는 가을을 세 번 맞는 기분이다. 봄에 중남미, 여름에 북유럽을 가서 가을 분위기를 느끼고 한국에 와서 가을을 맞았다. 지구 저편에 이런 세상이 있다는 게 놀라웠다. 길지 않은 여정이었지만 중남미 5개국을 다니며 비행기 열한 번을, 북유럽 5개국에선 여섯 차례나 배를(크루즈 2회) 타야 했다. 여행을 떠나기 전에 본 영화 에서 그는 “여행 속에서 나는 건축가가 되었다”라고 말하고 있다. 여행은 자신을 넓히는 연습인 동시에 자신의 한계를 알아보는 연습이라고 생각한다. 중남..
2023.01.07 -
공동체 2019.12
Community 한동안 가족공동체 해체의 전조증상이라도 되는 양, 우리 청년들이 집을 뛰쳐나가 ‘혼밥’, ‘혼술’, ‘혼놀’에 탐닉하는 붐(boom)이 일더니, 어느 날부턴가 ‘셰어하우스(share house)’라는 독특한 주거형태가 우리 곁에 슬며시 자리 잡기 시작했다. 지금까지의 주거발전과정에서는 다들 쌓고 늘리는 데만 급급했는데, 이제는 그 행태를 일단 멈추고 잉여공간을 ‘나눠서 함께 살자’라는 취지란다. 어쨌든 이 역시 주거공동체의 또 다른 변태(變態)라고 할 수 있겠다. 사실, 그동안 이 지구상에 출현했던 수많은 주거공동체들의 시원은 우리 인류의 역사만큼이나 깊고 오래됐다. 두 발로 직립보행을 하게 되면서 다른 동물과 본격적으로 차별화되기 시작한 이른바 호모 사피엔스(Homo sapiens)가..
2023.01.07 -
이혼할 때 재산분할하는 방법 2019.12
How to share property upon divorce Ⅰ. 글의 첫머리에 이혼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매우 안타까운 현상이다. 예전에는 이혼할 때 주로 자녀에 대한 친권 및 양육권이 문제되었으나, 요새는 재산분할에 더 많은 분쟁이 발생하고 있다. 경제규모가 커진 탓도 있지만, 인심이 각박해져서 이혼하면서 상대방에게 한 푼이라도 덜 주려고 끝까지 다투기 때문이다. 이혼을 하려고 마음 먹은 부부는 일단 서로 합의하여 협의이혼절차를 거치는 것이 보통이다. 이때 합의이혼하기 위해서는 자녀에 대한 친권양육권, 위자료, 재산분할 등에 관해 모두 합의가 이루어져야 두 사람이 협의이혼신청을 할 수 있다. 만일 그 중 일부에 대해서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으면 협의이혼을 할 수 없다. 부부 사이에 원만한 합의..
2023.01.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