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비평(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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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비평] 스튜디오 파라노이드 오피스 인간적인 브루탈리즘 2026.3
Architecture Criticism _ Studio Paranoid Office Human Brutalism 부동산 사장님의 건축학 언젠가 사무실을 임대하러 다니던 때, 매물을 소개하던 사장님의 말이 기억에 남는다. “이 건물 괜찮아. 돌로 된 건물이야.” 우리 도시를 채우는 근생 건물 시장에서 화강석은 신축과 세련됨의 상징이 되었고, 벽돌은 낡은 건물의 표상이 되어버렸다.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골목길을 채우던 따뜻한 물성에 대한 향수는 건축사들을 다시 벽돌로 이끌었다.그래서 스테이 아키텍츠(홍정희+고정석)가 ‘파라노이드’를 설계할 때 먼저 고민한 것도 외장재료가 보낼 신호였다. 최신 유행에 민감한 영상을 만드는 광고 제작사의 사옥을, 오래된 소규모 빌딩이 가득한 강남의 골목길에 지어야 한다...
2026.03.31 -
[건축비평] 향약원 별관 10년의 비움으로 빚어낸 한 건축사의 담담한 기록 2026.2
Architecture Criticism _ Hyangyakwon Annex An architect’s calm record, shaped by 10 years of emptiness 다이어그램의 시대, 감각의 복원 오늘날의 건축 설계는 점차 명쾌한 논리의 싸움이 되어가고 있다. 복잡한 대지 조건과 프로그램의 얽힘을 단순한 몇 장의 다이어그램으로 치환하여 설득력을 얻는 방식은 효율적이지만, 때로는 그 명쾌함 뒤에 숨겨진 공간의 실재적 체험을 간과하게 만든다. 개념이 강한 건축은 눈에 띄지만, 그 안에 머무는 사람의 시선과 발걸음은 종종 도식화된 논리에 갇히곤 한다. 최근 마주한 코스맥스 향약원 별관은 이러한 흐름과는 결이 다른 태도를 보여준다. 이 건축물을 설계한 이호성 건축사는 설계 과정에서 다이어..
2026.03.19 -
[건축비평] 인탈리오 건축의 화려한 향연과 소외된 중심 2026.1
Architecture Criticism _ intaglio A Spectacular Feast of Architecture and the Neglected Center 밤 캄캄한 밤 격포를 향해 차를 달렸다. 길은 바닷가 마을을 향해 내려가 얽히고 갈라진 끝에 한적한 마트에 다다랐다. 지쳐서인지 형광등 아래 모든 것이 창백해 보였다. 저녁거리 이것저것을 사서는 그곳으로 향했다. 인탈리오 Intaglio 오늘 자게 될 숙소의 이름이다. 음각이란 뜻의 이태리 말이다. 분명 건축가가 지었을 법한 근사한 이름이다. 흔들리는 차창 너머로 깜캄한 언덕 위에 불빛들이 보였다. 가까이 갈 수록 형상이 분명해지며 마치 하얀 박쥐들이 날개를 접고 몸을 맞대고 있는 것처럼 삐쭉한 계단실과 객실들이 늘어서 있었다. 신기..
2026.01.30 -
[건축비평] 모노섬경계의 땅에서 피라네시의 계단을 오르다 2025.11
Architecture Criticism _ Monosome Going up Piranesi’s Staircase (The Staircase with Trophies) in a Land of Boundaries 제주에서 강원 고성으로 부산과 제주 지역의 중견 건축사로서 상호 존중의 관계로 지내던 차에 오신욱 건축사의 작품에 비평의 기회를 얻었다. 제주에서 강원도 고성까지의 여정은 부담이었지만, 오 건축사의 건축을 가까이 살펴볼 기회가 된다는 점에서 기대가 컸다. 더불어 ‘부산 토박이 건축사가 부산을 벗어난 곳에서는 어떠한 건축을 할까?’ 이런 호기심이 작동했다. ‘부산성’이라는 특수성에 기대었던 그의 건축이, 영토를 확장하여 보편적 건축으로 어떻게 변이하는지 살펴보고자 했다. 부산 갈매기의 꿈 지역..
2025.11.28 -
[건축비평] 선데이브런치 HQ대로와 골목 사이, 낯선 건물의 균형 2025.10
Architecture Criticism _ sundaybrunch HQ A Balance of an Unfamiliar Building, between a Main Street and an Alley 도시의 대로와 골목 사이 강남 테헤란로는 서울을 상징하는 거리 중 하나다. 낮에도 밤에도 대형 오피스 빌딩과 IT 벤처기업의 사옥들이 끝없이 늘어서 있으며, 이어지는 차량의 흐름이 도시의 에너지를 집약한다. 이와 다르게 대로에서 불과 300미터만 안쪽으로 들어서면 전혀 다른 세계가 펼쳐진다. 화려한 상업 건물이 사라지고, 대신 붉은 벽돌 다세대주택이 줄지어 있는 조용한 주거지가 나타난다. 이 주거지에 들어선 건축물 ‘선데이 브런치’는 도시의 이중적 풍경 속에서 흥미로운 균열을 만들어낸다. 채도가 낮은..
2025.10.31 -
[건축비평] 블루큐브 / 구축성을 기반으로 확장되는 기술 2025.8
Architecture Criticism _ BLUE CUBE Technology expanding based on constructability 평범한 평일 오후 개포동에 위치한 BLUE CUBE 앞 거리는 유독 더 활기찬 모습이었다. 거리에서 한 개 층 들어올려진 입방체 볼륨은 그 조형적인 단순함 덕에 이웃한 건물들과 비교되는 현대적인 경쾌함을 갖고 있었고, 세심하게 조정된 비례를 갖고 있는 ‘넓고 높은 창’을 통해 ‘이웃의 생활상(近隣生活)’을 도시로 투영하고 있었다. 건물의 무게감을 의도적으로 지우려는 듯, 반복되는 창호가 만들어내는 격자형 입면을 따라 계획된 가볍고 세장한 현대판 코니스(Cornice)들이 만들어나가는 기하학적 질서와 양감을 쫓아가다 보면, 지속적으로 변화하게 될 임대공간 ..
2025.08.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