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인스토리(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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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태가 된 정보 2020.4
코로나19 바이러스의 대유행으로 인해 신문이나 인터넷에서 굉장히 많이 등장하는 이미지가 있다. 바로 코로나19 바이러스의 확산 현황을 보여주는 지도, 또는 그래프 같은 인포그래픽이다. 이 인포그래픽은 구구절절한 여러 말 필요 없이 간략한 그림으로 확산이 많이 된 지역, 그리고 확산의 양적 크기를 한 눈에 보여준다는 점에서 대단히 효과적인 정보 전달 기술이다. 인포그래픽은 대단히 현대적인 그림 언어 체계처럼 보인다. 하지만 그 역사는 매우 길어서 17세기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근대를 연 대표적인 철학자 가운데 한 사람인 데카르트가 가로 세로의 선으로 좌표를 만들면서 인포그래픽이 탄생했다. 수평선의 x축과 수직선의 y축을 가로지르게 한 이 좌표는 정보를 대단히 입체적으로 조직화할 수 있게 했다. 시간의 흐름..
2023.01.12 -
호기심을 자극하는 영화 포스터들 2020.2
Intriguing movie poster 해외에서 각종 상을 휩쓸고 있는 영화 은 포스터 디자인에서도 남다른 감각을 보여주었다. 이 포스터는 영화의 성공에 힘입어 아마존을 비롯한 해외의 각종 영화 포스터 판매 사이트에서 팔리고 있다. 한국의 영화 포스터로는 이례적인 일이다. 의 포스터가 인기 있는 이유는 무엇보다 한국 영화로서는 유래가 없을 정도로 많이 알려졌기 때문이다. 세계 최대 영화 데이터베이스 사이트인 IMDB에서 에 평점을 준 관객은 16만 명이 넘는다.(2020년 1월 집계) 봉준호 감독의 또다른 걸작으로 16년 전에 개봉된 의 11만 명보다 훨씬 많다. 지난해 한국 최고 흥행 영화인 의 평점 참여 관객 수는 3천 명대에 불과하다. 이것만 봐도 이 영화가 얼마나 많은 외국인들에게 알려졌는지 ..
2023.01.10 -
비난을 면키 어려운 올림픽 로고 디자인 2020.1
Design of Olympic Logo that is difficult to avoid the Public Censure 2024년에 개최될 파리 올림픽의 로고가 지난해 10월에 발표되었다. 이번 로고는 중의적 의미를 그래픽에 담았다. 심벌 마크는 여성의 얼굴처럼 보이며, 동시에 올림픽의 성화로도 보인다. 심벌 마크 속 여성은 프랑스 대혁명기에 등장한 가상의 인물인 ‘마리안느(Marianne)’로서 명실공히 프랑스를 상징하는 여인이다. 마리안느의 머리 모양에 따라 속 공간은 불꽃 모양이 된다. 그러니까 이 로고는 올림픽 성화라는 보편성과 마리안느라는 프랑스의 민족적 정체성을 동시에 수용하고 있다. 로고 마크는 곡선적이고 장식적이다. 동그란 모양의 심벌 마크와 곡선적인 로고 마크에는 기하학적인 형태가 들..
2023.01.09 -
제복의 효과 2019.12
Effects of uniforms 나는 서촌에 산다. 이곳은 매일 크고 작은 시위가 있고 토요일에는 대규모 시위가 있다. 평일 시위는 다양하지만, 토요일 시위는 거의 예외없이 애국 보수 단체의 반정부 시위다. 요 몇 달 동안 시위가 없는 토요일은 한 번도 없었던 거 같다. 시위가 있는 날이면 버스도 다니지 않는다. 토요일에 친구들과 함께 인왕산에 오르기로 한 날 오후에 밖을 나왔다. 아니 웬 일인지 시위가 없다. 요 몇 달 사이 시위가 없는 토요일은 처음이다. 경복궁역 정류장에서 만나기로 해서 그곳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군복을 입은 한 노인이 천천히 정류장 쪽으로 걸어온다. 두리번거리면서 뭔가를 찾는 것 같았다. 그리곤 버스 정류장 앞에서 뒷짐을 지고 서 있다. 그는 분명히 시위를 하러 나왔을 것이다...
2023.01.07 -
디자인된 사물을 전시한다는 것
Exhibiting Designed Objects 2019 광주디자인비엔날레가 9월 7일부터 10월 31일까지 열렸다. 나는 디자인 전시회만큼 기획하기 어려운 게 없다고 생각한다. 예술작품은 원래가 전시용으로 만들어지지만, 디자인된 사물은 일상의 필요를 충족시키고자 현실화되는 것이므로 전시와 무관하게 만들어진다. 처음부터 갤러리에 전시될 것을 고려하는 예술작품은 당연히 거기에 걸맞은 내용과 형식을 갖추게 된다. 다시 말해 전시장에서 빛이 날 수 있다. 반면에 대부분 거실이나 방과 같은 은밀한 사적 공간을 위해, 각종 생활의 편리를 위해 디자인되는 사물은 과연 전시 공간에서 빛을 발할 수 있을까? 빛을 발하는 것은 고사하고 전시장에 어울리기나 하는 걸까? 나의 의문이 잘 이해되지 않는다면, 백화점이나 쇼핑..
2023.01.06 -
가구는 움직이는 것이다 2019.9
Furniture is moving 예전에 통신사 광고 중에 ‘사랑은 움직이는 거야’라는 캠페인이 있었다. CF에서 여자는 사랑하던 남자를 차고 다른 남자에게로 가는 내용이다. 그런 자신을 변호하는 말로 “사랑은 움직이는 거야”라고 말한다. 통신사를 마음껏 바꾸라는 메시지를 전달하려는 거다. 사랑이 움직이듯이 가구 역시 움직이는 것이었다. 지금으로서는 믿기 힘들지만 서양 주거의 역사에서 가구는 대부분의 시간 동안 늘 움직여 왔다. 그 증거는 가구를 뜻하는 단어에 남아 있다. 불어의 ‘뫼블르(meuble)’와 ‘모빌리에(mobilier)’, 이태리어 ‘모빌리(mobili)’, 스페인어 ‘무에블레(mueble)’, 독일어 ‘뫼벨(Möbel)’은 모두 가구를 뜻하는 단어로서 한결같이 이동을 의미하는 라틴어에서..
2023.01.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