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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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스테르담 현대건축기행 2024.4
Architect’s Guide to Amsterdam 1. Valley by MVRDV 2022 암스테르담 건축기행을 준비하던 2022년 상반기에 이 작품은 아직 공사 중이었으나, 기행을 가기 전 준공이 되어 다녀올 수 있었다. 아키텍트인 위니 마스(Winy Mass)에 의하면 연면적 75,000제곱미터에 103미터 높이의 주상복합 건물이 나무가 심어진 발코니, 베이윈도우, 엇갈린 돌 테라스의 조경으로 남부(Zuidas) 지역에 녹색 환경을 제공하려 했고 벨리(Valley)라는 이름도 3개의 녹색 타워 사이 조각된 보이드로부터 따온 것으로, 지상 1층에서 5층까지 공공 계단을 통해 벨리를 느끼게 하려 했으며 녹지가 부족한 이 지역에 밀도 높게 식수된 테라스가 있는 아파트로 친근하고 인간적이며 오..
2024.04.30 -
[건축비평] 소요유가주택의 프라이버시와 공공성 2024.3
Architecture Criticism Housing Privacy and Publicity 최새벌 건축사가 설계한 ‘소요유가’는 양산물금지구 택지개발사업에 따른 양산물금신도시 단독주택용지에 건축된 단독주택이다. 공공이 택지 개발한 새로운 도시에서 단독주택이 갖는 프라이버시와 공공성에 대한 방향은 아쉽게도 사회적 양상을 따르고 있으나, 그 구현에 있어서 건축적 장치와 해법은 주목할 만하다. 건축사의 이상 속 설계가 현실 세계에 소환되는 과정에서 그 의도가 다소 약화하기는 하나, 건물이라는 실재 속에서 건축사가 꿈꾼 건물의 설계 의도를 해석하고 이해해 보고자 한다. 공공, 특히 한국토지주택공사가 주도하는 택지개발 방식의 신도시는 지구단위계획으로 해당 도시의 고유성과 질서를 만들고자 노력하나 늘 성공하지 ..
2024.03.31 -
계단, 경사로 그리고 저소음 구역 2024.3
Stairs, ramps and low noise areas “내 건물에 장애인이 들어올 일은 없는데 왜 장애인 경사로를 설치해야 합니까?” 건축 설계 일을 하면서 여러 사람을 만나고 다양한 상황을 겪으며 좋든 나쁘든 인상적인 기억들이 생기기 마련인데, 저 말을 듣던 날의 놀라움은 아직도 생생하게 떠오른다. 당시 건축주는 허가를 진행하며 관련 부서들과 협의하는 단계에서 장애인 편의시설 설치로 건물 입구의 단차를 경사로로 바꿔야 하는 일을 이해할 수 없다는 듯 이렇게 말했다. 예상치 못한 질문에 잠시 멈칫했지만, 지어질 건물이 관련 법률에 의해 장애인 등의 편의시설 설치 대상인 ‘공공건물 및 공중이용시설’에 해당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건축주는 이유를 듣고 난 후에도 자신의 건물에 공공이니 공중이니 하는..
2024.03.31 -
[건축비평] 풍경작용, 여백 그리고 인시튜(IN SITU) 미학 2024.2
Architecture Criticism_Scenery’s effect, Empty space & In situ work 자경(自景) ‘풍경을 담은 집, 풍경 속에 담긴 집’, 이 주택의 이름을 듣고 주택을 마주하는 순간 풍경작용에 대한 호기심이 자연스럽게 발동한다. 과연 어떠한 풍경작용이 숨어있기에 이러한 시적이고 정겨운 이름을 지었을까? ‘자경(自景)’이라는 풍경작용이 단번에 머릿속에 떠오른다. 건축에서 풍경과의 관계는 도시가 아닌 전원 속의 집에서 더욱 중요하다. 다양한 풍경을 즐길 수 있도록 하는 풍경작용은 집을 거주하기에 즐거운 곳으로 만들어주기 때문이다. 우리의 전통 한옥은 풍경과의 관계 그 자체라고 할 수 있다. 한옥은 혼자 존재하지 않는다. 한옥의 공간 구조는 주변의 풍경을 끌어들여 함께 ..
2024.03.08 -
대표 건축사로서의 첫 일 년 2024.2
The first year as a representative architect 미국에서 건축대학원을 졸업하고 건축 실무를 시작한 지 8년쯤 되었을 즈음에 독립을 꿈꾸게 되었고, 공모전 당선으로 한국에 돌아와 대표 건축사로서 한국에서의 첫 사회생활과 건축 실무를 동시에 시작하게 되었다. 독립한 지 몇 해가 흘렀지만 건물을 설계하고 시공하는 일은 매번 어렵고, 여전히 대표 건축사라는 직책과 책임은 무겁다. 학교를 졸업하고 실무 생활을 하면서 겪은 일들은 참 다양하지만, 한국에서 독립한 후 첫 일 년간 경험한 일들은 아직까지 쉽게 잊히지 않는다. Episode 01 지방의 한 중소기업 회장님과 첫 미팅을 하게 되었다. 준비해 간 디자인 기획안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하기 전 회장님이 농담처럼 던진 첫마디는 프로..
2024.03.08 -
발코니가 바라본 세상_아파트, 우리는 발코니에서 세상을 어떻게 바라보는가 2024.2
The world seen from the balcony Apartment, how do we see the world from our balcony 1. 향수鄕愁 도시 한쪽에 지어진 아파트 한편 발코니에 앉아있다. 좀 비좁아도 자생란 몇 분 키우면서 계절도 느끼고 식물의 생명력을 발견한다. 다행히 동쪽으로 트인 공간이어서 여름에는 일사 조절을, 겨울에는 거실에 제법 습도 공급을 해주었음에 고맙게 생각한다. 아내의 알레르기가 없었으면 잉꼬 한 쌍이 이곳에서 자자손손 번식할 수 있었을 것이다. 발아래를 내려다보면, 길 건너 도로를 질주하는 자동차들은 내게 너무 익숙해 소음으로 들리지 않는다. 그리고 새벽부터 일꾼개미들이 먹이를 찾아 콘크리트 정글을 부산하게 서울로 향한다. 마주하는 인접한 아파트 외벽은 이..
2024.03.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