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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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비평] 교동살롱, 그 복합성에 대하여 2024.5
Architecture Criticism On Complexity of Gyodong Salon 교동살롱 프로젝트를 접하게 된 것은 2023년 대한민국목조건축대전 심사를 진행하면서였다. 결론부터 말하면 교동살롱은 ‘포레스트 에지(주.중원건축사사무소 김선형 건축사 설계)’와 더불어 두 개의 대상 중 하나를 받았다. 심사 과정이 교동살롱의 건축적 가치를 평가하는 시사점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하므로 밝히는 것이 좋겠다. 일단 제출물을 중심으로 후보작들을 선정했는데, 수도권에 있는 후보작들은 직접 현장을 답사하고 다른 지역의 후보작들은 사진과 도면으로 심사하기로 했다. 그런데 막상 현장에 가 보니 사진과 상이한 경우들이 있었다. 사진을 너무 잘 찍어서(?) 문제가 된 경우, 혹은 그 반대의 경우도 있었다. ..
2024.05.31 -
완결되지 않는 평면과 열려있는 건축 2024.5
Incomplete floor plan and open architecture 서촌 인근의 한옥 리모델링 일을 맡은 지 벌써 두 달이 되어가지만, 아직도 평면 계획은 진행 중이다. 의뢰인의 요구사항을 바탕으로 여러 가지 방안을 짜보았지만 딱히 이렇다 할 대답을 찾을 수 없었다. 가장 큰 난관은 건축주가 원하는 바에 고정된 방향성이나 구체적인 형태가 없다는 것이었다. 건축물을 사용하게 될 인원도 확정되어 있지 않고, 건축물의 용도 또한 모호한 상황이었다. 자녀 한 분과 건축주까지 둘이서 거주하는 공간이지만, 추후 부모님 한 분과 함께 살 수도 있는 가능성을 고려해야 했다. 또 가족의 작업 공간과 주택이 공존하면서도 독립적으로 작동해야 하는 부분, 앞으로 이 공간이 거주지에서 문화 공간으로 탈바꿈될 수도..
2024.05.31 -
나의 첫 번째 건축주 2024.4
My first client 나의 첫 번째 건축주는 대학에서 함께 건축을 공부한 동기였다. 대학교 1학년 1학기 설계스튜디오를 함께 들었던 친구는, 졸업 후 스타트업에서 일하며 공간을 콘텐츠로 거래하는 일에 흥미를 느끼고 다른 친구 둘과 함께 독립해 관련 회사를 차렸다. 그 무렵은 숙박 공유 서비스인 에어비앤비가 한국에 진출하고, 공유 오피스 등 새로운 공간 비즈니스가 곳곳에서 태동하던 시기였다. 친구는 서울 곳곳에서 파티룸 대관을 메인 비즈니스로 운영하던 중, 흩어진 공간을 한 데 모아 운영 효율을 올리고자 했다. 그렇게 찾은 통임대 건물의 위치는 이태원. 친구는 “예전부터 공간을 너한테 맡겨보고 싶었어”라며, 졸업한 지 5년 만에 문득 전화를 걸어왔다. 당시 나는 4년간의 실무수련을 마치고 한..
2024.04.30 -
암스테르담 현대건축기행 2024.4
Architect’s Guide to Amsterdam 1. Valley by MVRDV 2022 암스테르담 건축기행을 준비하던 2022년 상반기에 이 작품은 아직 공사 중이었으나, 기행을 가기 전 준공이 되어 다녀올 수 있었다. 아키텍트인 위니 마스(Winy Mass)에 의하면 연면적 75,000제곱미터에 103미터 높이의 주상복합 건물이 나무가 심어진 발코니, 베이윈도우, 엇갈린 돌 테라스의 조경으로 남부(Zuidas) 지역에 녹색 환경을 제공하려 했고 벨리(Valley)라는 이름도 3개의 녹색 타워 사이 조각된 보이드로부터 따온 것으로, 지상 1층에서 5층까지 공공 계단을 통해 벨리를 느끼게 하려 했으며 녹지가 부족한 이 지역에 밀도 높게 식수된 테라스가 있는 아파트로 친근하고 인간적이며 오..
2024.04.30 -
[건축비평] 소요유가주택의 프라이버시와 공공성 2024.3
Architecture Criticism Housing Privacy and Publicity 최새벌 건축사가 설계한 ‘소요유가’는 양산물금지구 택지개발사업에 따른 양산물금신도시 단독주택용지에 건축된 단독주택이다. 공공이 택지 개발한 새로운 도시에서 단독주택이 갖는 프라이버시와 공공성에 대한 방향은 아쉽게도 사회적 양상을 따르고 있으나, 그 구현에 있어서 건축적 장치와 해법은 주목할 만하다. 건축사의 이상 속 설계가 현실 세계에 소환되는 과정에서 그 의도가 다소 약화하기는 하나, 건물이라는 실재 속에서 건축사가 꿈꾼 건물의 설계 의도를 해석하고 이해해 보고자 한다. 공공, 특히 한국토지주택공사가 주도하는 택지개발 방식의 신도시는 지구단위계획으로 해당 도시의 고유성과 질서를 만들고자 노력하나 늘 성공하지 ..
2024.03.31 -
계단, 경사로 그리고 저소음 구역 2024.3
Stairs, ramps and low noise areas “내 건물에 장애인이 들어올 일은 없는데 왜 장애인 경사로를 설치해야 합니까?” 건축 설계 일을 하면서 여러 사람을 만나고 다양한 상황을 겪으며 좋든 나쁘든 인상적인 기억들이 생기기 마련인데, 저 말을 듣던 날의 놀라움은 아직도 생생하게 떠오른다. 당시 건축주는 허가를 진행하며 관련 부서들과 협의하는 단계에서 장애인 편의시설 설치로 건물 입구의 단차를 경사로로 바꿔야 하는 일을 이해할 수 없다는 듯 이렇게 말했다. 예상치 못한 질문에 잠시 멈칫했지만, 지어질 건물이 관련 법률에 의해 장애인 등의 편의시설 설치 대상인 ‘공공건물 및 공중이용시설’에 해당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건축주는 이유를 듣고 난 후에도 자신의 건물에 공공이니 공중이니 하는..
2024.03.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