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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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린 2023.12
It was right then, and wrong now 2년 전 이맘때쯤인 것 같다. 주택을 짓고 마무리도 안 된 집으로 이사했던 때가. 사실 4~5년 전만 하더라도 내가 집을 지을 것이라고는 생각도 하지 못했다. 지방 사람인 나와 아내는 은평구에서 7년을 살고, 아이가 두 살이 되던 무렵 조금 더 나은 주거환경과 사무환경을 찾아 올림픽공원 근처로 사무소를 옮겼다. 비용도 줄일 겸 마음 맞는 친구들 몇몇과 함께 사무소를 나눠 쓰기로 하고 우리 가족은 하남으로 이사했다. 직원도 생겼고 사무소도 어느 정도 성장하고 있던 그때 막연하게 꿈만 꾸던 집을 지어도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건축을 하는 많은 사람이 자기 집을 짓는 꿈을 꿀 것이다. 나 역시 그런 사람 중 하나였다. 시골에서 나고 자란 덕분인..
2023.12.30 -
우리는 어떻게 행복해질 수 있는가? 2023.12
How to appreciate happiness? 행복과 불행은 삶에 따라 순환하는 것 … 행복의 비밀은 새옹지마와 같은 격언 속에 담겨있어 우리나라 헌법에는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라는 조항이 있다. 이른바 ‘행복추구권(幸福追求權)’이다. 행복추구권은 우리나라 헌법이 보장하는 기본권 중 하나로, 안락하고 만족스러운 삶을 추구할 수 있는 권리, 고통이 없는 상태나 만족감을 느낄 수 있는 상태를 실현하는 권리로 정의된다. 그래서 누군가는 행복을 인생의 목표로 삼기도 한다. 우리나라는 국가 경제력에 있어서 세계 10위권에 올라선지 오래다. 어느 순간부터 ‘K’자가 붙는 음악, 드라마, 영화는 물론 패션, 화장품, 음식, 관광, 무술, 산업과 심지어 방..
2023.12.30 -
전쟁, 그 숨겨진 역사를 기억하는 건축물 콜로세움, 시대적 건설배경과 식민지배 민족의 역사적 공감을 중심으로 2023.12
War, a building that remembers its hidden history _ The Colosseum, focusing on the historical construction backdrop and the colonial people’s historical empathy 1. 죽느냐 사느냐의 흔적 ‘팍스 로마나Pax Romana’는 테베레 강Tevere river을 배경으로 일곱 개 언덕 위에 건설한 도시였다. 고대 건축의 요람이며 문명과 과학의 박물관인 이 도시에 네로 황제Nero(AD 54~68)는 지중해 연안과 광대한 유럽에서부터 중동에 이르기까지 제국의 영토를 확장했다. 로마의 군사력과 기술력은 제국을 세우는 초석으로 부족함이 없었지만, 바실리카basilica 속 민회民會의 부패로..
2023.12.30 -
[건축비평] 껍질, 배타적인 독립체 2023.11
Architecture Criticism Husk, an exclusive entity 스몰웍스 건축사사무소의 고운동 주택은 별다른 도시 맥락을 찾기 어려운 세종특별자치시 외곽의 한 주택단지에서 자신만의 독특한 존재감을 드러낸다. 그 존재감의 근원은 독특한 형태라기보다 독특한 존재 방식이다. 그리고 이를 드러내고 조율하는 요소가 바로 건물 전체를 에워싼 ‘한 꺼풀의 벽’이다. 고운동 주택은 스몰웍스가 ‘열린 덮개’라는 주제를 담아 건축한 세 번째 작품이다. 지구단위계획의 기계적 해석 아래 지어진 이웃 주택들은 대체로 비슷한 성격을 갖는다. 동남쪽(혹은 조례에 따라 그것을 마주 보는 방향으로) 대지를 비워 통으로 긴 마당을 만들고, 건물은 이 마당을 향해 놓인다. 거실에는 전신이 드러나는 큰 창문, 침실에..
2023.11.30 -
아카시아 필리핀 대회가 남긴 것들 2023.11
Lessons from the ARCASIA in Philippines 지난 9월 17~23일 개최된 제20회 아시아건축사대회(ARCASIA Congress, 아카시아 대회) 참석차 필리핀의 보라카이 섬으로 향하는 대한건축사협회 출장단은 두 가지 중요한 목표를 갖고 있었다. 첫 번째, 2025년에 열리는 차기 아시아건축사대회(ARCASIA Congress)를 대한민국의 인천에 유치하는 것이다. 2025년은 1965년에 설립된 대한건축사협회가 창립 60주년을 맞이하는 뜻깊은 해다. 우리 한국의 건축사들에게는 과거의 역사를 기념하는 의미가 남다를 뿐 아니라, 세계적인 시각에서도 의미 깊은 해가 될 것이다. 2025년은 전 세계 195개 나라가 비준한 파리기후협약이 달성하기로 한 탄소중립의 목표시점인 2050..
2023.11.30 -
[건축비평] 공공시설물의 한계와 극복 2023.10
Architecture Criticism Limitations of public facilities and overcoming them 이재혁 건축사와는 평소 알고 지내던 사이로, 지면이나 현장을 통해서 건축을 대하는 그의 성품과 태도를 어느 정도 알고 지내던 사이다. 그는 건축을 대단한 이념이나 화려한 수사로 접근하지 않고 재료의 물성에 대한 치밀한 탐구와 소박한 수법을 통해 공간과 형태를 구현하는 진솔한 건축인이다. 그래서 그의 건축에서는 디테일에 치중한 느낌보다 풋풋한 날것의 진솔함과 친절함이 엿보인다. 특히 목구조 건축 설계에 탁월한 경험치를 보여주고 있으며, 친환경의 가치와 중요성을 잘 인지하고 있는 건축사이다. 아마도 이 비평을 맡게 된 인연에는 나무 건축을 통한 그와의 공감대가 있었을 것이다..
2023.10.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