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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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카시아 필리핀 대회가 남긴 것들 2023.11
Lessons from the ARCASIA in Philippines 지난 9월 17~23일 개최된 제20회 아시아건축사대회(ARCASIA Congress, 아카시아 대회) 참석차 필리핀의 보라카이 섬으로 향하는 대한건축사협회 출장단은 두 가지 중요한 목표를 갖고 있었다. 첫 번째, 2025년에 열리는 차기 아시아건축사대회(ARCASIA Congress)를 대한민국의 인천에 유치하는 것이다. 2025년은 1965년에 설립된 대한건축사협회가 창립 60주년을 맞이하는 뜻깊은 해다. 우리 한국의 건축사들에게는 과거의 역사를 기념하는 의미가 남다를 뿐 아니라, 세계적인 시각에서도 의미 깊은 해가 될 것이다. 2025년은 전 세계 195개 나라가 비준한 파리기후협약이 달성하기로 한 탄소중립의 목표시점인 2050..
2023.11.30 -
[건축비평] 공공시설물의 한계와 극복 2023.10
Architecture Criticism Limitations of public facilities and overcoming them 이재혁 건축사와는 평소 알고 지내던 사이로, 지면이나 현장을 통해서 건축을 대하는 그의 성품과 태도를 어느 정도 알고 지내던 사이다. 그는 건축을 대단한 이념이나 화려한 수사로 접근하지 않고 재료의 물성에 대한 치밀한 탐구와 소박한 수법을 통해 공간과 형태를 구현하는 진솔한 건축인이다. 그래서 그의 건축에서는 디테일에 치중한 느낌보다 풋풋한 날것의 진솔함과 친절함이 엿보인다. 특히 목구조 건축 설계에 탁월한 경험치를 보여주고 있으며, 친환경의 가치와 중요성을 잘 인지하고 있는 건축사이다. 아마도 이 비평을 맡게 된 인연에는 나무 건축을 통한 그와의 공감대가 있었을 것이다..
2023.10.31 -
과거를 회상하며 2023.10
Reminiscing of the past 건축을 하면서 겪었던 소소한 기억들을 떠올리며, 오늘날 건축사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고민해 본다. 마감, 또 마감, 계속 마감 한 남자가 숨이 목까지 차도록 계단을 뛰어올라가고 있다. 5분 전, 4분 전, 10초 전, 9초 전……. ‘이 건물은 왜 이렇게 계단이 많은 걸까? 누가 설계를 이따위로 한 것일까?’ 머릿속이 어지럽다. 설계는 마라톤과 같다는 여러 선배님들의 가르침을 몸소 배우기라도 하듯, 고지를 바로 앞에 둔 마라톤 선수와 같은 모습이다. 고통스럽다. 차에서 내린 후 계속 달렸지만, 아직도 달릴 길이 남았다. 목적지에 도착해서야 안도의 숨을 크게 들이쉰다. “헉헉, 공… 공모 제출하러 왔는데요.” 그리고 그날도 어김없이 퇴근길에 소주를 마신다. 설계 ..
2023.10.31 -
[건축비평] 合.求.助 2023.9
Architecture Criticism Analyst, Listener, Assistor 2000년도였을 것이다. 지는 건축설계에 종사하는 1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했는데, 그중 한 가지 질문이 ‘기피하는 사람이 누구냐’였다. 선두는 건축주와 공무원이었다. 의외였다. 공무원이야 감독자로 만나니 그럴 수 있다지만, 건축주는 일감을 준 사람이 아닌가. 그건 아마 고마운 존재이면서도 누구보다 깊이 관여할 수 있는 자격이 있는 간섭자여서가 아닐까. 천사이자 천적인 것이다. 공교롭게도 이번에 리뷰하는 프로젝트의 건축주는 공무원이다. 不, 不, 不, 不 “차라리 새로 짓는 게 싸게 먹힌다.” 무엇보다 경제성이 우선되는 현실에서 집을 고쳐 쓰겠다고 할 땐 그만한 사정이 있다. 신축이 금지된 개발행위허가제한..
2023.09.15 -
설계의도 구현을 위한 ‘소통’의 중요성 2023.9
The Significance of 'Communication' in Achieving the Intended Design Purpose 친구의 연락 사무소를 오픈하고 몇 해 뒤 친구로부터 오랜만에 연락이 왔다. 아파트에 살고 있던 친구는 근처 소유하고 있던 땅에 단독주택을 짓고자 했다. 설계를 맡길 건축사를 찾기 위해 다양한 사람들을 만났고, 주변에 사무소를 운영하고 있는 다른 친구들도 몇 명을 만나본 듯했다. 막바지쯤 나도 친구를 만나게 됐다. 만나서 내가 주택을 진행하는 프로세스와 업무범위를 자세히 설명했고, 말미에는 다양한 건축사를 만나본 후 실력이 있고 소통이 잘 되는 사람과 설계를 시작하라고 당부했다. 솔직히 나에게 설계를 맡기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소규모 단독주택은 시공과정에서 설계..
2023.09.14 -
[건축비평] 개념과 감각, 그리고 건축 2023.8
Architecture Criticism Concepts, senses, and architecture 먹거리 타운으로 유명한 대구의 들안길에 일명 들안예술마을로 불리는 곳이 있다. 상동과 두산동의 오래된 주거지로서 50여 개의 다양한 공방과 갤러리가 자생적으로 들어와 자리를 잡고 예술 활동을 하고 있는 곳이다. 여기에 수성구의 문화적 도시재생사업으로서 노후화된 단독주택과 원룸 건물을 매입해 이를 예술과 문화가 연계되는 공공예술촌으로 개조하고 지역을 활성화하는 사업이 실행되고 있다. 공공예술촌 사업은 대구시 수성구의 핵심 정책으로서 지역의 문화에 대한 정책과 건축사의 공간에 관한 생각을 섬세하게 반영해 공예가와 주민, 그리고 방문자가 자연스럽게 연계되고 창작과 유통이 순환되는, 지속 가능한 문화 소비의 ..
2023.08.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