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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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담론①] 햇빛 공유, 일조권 다시 생각하기 2023.7
Sharing sunlight, rethinking the right to enjoy sunlight 부드럽게 내리쬐는 햇살은 인간에게 유익한 생리적 효과와 함께 정신적, 심리적 안정을 가져다주는 효과가 있다. 햇빛은 개인의 재산이나 능력과 상관없이 누릴 수 있는 공평한 권리이자 자연의 혜택이며, 그리스 철학자 디오게네스(Diogenes)가 알렉산더 대왕에게 ‘해 비치는 그곳에서 비켜 서 달라(Yes, Stand out of my sunlight.)’라고 요청한 일화가 아니더라도 당신이 한옥 툇마루에 앉아 지붕 사이로 스며드는 햇살, 처마에 의해 드리워지는 그림자가 어우러지는 마당을 보고 있다면 분명 복잡한 삶 속에서 잠깐의 여유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우리나라가 1960년대 이후 산업화가 빠르게 진행..
2023.07.24 -
[건축담론②] 소규모 건축에 겹겹이 씌워진 규제 굴레에 대한 단상, 그리고 제언 2023.7
Opinions and Proposals on Excessive and Complex Regulations Imposed on Small Buildings 통계청에 따르면 2021년 기준 전체 주택의 수는 18,811,627호. 이 중에서 아파트는 11,948,544호로 약 63.5%를 차지하고 있다. 명실상부 대한민국은 ‘아파트 공화국’이라 불릴만하다. 그 뒤를 이어 단독주택이 14%, 다세대주택이 12%, 다가구주택이 4.2%이다. 2015년에는 아파트가 차지하는 비율이 59.91%였고, 해를 거듭할수록 아파트의 비중은 높아져 간다. 모든 주거 정책에 대한 관심과 방향은 자연스레 다수가 거주하는 곳으로 향하는 것이 당연하게 여겨진다. 하지만, 반대로 생각하면 주택의 36.5%는 여전히 단독주택, 다가..
2023.07.24 -
[건축비평] 레이키푸이스토, 가족숙박시설에서 미술관으로 2023.7
Architecture Criticism Leikkipuisto, from family lodging facility to an art gallery 새로운 프로그램으로 구성한 가족숙박시설 건축사사무소가 수행하는 업무는 복잡한 작업이지만, 작업 진행 프로세스는 결과물과 관계없이 많은 변화 없이 수행된다. 대지가 정해지면 대지분석이 이어지고, 사례 조사를 통해 전체적인 프로그램을 정한 후, 매스스터디와 평입단의 지속적인 연구와 스터디로 최종 건축물을 완성한다. 이 단계에서 가장 변하지 않는 게 있다면 사례 조사를 통한 프로그램일 것이다. 사례 조사를 통해 용도에 맞는 프로그램의 방향이 정해지면, 여기에 부분적으로 새로운 프로그램을 끼워 넣는다. 새로운 프로그램을 창조하기보다는 기존 사례 분석을 통해서 검증..
2023.07.24 -
건축의 연속성 2023.7
Continuity of architecture 첫 직장 처음 맡은 프로젝트는 단독주택이었다. 내 의지대로 진행하기보다 완공된 작품들과 제본된 도면집을 살펴보며 회사 작업 방식과 분위기를 파악하고자 했다. 프로젝트 수가 많지 않지만 작업의 과정과 완성도가 높았다. 연도별로 잘 정리된 컴퓨터 폴더에서 단독주택을 발견, 프로젝트 이름은 ‘조각이 있는 집’이다. 조형미가 넘쳐 보이는 우아한 2층 규모의 건물 사진을 보고 “와, 이 집은 미술관 같이 생겼네” 하고 나도 모르게 감탄사를 내뱉으니 가까운 자리에 앉아 있던 대표님이 클라이언트가 조각가 부부라고 대답해 주셨다. 경상도 특유의 사투리 억양이 강했는지, 신입이라서 잘 대해 주려는 것인지 내가 하는 혼잣말에 곧잘 답이 들려왔다. ‘조각이 있는 집’은 내 프..
2023.07.21 -
건축사의 랑데부 2023.7
Quebec Rendezvous Architects 기억 지구상의 넓은 경계는 때로 관심 밖의 세상일 수밖에 없지만, 가끔은 이런 관심을 일깨우는 때가 있다. 평소 관심을 전혀 갖지 못하던 어떤 곳이나 지역을 방문하거나 문화를 접하고, 사람들을 만나는 일이 그렇다. 한참 잊고 있었던 기억이 이런 일로 인해 다시 살아날 때면, 어떤 계시와 같이 느껴지기도 한다. 이번 몬트리올 방문은 나에게 벌써 십오륙 년 전이 된 첫 방문의 어렴풋한 기억을 망막 위에 떠오르게 하는 묘한 경험을 준다. 캐나다 몬트리올에서 개최된 ‘건축사의 랑데부’ 프로그램은 캐나다 퀘벡 주정부와 퀘벡주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여러 기업체들이 참여, 전 세계 약 35개국의 건축사를 초청해 4박 5일 동안 네트워킹, 프로젝트 정보 교류, 현지 주..
2023.07.21 -
가벼운 시작, 그리고 첫 작품에 대한 기억 2023.6
A light hearted beginning, and the memories of the first work of art 무모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무슨 용기로 그랬을까 싶다. 올해는 개업한 지 7년 차가 되는 해다. 개업 7년 차라고 하면 대부분 놀라는 반응이다. 그럴 만도 한 게, 대학 입학 후 군대에 갈 때 빼고는 별다른 휴학이 없었고, 졸업을 한 달 앞두고 건축사사무소에 첫 출근했다. 무슨 일이 있어도 5년은 버티자는 나와의 약속을 지킨 후, 60번째 월급을 받고 회사를 떠났다. 그리고 한 달 정도의 준비 기간을 거쳐 사업자를 내고 내 일을 시작했다. 사업자 신고가 생각보다 쉬워서 다소 놀랐던 기억이 있다. 첫 회사에서 5년 동안 온갖 산전수전을 다 겪었다고 자평하지만, 그래도 알만한 사람들은 ..
2023.06.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