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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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사라는 자부심 2018.04
Pride as an architect 꽃이 피는 시기는 햇볕도 들고, 온도도 올라갈 때 핍니다. 잎이 무성해질 때는 적당히 비도 오고 따뜻해지면서 푸른 나무와 숲을 만들어 냅니다. 어느새 봄이네... 어느새 여름이네 하는 느낌은 부지불식간 변화의 압력이 폭발하고 나타날 때입니다. 80년대 중반에 입학한 입장에서 나도 모르게 한세대동안 건축 세계에 몸 담았습니다. 처음 건축계 선배들은 건축에 대한 열망과 자부심을 토했지만, 90년 사회에 서보니 노래 가사처럼 “~이게 아닌데~”였습니다. 학교와 사회의 차이는 스스로 생활할 수 있는 경제적 자립이 요구되기 때문이었습니다. 자부심은 그냥 나오는 것이 아니라 적절한 경제적 상황이 뒷받침 되었을 때 가능한 것입니다. 그래도 만족감 높은 직업이라 투덜거리면서 시간..
2022.12.01 -
협회가 잘해야 한다 2018.03
The institute should do well leading. 길지도 않은 2월에 참, 일도 많았습니다. 추위가 좀 가시는가 싶더니 미세먼지가 들어 앉아 나갈 생각을 하지 않았고, 그 와중에 짧은 설날 연휴가 왔는가 싶더니 금세 가버렸습니다. 인사동에서 사온 질 좋은 화선지를 잘라, 입춘방을 커다랗게 써서 붙였습니다. “올 봄에는 대길까지도 바라지 않는다, 제발 무탈하게 넘어가면 좋겠다”고 혼잣말을 했습니다. 기름칠한 바닥 위로 쭈욱 미끄러져 나가듯 일이 매끄럽게 진행되면 좋으련만, 현실은 그렇지 못합니다. 일은 늘 비포장 자갈길 위에서 낮은 포복하듯 요동치며 오랫동안 고통을 겪으며 진행됩니다. 갈수록 각박해지는 현실을 반영하는 것인지 집을 한 채 지으려고 하면, 정다운 이웃들이 동네에 새로 들어올..
2022.11.30 -
몰딩은 기능적으로 선택된 것인가? 2022.11
Is the molding functionally sellected? 지난 연재에서 인류 문명에서는 늘 낯선 것들의 직접적인 충돌을 부드럽게 해주는 완충제가 디자인된다고 말했다. 사회에서는 사람과 사람이 만나는 지점, 건축에서는 보와 기둥이 만나는 지점, 가구에서는 다리와 지면이 만나는 지점에는 언제나 완충제가 디자인되었다. 마치 뼈와 뼈가 부딪히는 것을 막아주는 연골과 같다고나 할까. 건축의 내부에도 연골과 같은 역할을 하는 것이 있다. 바로 몰딩이다. 사전에서 정의하는 몰딩(molding)은 건축 표면에서 돌출되거나 함몰된 연속적인 띠를 말한다. 기능적으로 몰딩은 어떤 요소가 다른 것으로 바뀌는 중간단계(transition)를 덮으려는 목적을 갖는다. 몰딩은 건축의 외관에서 시작되었다. 예를 들어 고..
2022.11.10 -
입춘대길 2018.02
Hope your good luck in this spring 해마다 속고 있지만, 올해 2018년 입춘도 영하 10도를 밑도는 차가운 날씨였습니다. 봄의 기운은 어디에도 없어 “입으로만 봄이라고 입춘인가...” 그런 시시껍절한 농담이나 지껄였습니다. 미세먼지가 없으면 강추위, 강추위가 좀 수그러들면 극악한 미세먼지가 기승을 부리는 요즘 날씨에 미세먼지가 나은지 강추위가 더 나은지 가끔 그런 쓸데없는 비교도 해봅니다. 아무리 잘났다고 떠들어도 인간은 결국 자연의 힘 앞에는 어쩔 수 없다는 무력감을 느낍니다. 또한 삼한사온이라는 우리나라 기후의 관대함도 요즘은 아예 없습니다. 세상사는 일이 점점 어려워지고 각박해지니 날씨까지 그런 모양입니다. 그러나 팍팍한 겨울날의 스산함 속에도 잊지 않고 찾아오는 입춘이..
2022.11.09 -
무술년이 밝았습니다 2018.01
A new year has begun 2018년 무술년이 추위와 함께 시작되었습니다. 한때는 겨울이 춥지 않다고 모두 걱정을 했습니다만, 겨울은 다시 매서운 추위를 날이 잘 선 큰 칼을 휘두르는 것처럼 맹위를 떨치고 있습니다. 자연은 알아서 제 갈 길을 가는데 인간들이 공연히 호들갑을 떨었구나하는 생각이 들어 공연히 머쓱해집니다. 그런데 또 한편에서는 그런 게 아니라 지금 전 세계적으로 이상기온이고 북극의 얼음이 녹아서 북극곰 설 자리가 좁아지고 먹이가 줄어든다고 한 걱정을 펼칩니다. 어찌된 영문인지 아직도 잘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세상은 늘 알아서 균형을 잡았고 그때그때 필요한 만큼의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문제는 인간들이 오만해질 때 생기는 것이겠죠. 45억 년이 넘는 지구의 역사 중..
2022.11.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