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티클 | Article/디자인스토리 | Design Story(73)
-
올림픽 픽토그램과 국가주의 2021.9
Olympic pictogram and nationalism 이번 도쿄 올림픽 개막식에서 가장 화제가 된 것은 픽토그램 쇼일 것이다. 픽토그램의 스틱맨(stickman)과 최대한 비슷하게 꾸민 사람이 무대에 나와 종목별 이미지를 몸짓으로 모방하는 쇼였다. 단순화된 픽토그램의 캐릭터를 사람이 직접 연기한다는 신선한 발상에 사람들이 높은 점수를 준 것 같다. 픽토그램이란 복잡한 사람의 모습을 추상화하여 간략화한 ‘그림문자’다. 중국의 상형문자처럼 대상을 단순화한 것이다. 하지만 상형문자와 픽토그램은 완전히 다른 종류의 기호다. 상형문자는 시간이 흐르면 추상화가 고도화돼 최초의 모방 대상을 알아볼 수 없게 된다. 뫼 산(山)을 비롯한 몇 개 글자만이 그 모방 대상의 흔적이 조금 남아 있다. 하지만 현대인은 ‘..
2023.02.09 -
조형의 자유와 독립 2021.8
Freedom and independence of form 플라스틱이 개발되지 않았다면, 몇몇 종은 이미 멸종되었을지 모른다. 코끼리와 바다거북이 그것이다. 코끼리의 상아와 바다거북의 등껍질은 이른바 ‘중합체’로서 오늘날의 플라스틱과 비슷하다. 19세기에 이 물질은 상자와 빗, 단추, 피아노 건반, 당구공, 안경테를 비롯한 여러 인공물을 만드는 데 요긴하게 쓰임으로써 무차별적인 밀렵을 낳았다. 그 결과 19세기 중반에 이미 코끼리의 멸종을 우려하는 기사가 나왔을 정도다. 1856년, 마침내 최초의 인공 중합체, 즉 오늘날의 ‘플라스틱’에 가까운 ‘셀루로이드(celluloid)’가 발명되면서 코끼리와 바다거북은 한시름을 놓았다. 20세기 초에는 좀 더 진화된 베이클라이트(bakelite)가 발명되었다. 이..
2023.02.08 -
의자의 세계 2021.7
The world of chairs 얼마 전 『의자의 세계(이유출판, 2021.04)』 출판 기념행사에 사회자로 참여했다. 『의자의 세계』의 두 저자, 글을 쓴 김상규 교수와 그림을 그린 이일하 작가와 대담을 진행했다. 이날 두 저자로부터 의자에 관한 흥미로운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의자의 세계』는 현대를 대표하는 의자 59개를 소개하고 있다. 지금도 한 해에 수백 가지 새로운 모델이 탄생할 것이다. 20세기에만 얼마나 많은 모델이 등장했을까? 독일 타센 출판사의 『1000 chairs』에도 빠진 유명 의자가 많다. 1,000개를 고르기도 쉽지 않을 텐데 59개만 선택해야 한다면 정말 곤혹스러운 일이다. 물론 누구도 부인하지 못할 확실한 기준은 있다. 김상규 교수의 말처럼 “소재와 기술 혁신”만큼 ..
2023.02.07 -
장 프루베의 건축과 가구 2021.6
Jean Prouve's Architecture & Furniture 어느 시대에나 가구는 건축의 축소판이었다. 고딕 시대의 가구를 보자. 의자는 고딕 건축처럼 등받이가 높다랗다. 등받이 프레임을 마치 첨탑처럼 뾰족하게 꾸민다. 건축은 당대 모든 조형 언어의 기초가 된다. 특히 캐비닛은 건축처럼 수직적인 가구라는 점에서 건축의 축소판으로서 가장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 캐비닛은 벽에 붙이므로 드러나지 않는 뒷면을 제외한 모든 곳을 장식할 수 있다. 장식할 수 있는 면적이 많다는 것은 자랑할 만한 오브제로서 아주 적절하다는 뜻이다. 귀족 사회에서 가구란 옷만큼이나 큰 자랑과 자부심의 대상이었다. 그러니 캐비닛을 주문하는 사람은 기능보다 표면 장식에 더 집착했던 것이다. 이런 캐비닛의 중요성 때문에 유럽에서는..
2023.02.06 -
마스크 시대의 얼굴 2021.5
Face, in an era of masks 코로나바이러스가 장기화되면서 마스크를 쓰고 다니는 것이 아주 익숙한 일상이 되었다. 마스크의 기본적인 구실은 물론 바이러스를 차단하는 것이다. 그런 기능은 필연적으로 얼굴의 절반 이상을 은폐하는 결과를 낳는다. 서양에서는 마스크 쓰는 것에 대해 대단히 부정적으로 반응한다. 왜냐하면 마스크의 착용은 자신의 모습을 투명하게 보여주지 않고 숨기는 결과를 낳기 때문이다. 이는 선글라스와 비슷한 상징적 의미를 가진다. 선글라스는 얼굴에서 가장 중요한 정보인 눈을 가린다. 그렇게 비열하게 자신을 숨길 수 있는 사람은 권력자 아니면 범죄자다. 선글라스를 쓰는 것이나 마스크를 쓰는 것 모두 익명으로 악플을 다는 것만큼이나 졸렬한 행위로 여겨지는 것이다. 하지만 이렇게 커다란..
2023.02.03 -
누드와 장식 2021.4
Nude & Decoration 사진작가 로버트 메이플소프의 전시가 국제갤러리에서 개최되어 가 보았다. 메이플소프의 작품을 알게 된 건 1990년대 초반인데, 당시 그의 작품이 한국에서 출판되거나 전시되는 건 어려울 거라고 생각했다. 왜냐하면 그는 남성 누드, 게이 섹슈얼리티, 사도마조히즘 같은 당시 사회적 통념에 반하는 주제를 다루고 있었기 때문이다. 메이플소프가 이런 주제의 사진을 발표한 시기는 1970~1980년대로 그의 전시는 미국에서도 논쟁이 끊이질 않았다. 메이플소프 자신도 그것을 분명히 의식했을 것이다. 그런 의식은 분명히 표현에 영향을 준다. 내가 이번 전시에서 본 것은 바로 그런 면이다. 그는 남들이 보기 역겨워 할지도 모르는 사진을 예술작품으로 승화시킬 수 있는 방법을 찾느라 전전긍긍한..
2023.02.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