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티클 | Article/디자인스토리 | Design Story(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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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징어 게임, 시선의 권력을 말하다 2021.11
Squid Game, talking about the Power of a Point View 의 게임 진행요원들을 보면서 영화 시리즈의 스톰트루퍼가 떠올랐다. 그들의 공통점은 제복을 입고 있고, 얼굴에 마스크를 쓰고 있다는 점이다. 의 진행요원들이 마스크를 쓴 이유는 아무도 그들의 정체를 알 수 없도록 하기 위해서다. 자신의 정보를 감추는 사람들은 두 가지 유형이라고 할 수 있다. 하나는 권력자이고, 또 하나는 악당이다. 그런데 그 둘은 하나로 통합된 경우가 대부분이다. 즉 권력자는 곧 악당이 된다는 뜻이다. 얼굴 가리기, 목소리만 나오기(그 목소리조차 변조된 경우가 많다), 똑같은 제복으로 개별적인 특징이 드러나지 않게 하기 등은 모두 권력의 속성이자 동시에 악당의 속성이다. 자신의 정체를 가리는 것이..
2023.02.13 -
작은 화면 전성시대 2021.10
The good days of small screens 몇 달 전부터 넷플릭스에 가입해 영상을 보고 있다. 새로운 정보의 문이 열리면서 한동안은 넷플릭스에 푹 빠져 살았다. 넷플릭스에서만 볼 수 있는 영화 도 봤고, 이라는 감동적인 다큐멘터리도 보았다. 예전에는 아침에 눈 뜨자마자 스마트폰으로 유튜브를 봤는데, 요즘에는 넷플릭스 앱을 먼저 실행할 때도 많다. 유튜브를 보든, 넷플릭스를 보든 커다란 컴퓨터 모니터나 TV로 보기보다는 조그마한 스마트폰으로 보는 경우가 많다. 아니 왜 답답하게 굳이 그 조그만 디스플레이로 보려고 하는 걸까? 아마도 접근이 쉽기 때문일 것이다. 현대인의 몸에 거의 24시간 붙어있는 스마트폰을 켜는 것이 TV를 켜는 것보다 훨씬 손쉬운 일이다. 상품 가격은 싸지만 멀리 있는 마트..
2023.02.10 -
올림픽 픽토그램과 국가주의 2021.9
Olympic pictogram and nationalism 이번 도쿄 올림픽 개막식에서 가장 화제가 된 것은 픽토그램 쇼일 것이다. 픽토그램의 스틱맨(stickman)과 최대한 비슷하게 꾸민 사람이 무대에 나와 종목별 이미지를 몸짓으로 모방하는 쇼였다. 단순화된 픽토그램의 캐릭터를 사람이 직접 연기한다는 신선한 발상에 사람들이 높은 점수를 준 것 같다. 픽토그램이란 복잡한 사람의 모습을 추상화하여 간략화한 ‘그림문자’다. 중국의 상형문자처럼 대상을 단순화한 것이다. 하지만 상형문자와 픽토그램은 완전히 다른 종류의 기호다. 상형문자는 시간이 흐르면 추상화가 고도화돼 최초의 모방 대상을 알아볼 수 없게 된다. 뫼 산(山)을 비롯한 몇 개 글자만이 그 모방 대상의 흔적이 조금 남아 있다. 하지만 현대인은 ‘..
2023.02.09 -
조형의 자유와 독립 2021.8
Freedom and independence of form 플라스틱이 개발되지 않았다면, 몇몇 종은 이미 멸종되었을지 모른다. 코끼리와 바다거북이 그것이다. 코끼리의 상아와 바다거북의 등껍질은 이른바 ‘중합체’로서 오늘날의 플라스틱과 비슷하다. 19세기에 이 물질은 상자와 빗, 단추, 피아노 건반, 당구공, 안경테를 비롯한 여러 인공물을 만드는 데 요긴하게 쓰임으로써 무차별적인 밀렵을 낳았다. 그 결과 19세기 중반에 이미 코끼리의 멸종을 우려하는 기사가 나왔을 정도다. 1856년, 마침내 최초의 인공 중합체, 즉 오늘날의 ‘플라스틱’에 가까운 ‘셀루로이드(celluloid)’가 발명되면서 코끼리와 바다거북은 한시름을 놓았다. 20세기 초에는 좀 더 진화된 베이클라이트(bakelite)가 발명되었다. 이..
2023.02.08 -
의자의 세계 2021.7
The world of chairs 얼마 전 『의자의 세계(이유출판, 2021.04)』 출판 기념행사에 사회자로 참여했다. 『의자의 세계』의 두 저자, 글을 쓴 김상규 교수와 그림을 그린 이일하 작가와 대담을 진행했다. 이날 두 저자로부터 의자에 관한 흥미로운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의자의 세계』는 현대를 대표하는 의자 59개를 소개하고 있다. 지금도 한 해에 수백 가지 새로운 모델이 탄생할 것이다. 20세기에만 얼마나 많은 모델이 등장했을까? 독일 타센 출판사의 『1000 chairs』에도 빠진 유명 의자가 많다. 1,000개를 고르기도 쉽지 않을 텐데 59개만 선택해야 한다면 정말 곤혹스러운 일이다. 물론 누구도 부인하지 못할 확실한 기준은 있다. 김상규 교수의 말처럼 “소재와 기술 혁신”만큼 ..
2023.02.07 -
장 프루베의 건축과 가구 2021.6
Jean Prouve's Architecture & Furniture 어느 시대에나 가구는 건축의 축소판이었다. 고딕 시대의 가구를 보자. 의자는 고딕 건축처럼 등받이가 높다랗다. 등받이 프레임을 마치 첨탑처럼 뾰족하게 꾸민다. 건축은 당대 모든 조형 언어의 기초가 된다. 특히 캐비닛은 건축처럼 수직적인 가구라는 점에서 건축의 축소판으로서 가장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 캐비닛은 벽에 붙이므로 드러나지 않는 뒷면을 제외한 모든 곳을 장식할 수 있다. 장식할 수 있는 면적이 많다는 것은 자랑할 만한 오브제로서 아주 적절하다는 뜻이다. 귀족 사회에서 가구란 옷만큼이나 큰 자랑과 자부심의 대상이었다. 그러니 캐비닛을 주문하는 사람은 기능보다 표면 장식에 더 집착했던 것이다. 이런 캐비닛의 중요성 때문에 유럽에서는..
2023.02.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