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티클 | Article/에디터스레터 | Editor's Letter(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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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obbish Architect 2021.6
Snobbish Architect 고령의 베테랑 배우 윤여정 씨가 각종 국제 영화제 수상으로 화제다. 그녀의 재치 있는 인터뷰는 국내·외에서 주목받았다. 특히 얼마 전 영국 아카데미영화상을 수상하는 자리에서 그녀가 했던 유머러스한 발언으로 고약한 단어 하나가 회자되었다. 위선적이고 거만한 사람들을 비꼬는 말로 ‘Snobbish’라는 단어가 있다. 이는 교양 있는 척하지만 뒤에서는 자신들의 잇속만 차리고 호박씨 까는 위선과 속물을 일컫는다. 그녀는 영국 아카데미영화제의 여우조연상을 수상하는 자리에서 그런 단어를 대놓고 사용했다. 같은 말이라도 어떤 자리, 어떤 상황에서 사용하느냐에 따라 듣는 이의 감정적 반응이 달라진다. 윤여정 배우의 노련함은 듣는 이들이 뜨끔할 만한 말을 쓰면서도 사람들을 유쾌하게 만들..
2023.02.06 -
공정, 경쟁, 그리고 생존을 위한 협상력 2021.5
Fairness, competition, and negotiation for survival 처절하게도, 건축사들이 내건 구호는 ‘생존’이다. 이번 대한건축사협회장 선거의 구호였다. 처음 들었을 때, 굳이 그런 표현을 사용해야 할까 싶기도 했다. 하지만 내면으로는 온전히 공감하며 동의할 수밖에 없는 단어였다. 경제적 부분에서 본다면 나는 생존보다 건축이라는 일 자체에 더욱 무게 중심이 쏠려 있다. 그래서 생존이라는 단어가 확 와닿진 않았지만, 생각을 거듭하면서 ‘생존’은 건축을 하는 건축사라는 직업에 대한 표현으로 이해되었다. 맞다, 현재 우리 ‘건축사’는 여러 가지 측면에서 벼랑 끝에 있다. 대한민국에서 국가로부터 자격이 공인된 ‘건축사’는 사회로부터 인정받기 위해 여전히 고군분투 중이다. 오죽하면 일..
2023.02.03 -
지역, 지구…표준화된 건축법. 이젠 지역별로 전문화해야 할 시점이다 2021.4
Region·District…Standardized Building Act. Now is the time to specialize by region. 건축은 매우 복잡하면서도 독특한 분야다. 법과 제도, 관습과 문화적 바탕, 창의적 자의식의 발로 등이 복합적으로 작동하면서 현실화되기 때문이다. 이런 복합적 속성 때문에 사람마다 건축을 보는 시선과 각자의 주장이 다르다. 나는 항상 건축을 ‘장님이 코끼리 다리를 더듬는 것’으로 비유한다. 만지는 부위에 따라 대상이 달리 판단되는데 넓은 귀는 새의 날개 같고, 커다란 상아는 뿔 달린 사슴 같고, 기다란 코는 뱀 같고, 넓은 뱃가죽은 돼지처럼 느껴진다. 건축도 마찬가지다. 기술로 보면 공학의 첨단이고, 완성된 규모를 보면 건설 시공의 성과다. 실험적인 재료나 ..
2023.02.02 -
안도 타다오의 분노 2021.3
Tadao Ando's Anger 2000년대 중반 안도 타다오를 취재했던 한 교수로부터 흥미로운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평소 거칠고, 엄격하기로 유명한 안도 타다오가 직원들을 교수와 기자 앞에 세우고, 출신 대학을 언급하면서 그들이 일본 건축을 망치는 패거리 문화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는 것이다. 직설적으로 말하는 것이 실례인 일본 문화에서 유학파나 도쿄대를 운운하며 흥분한 안도 타다오. 그리고 그는 비행기가 일본의 땅을 박차고 이륙하는 순간 “이래저래 답답한 일본의 줄 세우기 문화와 패거리 문화에서 해방감을 느낀다”라고 말했다고 한다. 취재한 교수는 이 말이 상당히 인상 깊었다고 했다. 자칫 들어보면 안도 타다오가 일본을 싫어하는 건가 싶기도 하지만, 실제 그는 가장 일본적인 건축을 하는 사람이다...
2023.02.01 -
건축사를 둘러싼 환경은 괜찮은 것일까? 2021.2
Is the environment surrounding the architectural history okay? 지상파 방송에서 건축에 대한 이야기가 점차 잦아지고 있다. 다양한 건축 관련 프로그램과 이야기가 대중에게 지금처럼 왕성히 전달된 때가 있었나 싶다. 사실 나는 건축의 대중화를 위한 노력으로 1997년 ‘리빙TV’라는 매체에 반년간 출연하면서 영화와 건축 이야기를 한 적이 있었다. 지극히 개인적인 노력이었다. 당시만 하더라도 건축은 건설로 인식되고, 지금도 그렇듯 부동산이나 부실시공 같은 이미지가 우선되었다. 방송 작가나 진행자들과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설계를 하는 입장에서는 지극히 당연한 상식들이 상대방에게는 놀라움의 대상이란 사실을 알게 됐다. 이런 반응이 오히려 신기했고, ‘세상이 건축을..
2023.01.31 -
지식기반 경제 생태계 Knowledge Worker 2021.1
약 3년 동안 편집국장으로 활동하며 1980년대 대학시절 투덜거렸던 건축계에 대한 비판의 바탕이 여전하다는 점에서 놀랐고, 우리나라에서 건축의 자리가 아직도 미흡하다는 것이 아쉬웠다. 무엇보다 우리나라에서는 건축이 노동과 제조를 기반으로 하는 생산 경제와 완전히 다른 산업이라는 것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건설은 본질적으로 노동과 제조 기반의 생산 경제에 뿌리를 두고 있다. 이에 반해 건축은 철저한 지식 기반의 경험에서 부가가치를 만들어내는 고도의 지식산업이다. 역사 속에서 건축은 사상이나 철학, 사유에서 출발해 형태적으로 구현한 시각적 결과물이다. 역사책을 넘기지 않더라도 르 코르뷔지에,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 등 현대건축 개척자들의 행위를 보면 이를 알 수 있다. 그렇게 발상의 시작부터, 시공자들에게 ..
2023.01.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