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티클 | Article/칼럼 | Column(2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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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의 연속성 2023.7
Continuity of architecture 첫 직장 처음 맡은 프로젝트는 단독주택이었다. 내 의지대로 진행하기보다 완공된 작품들과 제본된 도면집을 살펴보며 회사 작업 방식과 분위기를 파악하고자 했다. 프로젝트 수가 많지 않지만 작업의 과정과 완성도가 높았다. 연도별로 잘 정리된 컴퓨터 폴더에서 단독주택을 발견, 프로젝트 이름은 ‘조각이 있는 집’이다. 조형미가 넘쳐 보이는 우아한 2층 규모의 건물 사진을 보고 “와, 이 집은 미술관 같이 생겼네” 하고 나도 모르게 감탄사를 내뱉으니 가까운 자리에 앉아 있던 대표님이 클라이언트가 조각가 부부라고 대답해 주셨다. 경상도 특유의 사투리 억양이 강했는지, 신입이라서 잘 대해 주려는 것인지 내가 하는 혼잣말에 곧잘 답이 들려왔다. ‘조각이 있는 집’은 내 프..
2023.07.21 -
건축사의 랑데부 2023.7
Quebec Rendezvous Architects 기억 지구상의 넓은 경계는 때로 관심 밖의 세상일 수밖에 없지만, 가끔은 이런 관심을 일깨우는 때가 있다. 평소 관심을 전혀 갖지 못하던 어떤 곳이나 지역을 방문하거나 문화를 접하고, 사람들을 만나는 일이 그렇다. 한참 잊고 있었던 기억이 이런 일로 인해 다시 살아날 때면, 어떤 계시와 같이 느껴지기도 한다. 이번 몬트리올 방문은 나에게 벌써 십오륙 년 전이 된 첫 방문의 어렴풋한 기억을 망막 위에 떠오르게 하는 묘한 경험을 준다. 캐나다 몬트리올에서 개최된 ‘건축사의 랑데부’ 프로그램은 캐나다 퀘벡 주정부와 퀘벡주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여러 기업체들이 참여, 전 세계 약 35개국의 건축사를 초청해 4박 5일 동안 네트워킹, 프로젝트 정보 교류, 현지 주..
2023.07.21 -
[건축비평] 불이(不二) 2023.6
Architecture Criticism Non duality 최근 청주의 ‘스페이스 몸 미술관’에서 꽤 알려진 세 여성의 작품들을 가까이서 볼 기회가 있었다. 그 미술관은 그 근처 청주 국립현대미술관의 개방수장고처럼 일반적으로 잘 정돈된 공간과는 전혀 다르게 새로 우뚝 선 아파트 단지의 한 가운데에 고립된 외로운 섬처럼 자리하고, 우리들의 구질구질한 시간의 옛 흔적들을 간직한 채 남아있는 아주 평범치 않은 마지막 공간인 듯하였다. 그래서 미술작품 자체보다 아파트 건물 주변과의 새로운 관계에서 작품을 다시 들여다볼 수 있는 특별한 체험을 하기에 충분했다. 그곳은 오늘날 우리나라에서 쉽게 목격되는 정신없는 개발의 현장, 즉 자본에 의해 동네가 전폭적으로 뒤바뀌면서 사라져가는 그런 공간이었다. 그런 공간에서..
2023.06.23 -
가벼운 시작, 그리고 첫 작품에 대한 기억 2023.6
A light hearted beginning, and the memories of the first work of art 무모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무슨 용기로 그랬을까 싶다. 올해는 개업한 지 7년 차가 되는 해다. 개업 7년 차라고 하면 대부분 놀라는 반응이다. 그럴 만도 한 게, 대학 입학 후 군대에 갈 때 빼고는 별다른 휴학이 없었고, 졸업을 한 달 앞두고 건축사사무소에 첫 출근했다. 무슨 일이 있어도 5년은 버티자는 나와의 약속을 지킨 후, 60번째 월급을 받고 회사를 떠났다. 그리고 한 달 정도의 준비 기간을 거쳐 사업자를 내고 내 일을 시작했다. 사업자 신고가 생각보다 쉬워서 다소 놀랐던 기억이 있다. 첫 회사에서 5년 동안 온갖 산전수전을 다 겪었다고 자평하지만, 그래도 알만한 사람들은 ..
2023.06.21 -
[건축비평] 절반을 채우는 그릇 2023.5
Architecture Criticism Bowl filling half way 십수 년 전 필자는 학부 휴학 중 아르바이트생 신분으로 (주)삼우종합건축사사무소의 신입사원이었던 이승진 건축사를 만났다. 두 사회 초년생의 만남은 경쟁과 견제로 시작되었지만, 어느덧 연대와 동지애로 이어져 건축적인 열정과 고민을 나누는 사이가 되었다. 공교롭게 둘 다 조금 단조로운 경력을 가지고 있는데, 각각 이승진 건축사는 삼우건축에서만 13년을, 필자는 매스스터디스에서만 12년의 오랜 실무경력을 마치고 2019년도에 각각 개소하여 각자의 사무소를 운영하고 있다. 서로의 초기 작업을 내놓는 타이밍에 그의 작업을 일방적으로 들여다볼 기회가 생겨 감회가 새로우면서도 부담스럽지만, 그간 보지 못했던 서로의 인생을 작품과 글로 나..
2023.05.19 -
시작, 임계점, 전환점 2023.5
Start, Critical point, Turning Point 시작 IMF 시대, 실장님들은 건축사 시험 등의 이유로 회사를 타의로 그만두게 되고, 그야말로 건축은 없어지는 게 아닌가 하는 아비규환의 시대에 필자는 신입으로 시작하게 되었다. 친구들은 일자리를 구하지 못하는 핑계로 대학원을 진학하거나, 넉넉한 집안 사정으로 쉬거나, 집을 일을 돕거나, 다른 직종을 찾아가게 되었다. 나는 배워온 환경 때문인지 졸업하면 무조건 일해야지, 집에 불편함을 끼칠 수 없지 하며 무조건 일자리를 구하기 시작했다. 다행히 실습생 때부터 캐드에 인허가 대관을 좀 배웠었고, 학창 시절에도 주말이면 선배 사무실 설계공모 아르바이트 등으로 쉽게 일을 시작하게 되었다. 당시는 IMF로 인해 선배들이 퇴사한 환경이라 군데군데 ..
2023.05.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