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티클 | Article/칼럼 | Column(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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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되지 않는 평면과 열려있는 건축 2024.5
Incomplete floor plan and open architecture 서촌 인근의 한옥 리모델링 일을 맡은 지 벌써 두 달이 되어가지만, 아직도 평면 계획은 진행 중이다. 의뢰인의 요구사항을 바탕으로 여러 가지 방안을 짜보았지만 딱히 이렇다 할 대답을 찾을 수 없었다. 가장 큰 난관은 건축주가 원하는 바에 고정된 방향성이나 구체적인 형태가 없다는 것이었다. 건축물을 사용하게 될 인원도 확정되어 있지 않고, 건축물의 용도 또한 모호한 상황이었다. 자녀 한 분과 건축주까지 둘이서 거주하는 공간이지만, 추후 부모님 한 분과 함께 살 수도 있는 가능성을 고려해야 했다. 또 가족의 작업 공간과 주택이 공존하면서도 독립적으로 작동해야 하는 부분, 앞으로 이 공간이 거주지에서 문화 공간으로 탈바꿈될 수도..
2024.05.31 -
로테르담 현대건축기행 2024.5
Architect’s Guide to Rotterdam 1. Library Quarter Spijkenisse by MVRDV 2013 로테르담의 첫 행선지는 중심지에서 벗어나 변두리에 위치한 바로 이 작품이었는데, 사전 조사한 작품들 가운데 중요도가 높은 작품 중 하나였기 때문이다. 대지는 로테르담 남서쪽 메트로 C라인과 D라인의 종점에 위치한 스페이케니서(Spijkenisse)라는 작은 지역의 중심 광장 곁에 위치한다. 메트로역에서 이 도서관까지 제법 먼 거리를, 옛 마을의 중심 상가 거리를 관통해 걷게 되었다. 간척지이며 평야 지대인 네덜란드에서는 경험하기 힘든 지면의 고저차로 인해 마치 우리나라의 삼청동길 같은 계단을 올라야 하는 정감 있는 길이었다. 이 작품 주변에 건축그룹 ‘MVRDV..
2024.05.31 -
[건축비평] 차이커뮤니케이션 사옥, 비움이 그린 ‘차이’나는 풍경 2024.4
Architecture Criticism A ‘different’ landscape drawn by emptiness 무심코 지나가는 대로의 옥외 광고판에서, 하루 일과를 오롯이 보내고 앉은 거실의 TV에서, 때로는 어딘가로 이동하는 차 안 라디오에서 우리는 광고라는 매체를 늘 접하고 있다. 어떤 광고는 그 이미지나 영상 혹은 소리가 잔상처럼 계속 떠오를 때가 있다. 광고의 목적에 부합하는 순간일 것이다. 광고디자인은 보이는 아름다움도 중요하지만 사람들에게 오래 기억되고 회자되는 디자인이어야 하며, 변화하는 사회에 맞는 과학적이고 합리적인 설득기술을 필요로 한다. 그런 의미에서 어쩌면 광고 회사 사옥의 건축디자인은 상기 열거한 광고디자인의 목적과 크게 상이하지 않을 것이다. 서울, 게다가 강남의 ..
2024.04.30 -
나의 첫 번째 건축주 2024.4
My first client 나의 첫 번째 건축주는 대학에서 함께 건축을 공부한 동기였다. 대학교 1학년 1학기 설계스튜디오를 함께 들었던 친구는, 졸업 후 스타트업에서 일하며 공간을 콘텐츠로 거래하는 일에 흥미를 느끼고 다른 친구 둘과 함께 독립해 관련 회사를 차렸다. 그 무렵은 숙박 공유 서비스인 에어비앤비가 한국에 진출하고, 공유 오피스 등 새로운 공간 비즈니스가 곳곳에서 태동하던 시기였다. 친구는 서울 곳곳에서 파티룸 대관을 메인 비즈니스로 운영하던 중, 흩어진 공간을 한 데 모아 운영 효율을 올리고자 했다. 그렇게 찾은 통임대 건물의 위치는 이태원. 친구는 “예전부터 공간을 너한테 맡겨보고 싶었어”라며, 졸업한 지 5년 만에 문득 전화를 걸어왔다. 당시 나는 4년간의 실무수련을 마치고 한..
2024.04.30 -
[책꽂이] 건축과 감각 2024.4
the eyes of the skin 건축과 감각(the eyes of the skin)Pallasmaa Juhani 저/ 김훈 역/ 시공문화사 건축사 설계 업무에 끊임 없는 영감 제시, ‘건축과 감각’ 건축을 ‘눈’으로만 이해하고 설명할 수 있을까? 건축에서 ‘시각’과 이미지의 영향력은 막강하다. 요즘 예비건축주들은 구글과 핀터레스트에서 찾은 이미지, 최근에는 AI의 생성이미지를 건축사에게 제시하기도 한다. 책 ‘건축과 감각’은 이러한 이미지로 소비되는 건축풍토를 비판하고, 시각뿐만 아니라 촉각과 청각을 비롯해 통합적으로 건축물을 이해해야 한다고 설파하는 책이다. ‘시각’은 원초적인 감각기관이기도 하지만, 건축을 지적인 논리체계로 구축하는 중요한 매체이다. 그런 의미에서 저자, 팔라스마는 감각기..
2024.04.30 -
암스테르담 현대건축기행 2024.4
Architect’s Guide to Amsterdam 1. Valley by MVRDV 2022 암스테르담 건축기행을 준비하던 2022년 상반기에 이 작품은 아직 공사 중이었으나, 기행을 가기 전 준공이 되어 다녀올 수 있었다. 아키텍트인 위니 마스(Winy Mass)에 의하면 연면적 75,000제곱미터에 103미터 높이의 주상복합 건물이 나무가 심어진 발코니, 베이윈도우, 엇갈린 돌 테라스의 조경으로 남부(Zuidas) 지역에 녹색 환경을 제공하려 했고 벨리(Valley)라는 이름도 3개의 녹색 타워 사이 조각된 보이드로부터 따온 것으로, 지상 1층에서 5층까지 공공 계단을 통해 벨리를 느끼게 하려 했으며 녹지가 부족한 이 지역에 밀도 높게 식수된 테라스가 있는 아파트로 친근하고 인간적이며 오..
2024.04.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