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티클 | Article/칼럼 | Column(2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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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갯짓 2024.1
Flapping 고요 속에서 소리가 더 분명해지듯, 지금 우리 눈앞에 펼쳐져 있는 이 모든 물상(物像)은 ‘공간’을 전제로 하고 있다. 공간(空間)이 없다면, 일체의 현상(現象)이 드러날 수 없는 것이다. 공간이 없다니, 그럴 수도 있을까? 우리가 숱한 갈등과 번민 속에 구현해놓은 설계안이 바로 ‘공간’을 기반으로 하고 있고, ‘부실시공’이라는 세간의 눈총을 피하기 위해서라도 온종일 이 현장 저 현장을 누비고 다니는, 우리들의 감리 행위도 모두 다 3차원의 공간 속에서 이루어지는 일이다. 그게 2D(two-dimensional space)이든 3D(three-dimensional space)이든, 우리의 삶터 자체는 언제나 이렇게 생생히 펼쳐져 있는, 이른바 3차원의 공간이라는 사실에 일말의 의구심조차 ..
2024.01.31 -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린 2023.12
It was right then, and wrong now 2년 전 이맘때쯤인 것 같다. 주택을 짓고 마무리도 안 된 집으로 이사했던 때가. 사실 4~5년 전만 하더라도 내가 집을 지을 것이라고는 생각도 하지 못했다. 지방 사람인 나와 아내는 은평구에서 7년을 살고, 아이가 두 살이 되던 무렵 조금 더 나은 주거환경과 사무환경을 찾아 올림픽공원 근처로 사무소를 옮겼다. 비용도 줄일 겸 마음 맞는 친구들 몇몇과 함께 사무소를 나눠 쓰기로 하고 우리 가족은 하남으로 이사했다. 직원도 생겼고 사무소도 어느 정도 성장하고 있던 그때 막연하게 꿈만 꾸던 집을 지어도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건축을 하는 많은 사람이 자기 집을 짓는 꿈을 꿀 것이다. 나 역시 그런 사람 중 하나였다. 시골에서 나고 자란 덕분인..
2023.12.30 -
우리는 어떻게 행복해질 수 있는가? 2023.12
How to appreciate happiness? 행복과 불행은 삶에 따라 순환하는 것 … 행복의 비밀은 새옹지마와 같은 격언 속에 담겨있어 우리나라 헌법에는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라는 조항이 있다. 이른바 ‘행복추구권(幸福追求權)’이다. 행복추구권은 우리나라 헌법이 보장하는 기본권 중 하나로, 안락하고 만족스러운 삶을 추구할 수 있는 권리, 고통이 없는 상태나 만족감을 느낄 수 있는 상태를 실현하는 권리로 정의된다. 그래서 누군가는 행복을 인생의 목표로 삼기도 한다. 우리나라는 국가 경제력에 있어서 세계 10위권에 올라선지 오래다. 어느 순간부터 ‘K’자가 붙는 음악, 드라마, 영화는 물론 패션, 화장품, 음식, 관광, 무술, 산업과 심지어 방..
2023.12.30 -
전쟁, 그 숨겨진 역사를 기억하는 건축물 콜로세움, 시대적 건설배경과 식민지배 민족의 역사적 공감을 중심으로 2023.12
War, a building that remembers its hidden history _ The Colosseum, focusing on the historical construction backdrop and the colonial people’s historical empathy 1. 죽느냐 사느냐의 흔적 ‘팍스 로마나Pax Romana’는 테베레 강Tevere river을 배경으로 일곱 개 언덕 위에 건설한 도시였다. 고대 건축의 요람이며 문명과 과학의 박물관인 이 도시에 네로 황제Nero(AD 54~68)는 지중해 연안과 광대한 유럽에서부터 중동에 이르기까지 제국의 영토를 확장했다. 로마의 군사력과 기술력은 제국을 세우는 초석으로 부족함이 없었지만, 바실리카basilica 속 민회民會의 부패로..
2023.12.30 -
[건축비평] 껍질, 배타적인 독립체 2023.11
Architecture Criticism Husk, an exclusive entity 스몰웍스 건축사사무소의 고운동 주택은 별다른 도시 맥락을 찾기 어려운 세종특별자치시 외곽의 한 주택단지에서 자신만의 독특한 존재감을 드러낸다. 그 존재감의 근원은 독특한 형태라기보다 독특한 존재 방식이다. 그리고 이를 드러내고 조율하는 요소가 바로 건물 전체를 에워싼 ‘한 꺼풀의 벽’이다. 고운동 주택은 스몰웍스가 ‘열린 덮개’라는 주제를 담아 건축한 세 번째 작품이다. 지구단위계획의 기계적 해석 아래 지어진 이웃 주택들은 대체로 비슷한 성격을 갖는다. 동남쪽(혹은 조례에 따라 그것을 마주 보는 방향으로) 대지를 비워 통으로 긴 마당을 만들고, 건물은 이 마당을 향해 놓인다. 거실에는 전신이 드러나는 큰 창문, 침실에..
2023.11.30 -
오해와 편견 속에서 건축사로 살아가기 2023.11
Living as an architect amidst misconceptions and biases 개소 후 건축사사무소를 운영하면서 겪었던 경험을 바탕으로 사람들이 바라보는 건축사에 대한 오해와 편견들을 편하게 기록해 보고자 한다. 설계는 내가 했지! 어느 여름날 대수선과 인테리어 설계를 함께하고자 하는 클라이언트를 만났고, 기쁜 마음으로 프로젝트를 계약하고 작업을 시작하게 되었다. 첫 미팅에서 자신이 가진 예산, 상상하는 외관의 모습, 내부의 모습 설명과 함께 참고 사진들과 실내 구획까지 손수 그려서 가지고 왔다. 예산은 부족하지만 의욕이 넘치는 클라이언트와 계약을 해서, 잘 다듬는다면 만족할 만한 결과물로 이어질 거라는 기대감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회의를 진행할 때마다 처음에 이야기한 예산을 ..
2023.11.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