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신(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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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능은 형태를 따른다 2022.12
Function is subject to a form 루이스 설리번의 “형태는 기능을 따른다(Form follows function)”는 말은 모 더니즘을 대변하는 가장 유명한 명제다. 의자는 사람의 엉덩이를 받칠 수 있는 평평한 좌석을 갖지 않을 수 없다. 적당한 높이에 좌석을 고정시키려면 다리가 필요하다. 다리가 좌석을 안정적으로 받치려면 최소한 3개가 있어야 한다. 그렇 게 스툴이 탄생한 것이다. 다리 세 개를 가진 스툴은 “형태는 기능을 따른다”는 명제를 잘 실현시키고 있다. 친구들과 산행을 할 때면 늘 목격하는 장면이 있다. 산에 올라가다 보면 어디에 서나 평평하고 넓은 바위가 나타나기 마련이다. 이런 넓고 평평한 바위가 길목 에 나타나면 여지없이 가방과 장비를 내려놓고 엉덩이를 바위 위에 주저..
2022.12.21 -
표절과 패러디, 창작의 차이 2019.4
Plagiarism, parody, creation : What are the differences? 얼마 전 방탄소년단의 새로운 앨범 화보집 사진이 표절 시비에 휘말렸다. 프랑스의 유명한 사진작가 베르 나르 포콩이 방탄소년단 화보집의 특정 사진과 뮤직비디오의 특정 장면이 자신의 작품에서 영감을 받은 것 이라고 주장한 것이다. 포콩은 방탄소년단을 좋아하기 때문에 소송을 할 생각은 없지만 저작권 침해를 인 정하고 사과와 배상을 요구했다. 포콩이 주장하는 표절 사례는 소년들이 야외 식탁에 둘러 앉아 축배를 드 는 장면이다. 길다란 식탁, 소년들, 그리고 배경의 나무 뒤로 불타는 듯한 모습 등이 포콩이 1978년에 발표 한 시리즈 중 ‘연회’와 그 구성 요소가 비슷하다. 구도나 연출이 다르지만 구성 요소가 비..
2022.12.17 -
시대의 산물, 바우하우스 2019.3
Products of the times, Bauhaus 올해는 바우하우스가 설립된 지 100년이 되는 해다. 그러다 보니 이 학교가 만들 어진 독일은 물론 한국에서도 이 학교의 의미를 되새기는 출판, 전시 등의 행사 가 준비중이다. 여러 잡지에서도 관련 기사가 쏟아지고 있다. 반면에 2017년은 네덜란드의 신조형주의 운동인 데스틸이 설립 100주년을 맞은 해였지만, 한국에 서는 거의 주목받지 못한 채 지나갔다. 비슷한 시기에 시작된 구성주의도 마찬가 지다. 데스틸이나 구성주의와 견주어 바우하우스는 왜 압도적으로 유명하고 더 각광 받을까? 첫째, 바우하우스를 주도한 교수와 학생들의 숫자는 훨씬 더 많다. 그들 중 많은 수가 나치의 박해를 피해 또는 일거리의 상실에 따라 미국으로 건너가 그곳에서 뿌리를 내렸..
2022.12.15 -
“레디메이드, 반항인가, 순응인가?” 2019.2
"Ready-Made, Rebellious, or Compliant?"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 마르셀 뒤샹 전시가 대규모로 열리고 있다. 책으로 만 봤던 마르셀 뒤샹의 저 유명한 ‘샘(Fountain)’을 드디어 보았다. 촬영금지여 서 나는 지킴이가 없는 곳에서 몰래 사진을 찍었다.(사진 1) 천정에서 내려다보 는 각도다. 샘은 2차원의 회화가 아니라 일종의 조각이어서 위에서 찍어도 문제 없다. 워낙 위대한(?) 작품이다 보니 샘은 특별 대우를 받고 있었다. 전시장 중앙 에 놓여 있고 아주 널찍한 전시대 위에 유리의 보호를 받으며 올려져 있다. 만지 는 것은 물론 가까이 접근하는 것조차 막고 있다. 그 태도가 흡사 금동미륵보살 반가사유상을 경건하게 숭배하는 마음으로 다루는 것과 다르지 않다. 이것은 마..
2022.12.14 -
통제 불능의 선을 제거하라 2019.1
Get rid of the uncontrollable line! 디자인의 예술적인 측면은 조화와 균형의 아름다움을 구축하는 데 있다. 조화와 균형의 아름다움은 선과 형태, 색채, 질감 등에 대한 철저한 ‘통제’ 아래에서 이루 어진다. 디자인의 완벽함은 인위적인 통제로부터 나온다. 반면에 예술은 지나친 통제가 오히려 창작에 방해가 될 수도 있다. 통제보다는 저절로 흥에 겨워 맡기는 것이 예술의 완벽에 이르는 길이다. 디자인과 예술의 그런 차이는 자율성의 차이 로부터 온다고 할 수 있다. 디자인은 디자이너 개인의 자율성으로부터 나오지 않 는다. 디자인은 그것을 의뢰하는 클라이언트와 그것을 수용할 사용자의 구속으 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따라서 끊임없는 수정과 개선 작업을 요구 받는 것이다. 이러한 제작 과정..
2022.12.12 -
[건축비평] 축적의 건물, 일관되고 모호한 경계 만들기 2022.10
Architecture Criticism A building of accumulation, creating consistent and blurred boundaries 건물은 끊임없이 새로운 옷을 입는다. 처음 건물이 완성되었을 때는 마치 어린아이가 엄마 뱃속에서 태어났을 때처럼 맑고 깨끗하다.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여러 가지 세월이 흔적을 남기는 것은 매우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거친 도시 환경에 노출되어 있고, 기능이 지속적으로 바뀌는 건물이라면 겉모습에 남는 시간의 흔적은 더욱 변화무쌍하기 마련이다. 최초의 건축사가 의도했던 일관성과 통일성은 깨지고 무질서가 증가하며 건물은 볼품없어진다. 일반적인 상가건물이라면, 통제하기 힘들므로 뭐 그러려니 할 것이다. 하지만 상징성을 가져야 할 패션기업의 사옥이..
2022.11.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