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신(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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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 프루베의 건축과 가구 2021.6
Jean Prouve's Architecture & Furniture 어느 시대에나 가구는 건축의 축소판이었다. 고딕 시대의 가구를 보자. 의자는 고딕 건축처럼 등받이가 높다랗다. 등받이 프레임을 마치 첨탑처럼 뾰족하게 꾸민다. 건축은 당대 모든 조형 언어의 기초가 된다. 특히 캐비닛은 건축처럼 수직적인 가구라는 점에서 건축의 축소판으로서 가장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 캐비닛은 벽에 붙이므로 드러나지 않는 뒷면을 제외한 모든 곳을 장식할 수 있다. 장식할 수 있는 면적이 많다는 것은 자랑할 만한 오브제로서 아주 적절하다는 뜻이다. 귀족 사회에서 가구란 옷만큼이나 큰 자랑과 자부심의 대상이었다. 그러니 캐비닛을 주문하는 사람은 기능보다 표면 장식에 더 집착했던 것이다. 이런 캐비닛의 중요성 때문에 유럽에서는..
2023.02.06 -
마스크 시대의 얼굴 2021.5
Face, in an era of masks 코로나바이러스가 장기화되면서 마스크를 쓰고 다니는 것이 아주 익숙한 일상이 되었다. 마스크의 기본적인 구실은 물론 바이러스를 차단하는 것이다. 그런 기능은 필연적으로 얼굴의 절반 이상을 은폐하는 결과를 낳는다. 서양에서는 마스크 쓰는 것에 대해 대단히 부정적으로 반응한다. 왜냐하면 마스크의 착용은 자신의 모습을 투명하게 보여주지 않고 숨기는 결과를 낳기 때문이다. 이는 선글라스와 비슷한 상징적 의미를 가진다. 선글라스는 얼굴에서 가장 중요한 정보인 눈을 가린다. 그렇게 비열하게 자신을 숨길 수 있는 사람은 권력자 아니면 범죄자다. 선글라스를 쓰는 것이나 마스크를 쓰는 것 모두 익명으로 악플을 다는 것만큼이나 졸렬한 행위로 여겨지는 것이다. 하지만 이렇게 커다란..
2023.02.03 -
누드와 장식 2021.4
Nude & Decoration 사진작가 로버트 메이플소프의 전시가 국제갤러리에서 개최되어 가 보았다. 메이플소프의 작품을 알게 된 건 1990년대 초반인데, 당시 그의 작품이 한국에서 출판되거나 전시되는 건 어려울 거라고 생각했다. 왜냐하면 그는 남성 누드, 게이 섹슈얼리티, 사도마조히즘 같은 당시 사회적 통념에 반하는 주제를 다루고 있었기 때문이다. 메이플소프가 이런 주제의 사진을 발표한 시기는 1970~1980년대로 그의 전시는 미국에서도 논쟁이 끊이질 않았다. 메이플소프 자신도 그것을 분명히 의식했을 것이다. 그런 의식은 분명히 표현에 영향을 준다. 내가 이번 전시에서 본 것은 바로 그런 면이다. 그는 남들이 보기 역겨워 할지도 모르는 사진을 예술작품으로 승화시킬 수 있는 방법을 찾느라 전전긍긍한..
2023.02.02 -
야구 스타킹과 고전 건축 오더의 유사점 2021.3
Similarities between Baseball Socks and Classical Architecture Orders 미국의 전설적인 투수인 샌디 코팩스의 사진을 보면 20세기 야구 유니폼에서 스타킹의 전형적인 표현 형식을 잘 볼 수 있다. 21세기에 들어서 야구 스타킹은 자취를 감추거나 아니면 단일한 색의 스타킹 하나만 신는 것이 대부분이다. 하지만 1990년대까지는 반드시 두 개의 스타킹, 흰색의 스타킹 위에 색이 있는 고리 스타킹을 반드시 신었다. 왜 거추장스럽게 2개의 스타킹을 신었을까? 여기에는 분명한 기능적인 이유가 있다. 19세기까지 야구에서 스타킹의 존재는 매우 중요했는데, 그것은 일종의 팀 아이덴티티 역할을 했다. 최초의 프로야구 팀인 신시내티 베이스볼 클럽은 야구 유니폼에 최초로..
2023.02.01 -
사진 찍기의 깨달음 2021.2
Realization of taking pictures 갑자기 눈이 와서 급하게 사진기를 들고 인왕산에 올라갔다. 내가 사는 곳은 10분만 걸으면 바로 인왕산 중턱에 이를 수 있는 청운동이다. 그러다 보니 인왕산 자락길을 산책하는 것이 나의 일상 중 하나가 되었다. 평균 일주일에 한 번 이상은 꼭 가는 것 같다. 방학을 맞아 여유가 있는 요즘은 매일 올라가기도 한다. 산에 오르면 사진을 찍게 된다. 그리고 언제부턴가 사진 찍는 하나의 방식이 생겼다. 그것은 영화 에 나오는 장면을 흉내 내는 것이다. 이 영화에서는 주인공이 매일 특정 시간대가 되면 자신이 운영하는 가게 앞에 나와 똑같은 곳에 삼각대를 펼치고 똑같은 방향으로 사진 한 컷을 찍는다. 그렇게 수년을 찍어 같은 구도의 사진 수천 컷을 얻은 것이다..
2023.01.31 -
한옥의 구조가 낳은 한국 가구의 고유성 2021.1
The uniqueness of Korean furniture created by the structure of hanok (Korean-style house) 전통 한옥 방의 천정 높이는 약 7.5척(225센티미터) 안팎이다. 이는 사람이 앉아 있을 때를 기준으로 사람 키를 더한 높이라고 한다. 사람의 앉은키는 키와 관계없이 비슷한 편인데, 대략 2.5척(75센티미터) 정도다. 여기에 평균 키 5척을 더한 것이다. 1척이 30센티미터 정도이므로 5척이면 150센티미터다. 옛날 사람은 키가 현대인보다 훨씬 작았다. 그런 키를 기준으로 공간의 넓이와 높이를 결정했던 것이다. 따라서 현대인은 조선시대 사람들의 스케일감과 전혀 다른 세계에 살고 있는 셈이다. 아무튼 그 정도의 높이를 적당하다고 본 이유는 기의..
2023.01.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