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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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비평] 양녕 청년주택생활 길, 삶의 플랫폼 2025.5
Architecture Criticism _ Yangnyeong Youth Housing Everyday Path, Platform for Living 약속시간은 오전 9시 반. 그보다 조금 일찍 근처 버스정류장에 도착해서 양녕 청년주택 으로 가는 길은 다소 가파른 느낌이었다. 오르는 길의 직각 방향으로 나 있는 길 역시 경사가 있고, 그 때문에 저층 주거의 매스는 계단 한 칸에 하나씩 올려놓은 화분처럼 층층의 스카이라인을 가지고 있었다. 무엇보다 인상적이었던 것은 그 시간에 계획대지 방향으로 가는 이는 거의 없고 대부분의 사람이 버스정류장 방향으로 쏟아져 나오고 있다는 것이었다. 그 현상은 이 일대가 물을 담은 저수지와 같이 주거와 거주의 기능을 담당하고 있다는, 사람이 살고 있다는 증거인 듯 보..
2025.05.31 -
삶을 짓는 마음, 나는 건축사입니다 2025.5
The heart that builds life, I am an architect 막연함과 무지의 경계에서, 꿈을 짓다 막연했다. 아니, 어쩌면 무지했다고 해야 할까? 내 꿈이 결정되던 순간은 생각보다 단순했고, 충동적이었다. 영화나 드라마 속, 설계도 위에 고뇌하는 건축사의 모습이 마냥 멋있어 보였다. 그 시절 나는 ‘건축가’와 ‘건축사’의 차이조차도 몰랐다. 그렇게 어렴풋이, 그러나 단단하게 내 꿈은 정해졌다. 돌이켜보면, 5년간의 대학 생활은 마감과의 전쟁이었다. 공모전, 설계 마감, 학기 프로젝트… ‘다음에 보자’며 미뤘던 친구들과의 약속, 가지 못한 여행들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간다. 안타깝게도 결과가 늘 빛났던 것도 아니었다. 지역 공모전에서 몇 번 우수상과 특선을 받긴 했지만, 이 길이 ..
2025.05.31 -
프리츠커상, 그 만만한 이름 속의 한없는 무거움 2025.5
Pritzker Architecture Prize, the infinite weight behind its easy name 2025년 프리츠커상 수상자로 중국의 리우지아쿤(劉家琨)이 선정되었다는 소식을 들었다. 동양 문화권에서 수상을 했다는 소식에 한결 반가우면서도 한편으로는 사촌이 땅을 샀을 때의 느낌도 든다. 일각에서는 프리츠커상이 뭐가 그리 대단하냐고 한다. 유튜브 활동을 열심히 하는 국내의 유명 건축사도 프리츠커상을 ‘못 받는다고 아쉬워할 필요 없는’ 정도의 상으로 이야기하는 것을 유튜브에서 본 적이 있다.그렇다. 남들이 생각하는 것, 그리고 남들이 좋다고 하는 것을 우리가 좋아해야 할 필요는 없다. 그럼에도 건축의 객관성이라는 차원에서 건축계의 노벨상이라고 불리는 프리츠커상에서 우리가 ..
2025.05.31 -
[건축비평] 퇴계동 행정복지센터_ 떠있는 박스 2025.4
Architecture Criticism _ Toegye-dong Community Center Floating Box 떠있는 박스 처음 방문한 사람은 건축물이 공중에 떠 있는 듯한 인상을 받는다. 거리를 지나가는 사람들도 고개를 돌려 다시 보고 간다. 공모전 심사 당시 보았던 떠 있는 긴 박스의 단순한 지오메트리에 대한 기억에도 불구하고, 눈앞의 현실에서 느껴지는 감흥은 여전히 생생했다. 중력이 사라짐에 잠시 현기증이 온다. 유리와 은빛으로 반사되는 금속 루버 재료의 디테일은 박스의 무게를 줄이는 듯하다. IT기업 사옥도 아니고, 거대한 재단에서 운영하는 갤러리도 아니다. 유럽도 아니고, 서울도 아닌 춘천의 퇴계동 행정복지센터다. 옥외 주차장에서 박스의 천장 면으로 인도되는 방향을 따라가면 입구..
2025.04.30 -
지어지지 않은 건축 2025.4
Unbuilt Architecture 11 건축사사무소를 개소한 지 만 11년이 되었다. 멋모르고 서른 중반에 개소한 게 엊그제 일 같다. 원고를 쓸 기회가 생겨서, 11년이란 시간도 세어 본 듯하다. 돌이켜 보니, 망하지 않은 게, 아니 살아있는 게 신기할 따름이다. 내 마음대로 설계하고 싶어서, 월급은 많이 받았지만 시키는 대로 일만 하던 대형 건축사사무소를 그만둔걸, 종종 후회했다. 2 동기와 함께 둘이서 개소했다. 온갖 시행착오도, 첫 번째 설계공모 당선도 그 친구와 함께했다. 소중한 시간을 함께 보낸 친구에게 고맙다. 그런데 그리 오래 함께하지는 못했다. 정말 내 마음대로 설계하려면, 혼자 하는 게 마음이 편했고 덜 미안했기 때문이다. 3 그동안 공공건축물 설계공모에서 3번 당선되었다. 그..
2025.04.30 -
돌로미티(Dolomites) 트레킹 2025.4
Trekking in the Dolomites 돌로미티(Dolomiti)는 이탈리아 북동부 트렌티노알토아디제, 베네토, 프리울리베네치아줄리아주에 걸쳐 있는 알프스 동부 석회암 지대이다. 흔히 알프스산맥 하면 스위스나 오스트리아를 떠올리기 마련이지만, 이탈리아 역시 알프스의 27.2%에 달하는 면적을 영유하고 있어 산악 관광 자원이 매우 많으며, 그중에서도 서쪽의 몽블랑과 쌍벽을 이루는 유명 산지가 바로 돌로미티다. 비교적 무른 석회암 지대다 보니 여타 알프스 산들에 비해 해발고도가 높은 편은 아니지만, 그만큼 다른 지역에선 보기 힘든 기암괴석과 봉우리가 가득해 해마다 수많은 등산가들이 돌로미티를 찾고 있다. 참고로 백운암의 이칭인 ‘돌로미티(테)’, ‘돌로마이트’가 바로 이곳에서 따 왔다고 한다.돌..
2025.04.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