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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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비평] 월계도서관 리모델링두터운 문지방의 상징적 메시지 2025.7
Architecture Criticism _ Library Wander The Symbolic Message of the Thick Threshold ‘월계동(月溪洞)’은 두 개의 계천(溪川), 즉 중랑천과 우이천 사이에 있는 동네의 형상이 반달(月) 같다고 해서 생긴 이름이다. 월계도서관은 월계1동과 2동의 경계선이자 월계 3동의 진입로와 만나는 월계로변에 위치한다. 양옆에 우체국과 소방서를 둔 이 공공시설은 북서쪽 멀리 초안산을 뒤로 한 채 남쪽의 영축산에 면해 있다. 주변에는 15층 규모의 구축 아파트 단지와 30층 규모의 신축 아파트 단지가 보이고, 두 산과 두 계천 사이에는 초등학교부터 대학교까지 무려 9개의 학교가 밀집해 있다. 한 마디로 이곳은 공공도서관이 제 역할을 해야 할 당위가 충분한..
2025.07.31 -
내 아이를 위해 필요한 집들 2025.7
Houses needed for my child 인터넷이라는 단어도 생소하던 시절, 청년으로 살아가던 시기를 지나 모바일폰, 스마트폰을 거쳐 AI 와 함께 살아갈 준비를 해야 하는 지금까지, 기술의 눈부신 발전과 그에 따른 급격하고 다양한 생활의 변화를 온몸으로 받아들이며 살아가는 시대이다. 이런 변화의 흐름 속에서 청년이라 불리던 동년배들이 10년이 넘는 시간 동안 고향을 떠나 서울살이를 하며 머물렀던 곳은 자취방, 하숙집, 원룸, 고시원들이다. PCS 폰이라 불리던 16화음 휴대폰을 들고 하숙집, 자취방에서 대학 생활을 시작하고, 카메라가 달린 컬러 휴대폰을 사용하던 시기를 지나 직장 생활을 시작했을 때 드디어 스마트폰이 만들어졌다. 이동할 수 있는 휴대전화 장치를 통해 우리는 생활 속에서 이전에..
2025.07.31 -
[건축비평] ‘유연한 질서’에 따라 능동적으로 반응하는 공간 2025.6
Architecture Criticism _ Jungyakyong Funground A space that actively responds according to ‘flexible order’ 정약용 펀그라운드 유스호스텔은 경기도 남양주시 조안면 삼봉리에 위치한 청소년 복합문화시설이다. 비평을 의뢰받고 시간을 내어 천천히 둘러보기로 했다. 비가 억수로 쏟아지는 날, 건물은 선명하게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기하학적 유쾌함을 보여주는 입면에서부터 시선의 흐름은 시작되었다. 내부로 들어서니 내 나이 때문인지는 모르지만 우리나라에서는 낯설게 느껴지는 인테리어 풍경이 펼쳐졌고, 이내 동선을 파악하기로 했다. 우선 내부 공간의 평면 구성은 유스센터라는 프로그램의 성격에 맞게 다채롭고 비선형적인 조직 방식을 ..
2025.06.30 -
아무것도 변하지 않았다 2025.6
Nothing has changed 건축을 시작한 지 14년 만에 건축사사무소를 개설했다. 권유하 건축사사무소는 올해 2월에 개소해 아직 두 달이 채 안 된 건축사사무소다. 월간 의 원고도 바쁘다는 핑계로 거절하고 싶었지만, 무언가 홀리듯 글을 써보겠다고 대답하고 바로 후회했다. 솔직한 심정으로, 당장 수주를 위해 시간을 할애해도 모자랄 판에 글을 쓴다는 것이 심리적으로 부담됐다. 하지만 어차피 쓰기로 한 이상 어떤 내용을 담은 글을 쓸지 고민하다가, 이전 프로젝트를 소개하는 것보단 최근에 들어온 아파트 발코니 확장 행위허가와 위반건축물을 합법화하는 프로젝트를 처리하고 공통적으로 느꼈던 부분을 기록하고 동료 건축사분들과 나누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 글을 작성해 보기로 했다. 우선 ○○시 아파..
2025.06.30 -
[건축비평] 양녕 청년주택_ 생활 길, 삶의 플랫폼 2025.5
Architecture Criticism _ Yangnyeong Youth Housing Everyday Path, Platform for Living 약속시간은 오전 9시 반. 그보다 조금 일찍 근처 버스정류장에 도착해서 양녕 청년주택 으로 가는 길은 다소 가파른 느낌이었다. 오르는 길의 직각 방향으로 나 있는 길 역시 경사가 있고, 그 때문에 저층 주거의 매스는 계단 한 칸에 하나씩 올려놓은 화분처럼 층층의 스카이라인을 가지고 있었다. 무엇보다 인상적이었던 것은 그 시간에 계획대지 방향으로 가는 이는 거의 없고 대부분의 사람이 버스정류장 방향으로 쏟아져 나오고 있다는 것이었다. 그 현상은 이 일대가 물을 담은 저수지와 같이 주거와 거주의 기능을 담당하고 있다는, 사람이 살고 있다는 증거인 듯 보..
2025.05.31 -
삶을 짓는 마음, 나는 건축사입니다 2025.5
The heart that builds life, I am an architect 막연함과 무지의 경계에서, 꿈을 짓다 막연했다. 아니, 어쩌면 무지했다고 해야 할까? 내 꿈이 결정되던 순간은 생각보다 단순했고, 충동적이었다. 영화나 드라마 속, 설계도 위에 고뇌하는 건축사의 모습이 마냥 멋있어 보였다. 그 시절 나는 ‘건축가’와 ‘건축사’의 차이조차도 몰랐다. 그렇게 어렴풋이, 그러나 단단하게 내 꿈은 정해졌다. 돌이켜보면, 5년간의 대학 생활은 마감과의 전쟁이었다. 공모전, 설계 마감, 학기 프로젝트… ‘다음에 보자’며 미뤘던 친구들과의 약속, 가지 못한 여행들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간다. 안타깝게도 결과가 늘 빛났던 것도 아니었다. 지역 공모전에서 몇 번 우수상과 특선을 받긴 했지만, 이 길이 ..
2025.05.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