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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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비평] ‘유연한 질서’에 따라 능동적으로 반응하는 공간 2025.6
Architecture Criticism _ Jungyakyong Funground A space that actively responds according to ‘flexible order’ 정약용 펀그라운드 유스호스텔은 경기도 남양주시 조안면 삼봉리에 위치한 청소년 복합문화시설이다. 비평을 의뢰받고 시간을 내어 천천히 둘러보기로 했다. 비가 억수로 쏟아지는 날, 건물은 선명하게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기하학적 유쾌함을 보여주는 입면에서부터 시선의 흐름은 시작되었다. 내부로 들어서니 내 나이 때문인지는 모르지만 우리나라에서는 낯설게 느껴지는 인테리어 풍경이 펼쳐졌고, 이내 동선을 파악하기로 했다. 우선 내부 공간의 평면 구성은 유스센터라는 프로그램의 성격에 맞게 다채롭고 비선형적인 조직 방식을 ..
2025.06.30 -
아무것도 변하지 않았다 2025.6
Nothing has changed 건축을 시작한 지 14년 만에 건축사사무소를 개설했다. 권유하 건축사사무소는 올해 2월에 개소해 아직 두 달이 채 안 된 건축사사무소다. 월간 의 원고도 바쁘다는 핑계로 거절하고 싶었지만, 무언가 홀리듯 글을 써보겠다고 대답하고 바로 후회했다. 솔직한 심정으로, 당장 수주를 위해 시간을 할애해도 모자랄 판에 글을 쓴다는 것이 심리적으로 부담됐다. 하지만 어차피 쓰기로 한 이상 어떤 내용을 담은 글을 쓸지 고민하다가, 이전 프로젝트를 소개하는 것보단 최근에 들어온 아파트 발코니 확장 행위허가와 위반건축물을 합법화하는 프로젝트를 처리하고 공통적으로 느꼈던 부분을 기록하고 동료 건축사분들과 나누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 글을 작성해 보기로 했다. 우선 ○○시 아파..
2025.06.30 -
[건축비평] 양녕 청년주택_ 생활 길, 삶의 플랫폼 2025.5
Architecture Criticism _ Yangnyeong Youth Housing Everyday Path, Platform for Living 약속시간은 오전 9시 반. 그보다 조금 일찍 근처 버스정류장에 도착해서 양녕 청년주택 으로 가는 길은 다소 가파른 느낌이었다. 오르는 길의 직각 방향으로 나 있는 길 역시 경사가 있고, 그 때문에 저층 주거의 매스는 계단 한 칸에 하나씩 올려놓은 화분처럼 층층의 스카이라인을 가지고 있었다. 무엇보다 인상적이었던 것은 그 시간에 계획대지 방향으로 가는 이는 거의 없고 대부분의 사람이 버스정류장 방향으로 쏟아져 나오고 있다는 것이었다. 그 현상은 이 일대가 물을 담은 저수지와 같이 주거와 거주의 기능을 담당하고 있다는, 사람이 살고 있다는 증거인 듯 보..
2025.05.31 -
삶을 짓는 마음, 나는 건축사입니다 2025.5
The heart that builds life, I am an architect 막연함과 무지의 경계에서, 꿈을 짓다 막연했다. 아니, 어쩌면 무지했다고 해야 할까? 내 꿈이 결정되던 순간은 생각보다 단순했고, 충동적이었다. 영화나 드라마 속, 설계도 위에 고뇌하는 건축사의 모습이 마냥 멋있어 보였다. 그 시절 나는 ‘건축가’와 ‘건축사’의 차이조차도 몰랐다. 그렇게 어렴풋이, 그러나 단단하게 내 꿈은 정해졌다. 돌이켜보면, 5년간의 대학 생활은 마감과의 전쟁이었다. 공모전, 설계 마감, 학기 프로젝트… ‘다음에 보자’며 미뤘던 친구들과의 약속, 가지 못한 여행들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간다. 안타깝게도 결과가 늘 빛났던 것도 아니었다. 지역 공모전에서 몇 번 우수상과 특선을 받긴 했지만, 이 길이 ..
2025.05.31 -
프리츠커상, 그 만만한 이름 속의 한없는 무거움 2025.5
Pritzker Architecture Prize, the infinite weight behind its easy name 2025년 프리츠커상 수상자로 중국의 리우지아쿤(劉家琨)이 선정되었다는 소식을 들었다. 동양 문화권에서 수상을 했다는 소식에 한결 반가우면서도 한편으로는 사촌이 땅을 샀을 때의 느낌도 든다. 일각에서는 프리츠커상이 뭐가 그리 대단하냐고 한다. 유튜브 활동을 열심히 하는 국내의 유명 건축사도 프리츠커상을 ‘못 받는다고 아쉬워할 필요 없는’ 정도의 상으로 이야기하는 것을 유튜브에서 본 적이 있다.그렇다. 남들이 생각하는 것, 그리고 남들이 좋다고 하는 것을 우리가 좋아해야 할 필요는 없다. 그럼에도 건축의 객관성이라는 차원에서 건축계의 노벨상이라고 불리는 프리츠커상에서 우리가 ..
2025.05.31 -
[건축비평] 퇴계동 행정복지센터_ 떠있는 박스 2025.4
Architecture Criticism _ Toegye-dong Community Center Floating Box 떠있는 박스 처음 방문한 사람은 건축물이 공중에 떠 있는 듯한 인상을 받는다. 거리를 지나가는 사람들도 고개를 돌려 다시 보고 간다. 공모전 심사 당시 보았던 떠 있는 긴 박스의 단순한 지오메트리에 대한 기억에도 불구하고, 눈앞의 현실에서 느껴지는 감흥은 여전히 생생했다. 중력이 사라짐에 잠시 현기증이 온다. 유리와 은빛으로 반사되는 금속 루버 재료의 디테일은 박스의 무게를 줄이는 듯하다. IT기업 사옥도 아니고, 거대한 재단에서 운영하는 갤러리도 아니다. 유럽도 아니고, 서울도 아닌 춘천의 퇴계동 행정복지센터다. 옥외 주차장에서 박스의 천장 면으로 인도되는 방향을 따라가면 입구..
2025.04.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