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디터스레터(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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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진국형 한국 건축정책과 제도, 한국 공공건축의 격 낮춘다 2021.10
Underdeveloped Korean architectural policies and systems lower the class of Korean public architecture 동대문 디자인 플라자와 자하 하디드. 자하 하디드가 설계한 동대문 디자인 플라자(이하 DDP)는 담당 공무원들에겐 끔찍한 프로젝트였다. 이들에게 동대문 DDP의 건축적 가치를 질문하면 하나같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문화와 기술적 성과인 건축가치를 지닌 건축으로 세계인들에게 주목을 받은, 건물이 아닌 ‘건축’이다. 해외 유수의 문화적 가치지향성 행사나 주체들이 한국에서 행사장으로 선택하는 곳이 DDP다. 세계 패션의 선두주자인 샤넬이나 루이뷔통 같은 브랜드에서부터 세계적인 디자이너나 작가들이 자신들의 전시나 행사를 하고픈..
2023.02.10 -
현대건축의 거장, 그들의 발언 2021.9
Masters of the modern architecture, and their words 대한민국에서 건축의 사회적 위상은 어떨까? 1960년대 협회지를 찾아보면 당시에도 이런 질문이 있었던 듯하다. 대학을 다니던 1980년대 중후반에 기성 건축사들이나 대학의 교수님들께도 수도 없이 들었던 자조 섞인 질문이었다. 세월이 흘러 기성세대가 되고, 나도 어느새 윗세대보다 아랫세대가 많은 건축동네에 서 있다. 그리고 편집장으로서 매달 한 번씩 쓰는 글에도 이런 의미와 주제가 여러 번 다뤄졌다. 과거의 여러 자료를 곰곰이 보다가 새삼 느낀 것이 있다. 우리 건축계 인사들이 사회적 발언을 너무 안 한다는 것이다. 물론 몇몇 분들이 기회가 있을 때마다 각종 언론을 통해 발언해왔다. 나 역시 마찬가지로 오래전부터 ..
2023.02.09 -
공정, 경쟁, 그리고 생존을 위한 협상력 2021.5
Fairness, competition, and negotiation for survival 처절하게도, 건축사들이 내건 구호는 ‘생존’이다. 이번 대한건축사협회장 선거의 구호였다. 처음 들었을 때, 굳이 그런 표현을 사용해야 할까 싶기도 했다. 하지만 내면으로는 온전히 공감하며 동의할 수밖에 없는 단어였다. 경제적 부분에서 본다면 나는 생존보다 건축이라는 일 자체에 더욱 무게 중심이 쏠려 있다. 그래서 생존이라는 단어가 확 와닿진 않았지만, 생각을 거듭하면서 ‘생존’은 건축을 하는 건축사라는 직업에 대한 표현으로 이해되었다. 맞다, 현재 우리 ‘건축사’는 여러 가지 측면에서 벼랑 끝에 있다. 대한민국에서 국가로부터 자격이 공인된 ‘건축사’는 사회로부터 인정받기 위해 여전히 고군분투 중이다. 오죽하면 일..
2023.02.03 -
안도 타다오의 분노 2021.3
Tadao Ando's Anger 2000년대 중반 안도 타다오를 취재했던 한 교수로부터 흥미로운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평소 거칠고, 엄격하기로 유명한 안도 타다오가 직원들을 교수와 기자 앞에 세우고, 출신 대학을 언급하면서 그들이 일본 건축을 망치는 패거리 문화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는 것이다. 직설적으로 말하는 것이 실례인 일본 문화에서 유학파나 도쿄대를 운운하며 흥분한 안도 타다오. 그리고 그는 비행기가 일본의 땅을 박차고 이륙하는 순간 “이래저래 답답한 일본의 줄 세우기 문화와 패거리 문화에서 해방감을 느낀다”라고 말했다고 한다. 취재한 교수는 이 말이 상당히 인상 깊었다고 했다. 자칫 들어보면 안도 타다오가 일본을 싫어하는 건가 싶기도 하지만, 실제 그는 가장 일본적인 건축을 하는 사람이다...
2023.02.01 -
건축사를 둘러싼 환경은 괜찮은 것일까? 2021.2
Is the environment surrounding the architectural history okay? 지상파 방송에서 건축에 대한 이야기가 점차 잦아지고 있다. 다양한 건축 관련 프로그램과 이야기가 대중에게 지금처럼 왕성히 전달된 때가 있었나 싶다. 사실 나는 건축의 대중화를 위한 노력으로 1997년 ‘리빙TV’라는 매체에 반년간 출연하면서 영화와 건축 이야기를 한 적이 있었다. 지극히 개인적인 노력이었다. 당시만 하더라도 건축은 건설로 인식되고, 지금도 그렇듯 부동산이나 부실시공 같은 이미지가 우선되었다. 방송 작가나 진행자들과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설계를 하는 입장에서는 지극히 당연한 상식들이 상대방에게는 놀라움의 대상이란 사실을 알게 됐다. 이런 반응이 오히려 신기했고, ‘세상이 건축을..
2023.01.31 -
지식기반 경제 생태계 Knowledge Worker 2021.1
약 3년 동안 편집국장으로 활동하며 1980년대 대학시절 투덜거렸던 건축계에 대한 비판의 바탕이 여전하다는 점에서 놀랐고, 우리나라에서 건축의 자리가 아직도 미흡하다는 것이 아쉬웠다. 무엇보다 우리나라에서는 건축이 노동과 제조를 기반으로 하는 생산 경제와 완전히 다른 산업이라는 것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건설은 본질적으로 노동과 제조 기반의 생산 경제에 뿌리를 두고 있다. 이에 반해 건축은 철저한 지식 기반의 경험에서 부가가치를 만들어내는 고도의 지식산업이다. 역사 속에서 건축은 사상이나 철학, 사유에서 출발해 형태적으로 구현한 시각적 결과물이다. 역사책을 넘기지 않더라도 르 코르뷔지에,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 등 현대건축 개척자들의 행위를 보면 이를 알 수 있다. 그렇게 발상의 시작부터, 시공자들에게 ..
2023.01.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