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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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세우스의 배 2026.6
Ship of Theseus 옛날 그리스의 아테네에서는, 오래전부터 크테타 섬의 괴물‘미노타우로스’에게 해마다 미소년 일곱 명과 미소녀 일곱 명을 제물로 바쳐야 하는 폭압적 조공(朝貢)에 골머리를 앓고 있었다. 이러한 외환(外患) 속에 어엿한 아테네의 청년으로 성장한 테세우(theseus)가 마침내 크레타섬으로 잠입하여, 괴물 미노타우로스를 죽이고 희생 직전의 소년 소녀들을 모두 구출한 뒤, 델로스로 항해하는 배를 타고 무사히 탈출하게 된다. 이에 아테네에서는 테세우스를 절대적 영웅으로 추앙했을 뿐만 아니라, 그가 탔던 배(ship)도 소중히 관리하게 되었다. 그렇게 테세우스 배는 아테네 시민들에게 마치 보물처럼 여겨졌으며, 당시의 역사적 사실을 기념하고자 매년 델로스로 항해하는 기념행사에서나 겨우 친견..
2026.06.30 -
사피엔스, 어디까지 진화할 것인가 2024.12
How Far Will Sapiens Evolve? 『전혀 다른 세상의 인류 : AI 사피엔스』 책을 읽으면서, 나는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부터 고대 이집트 벽화 중 낙서, 그리고 결혼 적령기를 보내고 있는 자녀를 둔 시점의 나의 모습까지 두루두루 상상의 나래를 펼쳤다. 실로 인류는 다른 동물보다도 돌연변이와 환경에 적응하는 능력, 그리고 좀 더 발달된 인지 능력을 시작으로 환경에 적응하며 조금씩 진화에 진화를 거듭하고 있는 중이다. 사피엔스는 서로 대화를 통한 소통과 협력, 그리고 결정적으로 문자를 발명해 기록하면서 책을 만들고 그 책을 통해 교육을 받고 계승 발전을 거듭하면서 지구라는 행성에서 정복자로서, 최상위 포식자로서 살아가고 있다. 그리고 농경문화를 이루고 산업혁명을 통해 공장을 만들고,..
2024.12.31 -
경계(境界) 2024.10
Boundary 우리는 순간적으로 눈에 들어오는, 이른바 ‘테두리’라는 경계(境界)를 통해서 사물을 인식하곤 한다. 그리고 그 경계는 다름 아닌 ‘선(線)’으로 분별된다. 간단히 스케치하는 과정만 살펴봐도 그렇다. 얼굴을 그릴 때나 건물을 그릴 때, 우리는 반사적으로 그 윤곽에 해당하는 선(線)을 먼저 긋고 나서, 그걸 다시 작은 선과 명암으로 구체화해 나가다 보면 점차 대상이 뚜렷해지는 것이다. 어렸을 때 추억 하나를 떠올려보자. 맨땅에 네모반듯하게 커다란 영역을 설정한 후에, 가위바위보 게임으로 위치와 순서를 정하고 나서, 자그마한 돌이나 병뚜껑을 손가락으로 툭툭 튕기며 자기 영역을 확보해나가는 놀이를 해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땅따먹기’ 게임이다. 그 단순한 놀이에도 일정한 선(線)이 서로..
2024.10.31 -
상선약수 (上善若水) 2024.7
Sangseon Yaksu (上善若水): The best things are like water 상선약수. 노자의 사상에서 나온 이 말은 ‘물을 지구상에서 으뜸가는 선의 표본으로 여겨 이르는 말’로 사전은 풀이하고 있다. 최고의 선(善)이란 무엇인가? 사전적 의미는 ‘올바르고 착하여 도덕적 기준에 맞음 또는 그런 것’, 철학적 의미는 ‘도덕적 생활의 최고 이상’이라고 풀이하고 있다. 이 둘의 공통적 어휘는 도덕(道德)이다. 도덕의 사전적 의미는 ‘사회의 구성원들이 양심, 사회적 여론, 관습 등에 비추어 스스로 마땅히 지켜야 할 행동 준칙이나 규범의 총체, 외적 강제력을 갖는 법률과 달리 각자의 내면적 원리로서 작용하여, 또 종교와 달리 초월자와의 관계가 아닌 인간 상호 관계를 규정한다’고 말하고 있다..
2024.07.31 -
변곡점 2024.6
Inflection point 요즘은 지난 흔적을 반추하는 일이 부쩍 잦아졌다. 아마 타고난 성향 탓일지도 모른다. 한때 명리(命理)와 자미두수(紫微斗數)에 관심을 두고 뭇 사물의 본성을 헤아려보다가, 문득 내 사주(四柱)를 짚어보니 그랬다. 명리로 풀어보면, 10개의 천간(天干) 중에서 “단단히 벼른 쇠붙이”로 상징되는 ‘신(辛)’이 일간(日干)이었고, 자미두수에서는 “봉흉화길(逢凶化吉)”의 운세로 대표되는, ‘천량(天梁)’이라는 별(星)이 명궁(命宮)에 자리 잡고 있었다. 또 그게 ‘노인의 성향’을 띤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 당시, 한참 젊은 시절에 노인의 기질이라니? 다소 의아했지만, 돌이켜보니 대충 그런 본성(本性)대로 취사 선택을 하며 살았다는 걸, 자인하지 않을 수 없다. 기실 따지고..
2024.06.30 -
날갯짓 2024.1
Flapping 고요 속에서 소리가 더 분명해지듯, 지금 우리 눈앞에 펼쳐져 있는 이 모든 물상(物像)은 ‘공간’을 전제로 하고 있다. 공간(空間)이 없다면, 일체의 현상(現象)이 드러날 수 없는 것이다. 공간이 없다니, 그럴 수도 있을까? 우리가 숱한 갈등과 번민 속에 구현해놓은 설계안이 바로 ‘공간’을 기반으로 하고 있고, ‘부실시공’이라는 세간의 눈총을 피하기 위해서라도 온종일 이 현장 저 현장을 누비고 다니는, 우리들의 감리 행위도 모두 다 3차원의 공간 속에서 이루어지는 일이다. 그게 2D(two-dimensional space)이든 3D(three-dimensional space)이든, 우리의 삶터 자체는 언제나 이렇게 생생히 펼쳐져 있는, 이른바 3차원의 공간이라는 사실에 일말의 의구심조차 ..
2024.01.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