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36)
-
사피엔스, 어디까지 진화할 것인가 2024.12
How Far Will Sapiens Evolve? 『전혀 다른 세상의 인류 : AI 사피엔스』 책을 읽으면서, 나는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부터 고대 이집트 벽화 중 낙서, 그리고 결혼 적령기를 보내고 있는 자녀를 둔 시점의 나의 모습까지 두루두루 상상의 나래를 펼쳤다. 실로 인류는 다른 동물보다도 돌연변이와 환경에 적응하는 능력, 그리고 좀 더 발달된 인지 능력을 시작으로 환경에 적응하며 조금씩 진화에 진화를 거듭하고 있는 중이다. 사피엔스는 서로 대화를 통한 소통과 협력, 그리고 결정적으로 문자를 발명해 기록하면서 책을 만들고 그 책을 통해 교육을 받고 계승 발전을 거듭하면서 지구라는 행성에서 정복자로서, 최상위 포식자로서 살아가고 있다. 그리고 농경문화를 이루고 산업혁명을 통해 공장을 만들고,..
2024.12.31 -
경계(境界) 2024.10
Boundary 우리는 순간적으로 눈에 들어오는, 이른바 ‘테두리’라는 경계(境界)를 통해서 사물을 인식하곤 한다. 그리고 그 경계는 다름 아닌 ‘선(線)’으로 분별된다. 간단히 스케치하는 과정만 살펴봐도 그렇다. 얼굴을 그릴 때나 건물을 그릴 때, 우리는 반사적으로 그 윤곽에 해당하는 선(線)을 먼저 긋고 나서, 그걸 다시 작은 선과 명암으로 구체화해 나가다 보면 점차 대상이 뚜렷해지는 것이다. 어렸을 때 추억 하나를 떠올려보자. 맨땅에 네모반듯하게 커다란 영역을 설정한 후에, 가위바위보 게임으로 위치와 순서를 정하고 나서, 자그마한 돌이나 병뚜껑을 손가락으로 툭툭 튕기며 자기 영역을 확보해나가는 놀이를 해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땅따먹기’ 게임이다. 그 단순한 놀이에도 일정한 선(線)이 서로..
2024.10.31 -
상선약수 (上善若水) 2024.7
Sangseon Yaksu (上善若水): The best things are like water 상선약수. 노자의 사상에서 나온 이 말은 ‘물을 지구상에서 으뜸가는 선의 표본으로 여겨 이르는 말’로 사전은 풀이하고 있다. 최고의 선(善)이란 무엇인가? 사전적 의미는 ‘올바르고 착하여 도덕적 기준에 맞음 또는 그런 것’, 철학적 의미는 ‘도덕적 생활의 최고 이상’이라고 풀이하고 있다. 이 둘의 공통적 어휘는 도덕(道德)이다. 도덕의 사전적 의미는 ‘사회의 구성원들이 양심, 사회적 여론, 관습 등에 비추어 스스로 마땅히 지켜야 할 행동 준칙이나 규범의 총체, 외적 강제력을 갖는 법률과 달리 각자의 내면적 원리로서 작용하여, 또 종교와 달리 초월자와의 관계가 아닌 인간 상호 관계를 규정한다’고 말하고 있다..
2024.07.31 -
변곡점 2024.6
Inflection point 요즘은 지난 흔적을 반추하는 일이 부쩍 잦아졌다. 아마 타고난 성향 탓일지도 모른다. 한때 명리(命理)와 자미두수(紫微斗數)에 관심을 두고 뭇 사물의 본성을 헤아려보다가, 문득 내 사주(四柱)를 짚어보니 그랬다. 명리로 풀어보면, 10개의 천간(天干) 중에서 “단단히 벼른 쇠붙이”로 상징되는 ‘신(辛)’이 일간(日干)이었고, 자미두수에서는 “봉흉화길(逢凶化吉)”의 운세로 대표되는, ‘천량(天梁)’이라는 별(星)이 명궁(命宮)에 자리 잡고 있었다. 또 그게 ‘노인의 성향’을 띤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 당시, 한참 젊은 시절에 노인의 기질이라니? 다소 의아했지만, 돌이켜보니 대충 그런 본성(本性)대로 취사 선택을 하며 살았다는 걸, 자인하지 않을 수 없다. 기실 따지고..
2024.06.30 -
날갯짓 2024.1
Flapping 고요 속에서 소리가 더 분명해지듯, 지금 우리 눈앞에 펼쳐져 있는 이 모든 물상(物像)은 ‘공간’을 전제로 하고 있다. 공간(空間)이 없다면, 일체의 현상(現象)이 드러날 수 없는 것이다. 공간이 없다니, 그럴 수도 있을까? 우리가 숱한 갈등과 번민 속에 구현해놓은 설계안이 바로 ‘공간’을 기반으로 하고 있고, ‘부실시공’이라는 세간의 눈총을 피하기 위해서라도 온종일 이 현장 저 현장을 누비고 다니는, 우리들의 감리 행위도 모두 다 3차원의 공간 속에서 이루어지는 일이다. 그게 2D(two-dimensional space)이든 3D(three-dimensional space)이든, 우리의 삶터 자체는 언제나 이렇게 생생히 펼쳐져 있는, 이른바 3차원의 공간이라는 사실에 일말의 의구심조차 ..
2024.01.31 -
[건축 라이브러리] 도시의 풍경을 담다 2023.4
Capture the scenery of the city 바쁘게 살아가는 현대인의 일상 속에서 스쳐 지나가는 수많은 도시의 풍경이 한 건축사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유심히 바라보지 않으면 관심 두기 어려운 평범한 수많은 우리의 일상 속 공간들이 오래도록 누군가의 소중한 삶을 담아냈으면 좋겠다. 골목을 걷다가 작은 틈새를 마주쳤다. 지번과 지번이 만나는 그 사이를 비집고 들어선 작은 틈새길, 이곳에 좁고 긴 계단이 생겼다. 대부분의 일반적 삶의 잣대가 쉽고 편한 대로로 가려는 것이 인지상정인데, 좁고 경사진 저 계단으로 가려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골목을 응시하며 잠시 기다려 본다. 좁은 길을 찾는 자는 드물기에 오르다가 내리다가 힘들면 기대고 쉬어갔으면 좋겠다. 비뚤어지고 불규칙한 계단 길 그리고 높은 옹..
2023.04.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