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천(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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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 오딧세이 ⑳ 젊은이의 공간으로 거듭나길 2025.1
City Odyssey ⑳ To be reborn as a space for young people 아득해 무엇 하나 가늠할 수 없다. 퇴화해가는 신체와는 달리, 휘황하게 변해버린 공간이 그저 어리둥절하다. 그 아득함은 MZ세대에게서 느끼는 격세지감보다 더 깊다. 마치 신촌 로터리에 있었던 나이트클럽 ‘우산 속’을 찾아 더듬거리는 기분이다. 사라져버린 곳을 기억으로 소환해야 하는 당혹감이, 공간이 주는 충격에 버금간다. 도시 공간끼리도 경쟁이 있을까. 그렇다면 신촌은 분명 패배자다. 젠트리피케이션이 일반화하기도 전에 먼저 그 철퇴를 맞았다. 인근 홍대와 연남동에 모든 매력을 넘겨주고 말았다. 앗긴 명성을 좀처럼 되찾아오지 못한 시간이 벌써 수십 년이다. 신촌은 기득권으로 노회해진 86세대를 닮았다. ..
2025.01.31 -
도시 오딧세이 ⑲ 편견을 버리고, 공존하는 공간으로 2024.12
City Odyssey ⑲ Toward a Space of Coexistence, Getting Rid of Prejudices 지하철역을 나서니, 낯선 말이 먼저 들려온다. 곳곳에서 알아들을 수 없는 중국 말이 이어진다. 사회집단을 드러내는 관습 체계가 언어인 만큼 이질적 사회집단 공간에 들어섰음을 청각이 먼저 반응해 인지한다. 대로에서 꺾어 들어 시장통에 이르자, 몇 걸음 만에 확연한 차이가 눈에 잡힌다. 익숙지 않은 분위기에서 차이나타운 한가운데임을 실감한다. 즐비한 간체자 간판이 이 공간을 웅변하고 있다. 냄새와 공기부터 다르다. 웅성거리는 말소리만큼이나 음식도 이국적이다. 그들 특유의 향이 분위기를 자아낸다. 중국 특유의 풍토와 문화, 전통이 대림동 길거리에서 짙은 향으로 조리되고 있었다...
2024.12.31 -
도시 오딧세이 ⑱ 디지털 산업단지에서 다시 던지는 질문 2024.11
City Odyssey ⑱ Questions raised again in the digital industrial complex 상전벽해인 공간이 젊다 못해 어리광을 부리고 있다. 예전엔 ‘한국수출산업단지’였고, 지하철은 가리봉역과 구로공단역이었다. 그러던 곳 이름이 디지털 산업단지라는 긴 꼬리표를 달았다. 최첨단의 끝없는 확장성이라는 디지털의 생명력을 장착한 것이다. 그럼에도 모태는 아날로그일 수밖에 없다. 아날로그 생명력은 이어짐의 연속이자 흐름이다. 옛 공단이 ‘서울디지털산업단지’로 바뀌었을망정 이곳에서 옛 아날로그 감성을 찾아내 다시 읽어 보고 싶어진 이유다. 1964년부터 수출을 기치로 내걸고 조성된 공단은 당시로선 놀랄만한 규모였다. 높은 굴뚝에 엉성한 공장에서 기계처럼 일해야 했던 노동..
2024.11.30 -
도시 오딧세이 ⑰ 공간의 생명력을 품은 문래동 철공소와 창작촌 2024.10
City Odyssey ⑰ Mullae-dong Ironworks and Mullae Art Village that contain spatial vitality 수십 년 만에 다시 찾은 문래동은 그야말로 상전벽해다. 박정희가 쿠데타를 모의했다던 군부대는 공원으로 변했고, 널따랗던 방적공장 자리엔 숲을 이룬 아파트가 키재기하고 있다. 문익점이 가져온 목화씨가 처음 싹 틔워 목화마을이기도 한 문래동 한가운데, 그럼에도 옛날을 기억하듯 변치 않은 공간이 자리한다. 도림천과 철도, 그리고 아파트 숲에 갇혀 섬처럼 둥둥 떠 있는 공간이 백여 년 쌓아 온 시간의 층위를 시퍼런 용접 불꽃으로 단단히 동여매고 있다. 가난했던 젊은 시절, 이곳 철공소에서 스쳐 가듯 맡아 보았던 용접봉 타는 냄새는 여전했다. 소리가 ..
2024.10.31 -
도시 오딧세이 ⑯ 고시촌이 꾼 꿈이 공간에 남긴 흔적, 그리고 미래 2024.9
City Odyssey ⑯ The traces Gosi Village’s dreams have left in space, and the future 고시촌이 꾼 꿈은 무엇이었을까? 본디 입신양명은 사회나 국가에 이바지한다는 뜻이었겠으나, 세상이 어디 그렇게 한가하기만 하던가? 오래전부터 이미 출세와 영달의 다른 이름으로 변질하였으니…. 등용문이라 했다. 시험을 통과하면 살아생전 부와 권력, 사회적 지위를 누렸고 죽어서까지 명예를 오로지할 수 있었다. 그러니 너도나도 이 관문을 통과하려 모든 걸 걸고 매달릴만한 충분한 명분이 되었다. 이렇듯 등용문을 통과한 동량들은 대체로 초심을 잃었고 특권의식에 사로잡혔다. 최근이 아닌, 뼛속 깊이 내려오는 디엔에이(DNA)다. 특권의식을 넘어 지배의식까지 갖기 일..
2024.09.30 -
도시 오딧세이 ⑮ 그러함에도, 퍼덕이는 꿈을 좇는 청춘의 공간 2024.8
City Odyssey ⑮ Nevertheless, it is a space for youth to follower their fluttering dreams 통행이 뜸해진 노량진역 바깥 계단은, 셀 수 없을 만큼의 발길에 닳고 닳아버린 모습 그대로다. 노량진역은 여전히 바람이 맵차다. 수많은 청춘이 이 계단을 오르내리며 차가운 바람에 움츠러든 어깨를 옷깃으로 여몄을 것이다. 1970년대 끝자락부터 진학에 실패한 청춘들이 내몰리듯 노량진으로 찾아 들었다. 절치부심. 빛나는 청춘의 한때를 희망이란 가느다란 빛을 갈구하며, 이 공간에 자기를 가두고 기댔다. 종로에 있던 입시학원이 옮겨와 진학에 실패한 청춘을 품으면서, 노량진은 학원가로 발을 내딛기 시작했다. 하지만 풍경이 변했다. 한 시대를 휩쓸고 간 ..
2024.08.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