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성용(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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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대와 도시, 삶의 이야기 ‘물랑루즈’ 2020.8
Stage and city, a story of life ‘Moulin Rouge’ 드가의 그림 ‘무희들’은 매력적이다. 조명에 비친 발레리나들을 몽환적으로 부드럽게 묘사했다. 그러나 당시 발레리나의 삶은 그림 속 아름다움과 전혀 달랐다. 현재와 달리 19세기에 발레리나는 그다지 엘리트적인 직업이 아니었다. 파리의 발레리나는 어려운 생활을 극복하기 위해 선택한 매춘적 성격의 직업이었다.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니었으나 상당수가 그러했다. 비비안 리가 발레리나로 분한 영화 ‘애수 1940년’에서도 이를 짐작할 수 있는 대사들이 나온다. 파리의 쇼 공연장 물랑루즈는 과도기 시기에 한 무대를 차지한 장소다. 산업혁명 이후 새로운 환경이 나타나면서 기대와 희망, 불안과 낙관적인 분위기가 동시에 터져 나왔다. 서구문..
2023.01.18 -
건축사를 둘러싼 기형적 제도와 환경 2020.7
Deformed System and Environment Surrounding Architects 건축사 관련 제도들의 모순과 기형적 환경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보다 적극적으로 개혁을 요구해야 할 시점이다. 지난 수십 년간 간접 선거에 의해 협회를 운영하다 보니 협회장의 임기가 짧고, 정부와의 관계 때문에 수동적일 수밖에 없었다. 그 결과 지난 90년대에 회원들의 불만이 터져 나왔고, 의무가입은 ‘개선’이 아닌 ‘해제’가 됐다. 이렇게 한번 바뀐 제도를 회복하는 데에는 거의 20년 이상이 걸리고 있다. 천만다행으로 협회 운영을 직선제로 개혁한 지 두 번째 만에 건축사를 위한 제도 개선이 어렵게 시도되고 있다. 그 과정에서 국회와 정부를 설득하는 일이 얼마나 어려운 지를 온몸으로 체감하고 있다. ..
2023.01.17 -
[건축비평] 건축의 정체성, 장소의 정체성 2020.7
Architecture Criticism Architecture Identity, Place Identity ‘건축’은 창작물이다. 그런 이유로 창작가의 미학적 관점이 드러날 수밖에 없다. 반면 ‘건물’은 소유자의 것이다. 자신의 요구가 반영되지 못하면 진행이 어렵다. 건물엔 소유자의 생각이 드러날 수밖에 없다. 그리하여 건축은 건물과 충돌한다. 협상이 필요하다. 건축의 창작가인 ‘건축사’와 건물의 ‘소유자’는 수많은 논의 끝에 합의를 이끌어 성과를 만들어낸다. 결과가 나쁜(?) 경우를 보면 대체로 건축사와 소유자 간에 갈등이 첨예했기 때문이다. 반대로 결과가 매력적일 때는 건축사와 소유자 간에 합의가 잘 이뤄졌을 경우인데, 대체로 전문가인 건축사 의견을 따를 때 좋은 성과로 이어진다. 물론 귀를 닫은 ..
2023.01.17 -
After 코로나19, 새로운 기준을 만드는 혼돈의 시간 2020.6
After COVID 19, Chaotic times to set new standards 이렇게 빨리 세상이 변할 수 있을까? 단 몇 개월 만에 전 세계에 확산된 슈퍼 전염병인 코로나19 바이러스는 시간의 흐름 속에서 정반합의 갈등을 겪으며 진화해온 모든 환경을 흔들고 있다. 잔인한 전쟁을 겪고 세계 각국의 이해관계를 조율하면서 구축된 세계 연맹 체제에도 균열이 발생했다. 세계 보건 안전의 공동 조직인 WHO의 권위는 몇몇 거대 강대국의 이해관계 속에서 무너지기 시작했다. 물론 코로나19 바이러스 이전에도 세계 조직들은 몇몇 강대국의 이해관계에 놓여있긴 했지만, 그래도 이번처럼 조직을 흔들 만큼 충돌한 적은 없었다. 한편 국경은 폐쇄됐다. 또 극심한 자국 이기주의 탓에 운반 중이던 마스크를 날치기 당하..
2023.01.16 -
“환경 파괴에 온 몸으로 맞선 폼포코 너구리의 분투기”신도시, 과연 모두를 위한 최선일까? 2020.6
“Raccoon dog Pom Poko's struggle against their environmental destruction” New city, is it really the best for everyone? 또 신도시다. 집값 때문이다. 무척 시끄럽다. 너무나 단순한 이 이유가 지난 수차례 동안 반복된 신도시 탄생의 원인이다. 건축이나 도시 관련 어떤 책에도 집값 때문에 도시가 만들어졌다는 글을 본 적이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이런 이유를 전면에 내세워 신도시를 만들었다. 벌써 수십 년을 이어온 일이다. 도시의 핵심 가치나 의미는 오히려 부록처럼 보인다. 개발 독재 시대에는 워낙에 집이 없었고 집을 짓는 일이 급했기 때문이라고 치자. 그렇다면 지금은 왜 그래야 하는가? 정말 집이 부족해서..
2023.01.16 -
미시적 건축사, 거시적 건축사 2020.5
Micro Architects, Macro Architects 건축사들과 이야기를 나누다보면 건축사들이 지극히 개인적인 경험과 시각을 일반화시키는 경향이 있음을 느낀다. 나 역시 마찬가지다. 논문을 쓰는 것이 아니니 개인적 경험을 근거로 이야기하는 것이 잘못된 것은 아니지만, 다른 이들도 전부 그럴 것이라고 확언하는 것은 문제가 될 수 있다. 대한민국 건축계에는 풀어야 할 문제가 한둘이 아니다. 편집국장으로 지낸 2년 동안 내가 오래전부터 느꼈던 또는 개선되지 않은 문제들을 사설, 정책 제안 기사, 영화 이야기 등을 통해 누차 발언해왔다. 다른 건축사들도 여러 문제들을 제기했다. 그중에는 흥미롭고 긍정적인 글들도 많았지만 모순된 내용도 상당했다. 개인적인 상황을 시스템으로 혼동하는 내용 또한 많았다. 그..
2023.01.13